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사무처 관리국이 청소 노동자들에게 화물용 승강기를 이용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에 대해 거센 비판이 일었다. 국회 엘리베이터 안엔 청소 노동자들을 응원하는 격려문이 붙기도 했다. 표창원 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캡처.
그러자 7월 5일 “의원실을 위해서 애쓰시는 아주머니와 아저씨들께 정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 공간(엘리베이터)은 모든 분들이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서로가 조금씩 배려하고 양보하면 작은 공간이 오히려 더 큰 공간이 될 수 있으니, 미안한 마음 절대 가지시면 안 됩니다“라는 격려문이 엘리베이터에 부착됐다. ‘감사합니다’ ‘응원합니다’ 등 격려문을 지지하는 손 글씨도 눈에 띄었다.
청소 노동자들은 “국회의원들이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었는데 (청소하는) 아줌마들이 떠들었다. 그러니까 관리과에 민원이 들어갔고 결국 타지 말라는 소리가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회 측은 “큰 책상 같은 걸 나르다 보니 불특정 다수에게 민원이 꾸준히 들어왔다. 그래서 작업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게 한 것이다. 강제성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청소 노동자들은 추가 업무에 대한 불만도 털어놨다. 이들은 본래 업무 외에도 의원실에 신문을 배달하거나 의원실에서 나온 설거지를 종종 맡아서 한다. 청소 노동자들은 추가 업무로 1만~3만 원 정도의 금액을 받는다. 통상 1명의 청소 노동자가 약 10개 정도 방을 담당한다고 한다.
청소 노동자 출근 시간은 오전 6시다. 그러나 실제 출근 시간은 5시 정도다. 한 청소 노동자는 “오전 6시부터 4시까지 근무한다. 추가 업무가 많아 보통 5시에 출근한다. 멀리 사는 사람들은 3시에도 일어난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또 다른 청소 노동자도 “몇 십 년 전과 똑같은 액수를 주고 있다. 과거 비정규직일 땐 방에서 제안한 추가 업무를 거절하면 그 방에서 ‘자르라’는 명령이 있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청소 노동자들의 휴식 공간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 청소 노동자는 “국회 본청엔 노동자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 간이 탕비실에서 쉰다. 거기서 잠깐씩 쉬다가도 보좌진이 설거지를 하러 들어오면 편하게 쉬지도 못 한다. 눈치가 많이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나마 의원회관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지하 4층에 휴식 공간이 마련돼 있고 이 외에도 모든 층에 한두 명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한다.
국회 의원회관 1층에 있는 문서관리실에 대해서도 청소 노동자들 불만이 높다. 문서관리실은 각 의원실 사서함이 모여 있는 곳이다. 한 보좌진은 “2~3주 전 사서함에 휴지통이 없어졌다. 사서함으로 배달되는 우편물 가운데 3분의 2는 거의 쓰레기다. 처리를 하고 올라와야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최근 한 의원이 지저분하다고 말해서 치웠다. 그 뒤로 한 아주머니가 힘들게 우편물을 끌어안고 가시는데 마음이 짠했다”고 말했다.
실제 한 보좌진은 6월 20일 한 커뮤니티에 “사서함에서 불필요한 것들 다 버리고 사무실 가야 되는데 휴지통이 없어져서 다 들고 가야 한다. 결국 사무실에서 또 버리게 되면 청소 하시는 분들 더 힘들게 하는 건데 그걸 알고 없애라고 한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자 최근 문서관리실엔 휴지통이 다시 배치됐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