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 참석차 독일을 순방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영부인=연합뉴스
[일요신문]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G20 정상회의 등 4박 6일간의 독일순방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다. 문 대통령의 이번 순방 성과에 대해 외신 등은 성공적인 다자외교무대 데뷔전이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시진핑, 푸틴 등 북한을 둘러싼 주변 4대강국은 물론 독일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과도 협력을 과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런 문 대통령이 또다시 화제를 모았다. 바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악수를 하는 장면이 세계 언론에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은 7일(현지시간) 문화공연을 감상했다. G20 회의 의장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각국 수장들을 오페라 공연에 초대한 것으로 각국 정상들은 배우자 등과 함께 독일 함부르크 하펜시티에 있는 콘서트홀 엘브필하모니에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악수에 환하게 웃는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갑자기 옆자리에 있던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손을 뻗어 악수를 청했다. 최근 한미정상회담에 이어 한미일 3국 정상회담 등 친숙한 관계를 나타내기 위한 제스처로 단순히 이해될 수 있는 행동이었지만, 여론은 트럼프와 문재인의 악수장면이 복잡한 국제정세를 의미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당초 오페라 공역 로열석에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내외, 트럼프 대통령 부부, 문 대통령 내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부부 순으로 자리 배치했지만 푸틴 대통령 내외가 공연장에 늦게 도착하면서 한국·미국·프랑스 정상 내외만 로열석에 앉게 되었다. 최근 마크롱 대통령이 미국의 파리기후협약 탈퇴 등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을 맹비난한 것을 두고 트럼프가 문 대통령에게 악수를 청하며, 냉랭한 분위기를 연출했다는 분석이다.
더 큰 관심은 바로 이런 장면 뒤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배치된 점이다. 시진핑 주석은 ‘사드’와 ‘북핵’ 문제로 한국과 미국 등과 갈등을 유지하고 있어 묘한 긴장감을 연출시킨 셈이다.
G20 정상회의 참석차 독일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각국 정상들과 정상회담을 가졌다.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국제 정세를 의도했든 즉흥적이었던 문 대통령으로선 손해 볼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사드 배치와 한미FTA 등 긴장관계 속 한미동맹 강화를 대외에 알림과 동시에 다자외교파트너로서의 국제적 위상이 격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하듯 문재인 대통령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트럼프에 화답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이번 독일순방에서 중·일·러 정상을 포함해 독일, 프랑스, 인도, 캐나다, 호주, 베트남 등 9개국 정상을 만나 우호를 다졌다. 한미일 정상만찬에서는 북핵 불용 의지를 과시하면서 사상 최초로 3국 공동성명도 채택했다. 아울러 도날드 투스크 EU(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김용 세계은행 총재 등 3개 국제기구 수장과도 면담을 가졌다. 경제와 북핵 대응에 국제사회와 폭넓게 확보하며 미중의 영향력은 조정하고 한국의 외교 주도권을 넓혔다는 평가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귀국 이후 여야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 해외순방 성과를 설명하면서 초당적 국정운영에 대한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1기 내각 구성에 마침표를 찍고 여야의 초강경 대치 정국 속에서 추경과 정부조직개편안 처리 등을 빠르게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악수를 반면교사 삼아 국내정치권에 내밀 수 있을지 문 대통령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