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모터스의 모기업인 코라오그룹은 코리아와 라오스의 앞 글자를 따왔다. 1997년 라오스로 진출해 자동차 조립·판매는 물론 자동차 수입·유통, 건설, 금융, 바이오 에너지, 레저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며 성장했다. 코리아 프리미엄을 앞세운 전략으로 20여 년 만에 라오스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하며 라오스의 성장 동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KR모터스는 1978년 효성기계로 시작해 순수 독자기술로 완성 이륜차를 생산했으며, 2003년에는 S&T그룹으로 편입되며 효성S&T로 사업을 진행해왔다. 적극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모터사이클용 125cc DOHC 엔진, 650cc 엔진, 인젝션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개발하기도 했다. 지난 2014년에는 코라오그룹에 인수되어 KR모터스로 사명을 변경하고, 과거 효성의 인기 모델이었던 엑시브 시리즈를 스포츠 레플리카 버전과 네이키드 버전인 엑시브 250R과 엑시브 250N으로 출시하며 레저용 대형 모터사이클 시장을 공략했다.
해외 시장의 경우 단순히 한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수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지의 니즈를 파악하여 해당 시장에 적합한 모델을 개발 및 생산하여 현지 시장을 공략했다. 동남아시아 시장 대상 모델인 스쿠터 V1과 언더본 V2가 그에 적합한 예로 현지 시장에서도 큰 호응을 얻었다는 평이다.
대림자동차는 1962년 기아산업이 일본 혼다와의 기술제휴로 이륜차를 생산해온 것으로 시작되었고, 1982년 당시 자동차공업 합리화 조치에 따라 대립공업으로 합병되며 현재의 대림자동차가 되었다. 국내 이륜차 산업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오랜 시간 동안 모터사이클을 생산해온 국내 브랜드인 샘이다. 언더본 장르인 시티 시리즈는 대표적인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 모델로 ‘배달 오토바이’라고 하면 누구라도 알만큼 유명하다. 국내 최초로 250cc 엔진을 얹은 스쿠터인 대림 프리윙 250과 자체 개발한 수랭식 250cc 단기통 엔진을 탑재한 대림 VJF250을 개발한 역사를 갖고 있다. 1989년부터 스쿠터 레이스를 개최해 오는 등 이륜차 문화 개선에도 적극적이었다.
국내 시장 1, 2위의 기업이 인수합병을 추진한 계기는 국내 이륜차 산업의 침체와 관련 있다. 국내 이륜차 시장은 2000년대 초반에만 하더라도 연간 30만 대 규모였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만 대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여기에 더해 대형 모터사이클 시장은 할리데이비슨, BMW모토라드, 혼다 등 유명 해외 브랜드가 약진하며 레저용 럭셔리 시장을 장악했고, 킴코, SYM 등 대만제 브랜드들이 합리적인 가격 정책과 적절한 기술력으로 소형 스쿠터 시장에서 두각을 보였다. 더욱이 최근에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제품들이 연이어 국내에 선보이며 KR모터스와 대림자동차의 입지가 흔들리는 상황이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중국산 제품들을 확보하여 자사의 유통망을 통해 판매하는 전략을 취했으나, 결과적으로 자사의 제품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이에 따라 판매는 물론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에도 소홀해지는 악순환이 지속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KR모터스와 대림자동차 간에 성공적인 인수합병이 이뤄지면 규모의 경제가 만들어지며 저비용 고효율 체제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1, 2위가 통합된 단일 유통망을 통해 국내 판매량 증대 및 유지는 물론 두 업체가 갖고 있는 생산 시설과 동남아 지역 유통망을 기반으로 해외 수출 증가도 예측해 볼 수 있다.
우선 대림자동차에서 이륜차 사업부를 KR모터스가 인수하는 형태로 진행될 예정이다. 대림자동차는 창원에 연간 15만 대 규모의 생산 시설과 인력을 갖추고 있다. 그동안 대림자동차는 자사의 사업부 중 이륜차 사업부만을 별도 매각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었는데, 알짜인 자동차 부품 생산 분야를 제외한 구상이기에 인수 후보자들이 선 듯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KR모터스가 이를 받아들이며 공격적으로 인수합병에 나서고 있다. KR모터스는 침체된 국내 이륜차 시장에서 적자구조로 사업이 유지되어온 것을 이번 M&A를 통해 타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민우 월간 모터바이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