문준용 제보 조작 사건의 당사자인 이유미 씨가 6월 29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6월 27일 전남 장흥군의회 김화자 의원은 공당인 국민의당이 제보 조작 사건에 전혀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면서 최초로 탈당 선언을 했다. 국민의당 소속 박홍률 목포시장도 6월 2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당에 실망했다. 정치적인 진로를 고민하겠다”면서 탈당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당 기반인 호남 지역 지방의회 의원들과 지자체장들이 흔들린다는 것은 국민의당으로선 존폐 문제까지 고민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다.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분당 사태 때도 지방의원들과 지자체장들이 먼저 탈당한 이후 국회의원들이 따라나서는 과정을 거쳤다.
국민의당은 최근 호남 지역 당원들이 집단 탈당에 나섰다는 소문까지 돌자 이를 적극 부인하고 나섰다. 광주광역시당 위원장인 권은희 의원은 지난 7월 5일 긴급 보도자료를 내고 “최근 일부에서 제기된 지역 당원의 집단탈당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시당 차원에서 관리하는 당원 현황자료를 보면 제보 조작 사건에 대한 대국민 사과 이후 10일이 지난 지금까지 당원 수의 변화는 0.2%에 불과하다. 변화가 거의 없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호남 당원 탈당설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가뜩이나 흔들리는 텃밭 민심이 더욱 나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이례적으로 적극 대응하고 나선 것이다.
호남 지역 집단 탈당 신호탄이 아니냐는 평가를 받는 김화자 의원은 “집단 탈당을 염두에 두고 제가 앞장서 탈당한 것 아니냐는 말도 있는데 절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 의원은 “탈당하면서 누구로부터 지시를 받은 적도 없고 논의한 적도 없다. 다만 동료의원들에게 제 탈당 결심을 먼저 말한 적은 있다”면서 “현재 국민의당 소속 다른 동료 군 의원들은 전혀 탈당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저는 제보 조작 사태에 대한 우리 당의 대응에 너무 큰 실망을 해 탈당을 한 것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당으로는) 안 될 거 같으니까 배신한 것 아니냐고도 하는데 선거를 생각한 것도 아니고 순수한 마음이다. 민주당으로 가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당 진상조사단은 안철수 전 대표를 만나 50분간 면담을 한 뒤 제보 조작 사건이 이유미 씨의 단독 범행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단 50분의 대면조사로 이 씨 단독 범행으로 결론을 내렸다는 점에서 ‘셀프 면죄부’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씨에 대한 조사도 없이 당사자들 의견 진술만을 토대로 결론을 내려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다. 또 이 씨 제보를 접수하고 당 지도부가 제대로 검증 과정을 거쳤는지, 검증을 소홀히 한 책임자는 누구인지에 대한 진상규명도 필요했는데 이와 관련된 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일단 호남지역 지방의회 의원들은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광주광역시 시의회 국민의당 소속 한 의원은 “지역구에 가면 ‘왜 아직도 탈당을 안했느냐’ ‘내년 선거 어쩌려고 하느냐’ 면서 걱정해주시는 분들도 있고 빨리 탈당하라고 화를 내시는 분들도 있고 다양한 반응이다. 대체로 국민의당에 좋지 않은 반응”이라면서도 “저도 이대로 어떻게 선거를 치를지 걱정되지만 지금 상황이 안 좋다고 당장 당을 떠나면 철새 정치인밖에 더 되겠나. 반성하고 국민들이 용서해주시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최소한 제가 아는 광주의회 국민의당 동료 의원들 중 탈당을 시사한 분은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광주시의회 국민의당 소속 의원도 “자신이 아는 한 탈당을 고민하고 있는 동료 의원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당장은 국민의당 지지율이 낮아 내년 지방선거에서 힘들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고 전당대회에서 새 당 대표가 선출돼 당을 추스르면 지방선거 전에 얼마든지 지지율이 회복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의정활동에 전념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의원은 “검찰 수사 결과 당 지도부까지 연루됐다는 결과가 나올 경우에는 정말 당을 해체해야 할 일이다. 그때는 지방선거고 뭐고 따질 것도 없이 국민의당이 해체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도의회 한 도의원도 “탈당은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 의원은 “민주당이 계속 (호남에서) 80~90% 지지율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당원들이 동요하고 있다고 중앙에서 보도하고 그러는데 아직까지는 그런 움직임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남 도의원은 “물론 국민의당 욕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호남 출신 인사가 대거 등용된 것은 국민의당 영향도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다.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민주당과 경쟁하지 않았으면 민주당이 호남을 대접해줬겠냐는 것이다. 현재는 지지율이 낮지만 지역 주민들도 국민의당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는 만큼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당 한 관계자는 “정치인은 선거가 가장 중요하다. 지방선거가 1년도 남지 않았는데 지지율이 회복되지 않으면 호남 집단 탈당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면서도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치는 생물이다.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안철수 전 대표도 계속 지지율이 바닥을 치다가 결국 빅3까지 가지 않았나. 당장 우리 당이 망할 것처럼 그렇게 보도하면 안 된다. 내년 지방선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벌써부터 움직이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