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호위총국 974군부대 출신 김수길 평양시당 책임비서(좌)와 함께 새롭게 건설된 평양중등학원을 현지지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필자는 지난 2015년 11월 본지 연재(제1226호)를 통해, 북한의 호위총국(구 호위사령부)을 자세히 언급한 바 있다. 호위총국은 우리의 청와대 경호처(문재인 정부 들어 기존 경호실에서 경호처로 격하)와 성격이 유사한 일종의 친위대다. 규모는 세계 최대 수준이다. 병력 12만 명으로 추산되는 북한 호위총국은 3대에 걸쳐 세습된 북한 최고지도자들의 신변을 철저하게 옹위해왔다.
시대에 따라 호위사령부와 호위총국의 이름을 번갈아가며 사용해 오고 있지만, 그 비중과 역할은 비정상적으로 점차 비대해졌다. 특히 호위총국(조선인민군 제963군부대) 내에서도 당중앙위원회 6처(제967군부대) 산하 제974군부대 출신들은 무척이나 높은 우대를 받고 있다. 974부대는 김정은을 지근거리에서 호위하는 ‘측근 경호대’를 가리킨다. 제2호위부라 불리기도 한다(제1호위부는 김일성 주석의 호위부대로 김 주석이 사망한 이후엔 그가 묻힌 태양궁을 경호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북한 호위총국 974군부대 출신 인사들이 각 조직 주요 보직에 대거 등용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 조짐은 2013년 12월 장성택 숙청 시기에 감지됐다. 북한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때 김정은은 “호위총국 출신들로 당 대열을 강화하라”는 인사 지침을 일선에 하달했다는 후문이다. 이러한 지침은 곧바로 간부사업에 적용됐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호위총국 974군부대 출신 김수길 평양시 당 책임비서 겸 당 정치국 후보위원이다. 그는 문경덕 당시 평양시 당 책임비서 겸 정치국 후보위원을 대신해 이 자리에 올랐다. 전임자 문경덕도 호위총국을 거쳤지만, 974군부대 출신은 아니다. 더욱이 문경덕은 장성택과의 관계 문제로 해임(이후 평안남도 평원의 한 기업소에서 혁명화 조치)됐다.
김수길은 병사 시절부터 호위총국 내에서도 974군부대에 몸담았으며 훗날 호위총국 정치국 정치부장을 지내기도 했다. 뼛속까지 호위총국, 그것도 974군부대 인사인 셈이다.
비슷한 시기인 2013년 10월 국가보위성 정치국장에 오른 림종추 상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기존의 김창섭 정치국장(당시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후보위원 겸직)을 밀어내고 보위성 정치국장 자리에 올랐다. 국내외에서는 여전히 기존의 김창섭을 보위성 정치국장으로 보고하고 있지만, 필자가 내부관계자를 통해 확인한 결과 실제 이 자리에 등용된 이는 림종추가 확실하다.
참고로 김창섭은 호위총국과는 전혀 무관한 중앙당 조직지도부 제8과 과장 출신이다. 제8과는 북한 고위급 인물들에 대한 감시와 검열을 비밀리에 하는 부서다. 일종의 1호 ‘암행어사’를 파견하는 부서라고 말할 수 있다.
림종추는 국내외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필자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그는 과거 호위총국 974군부대에서 정치위원(중장 급)을 거쳤다. 림종추는 북한 내부에서 오랫동안 부침을 겪었던 김원홍 보위상을 대신해 보위성 각종 사업 과정에서 활약이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 태영호 전 주 영국 북한 공사의 귀순은 이러한 호위총국(특히 974군부대) 인사 등용 바람을 더더욱 부채질한 꼴이 됐다. 북한 내부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016년 7월 28일 김정은은 직접 “당 조직지도부도 믿을 수 없다”며 호위총국 특히 967부대 출신 주요 인물들을 등용하라는 인사 방침을 재차 내렸다.
여기에는 특히 태영호 전 공사에 대한 당 조직지도부 보고 체계에 문제가 나타난 것이 결정적이었다는 후문이다. 북한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일선에서 태영호 전 공사의 이상조짐 및 부정적 내용에 대해 최초 보고가 있었지만 상부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이 조직지도부 담당 간부들에 의해 누락됐다는 것이 요지다. 여기에는 일부 라인의 고의적 누락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2014년 12월,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최고지도자 경호부대인 호위총국의 한 직속 부대를 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러한 일련의 사태 속에서 현재 호위총국 974군부대 출신 인사들은 당·군 조직은 물론 일선 안보 기관들의 주요 직무에 배치되고 있다. 각종 간부 검열 사업이 진행돼도 유독 호위총국을 거친 인사들은 살아남는다는 것이 북한 내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즉 호위총국 복무경력이 있는 인력들은 각종 인사에 있어서 큰 혜택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당내 주요 인물로 꼽히는 이들 중에서 김경옥 조직지도부 군사담당 제1부부장은 호위총국 974군부대 행사담당 부부장 출신이다. 이와 함께 김평해 당중앙위원회 간부부장, 조연준 당중앙위원회 본부당 담당 제1부부장, 민병철 당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 검열담당 책임부부장 등 인사들의 공통점은 병사 복무를 포함해 모두 호위총국 재직 경력이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이러한 인사 방향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김정은은 왜 유독 호위총국, 특히 974군부대 인사들을 등용하는 것일까. 물론 앞서 두 차례의 반체제 관련 사건이 결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보다 확대 해석하자면, 김정은은 일련의 사태 속에서 조직지도부를 포함한 당과 군 주요 조직 내 기존 인사들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호위총국 내 974군부대는 곧 최고지도자 옹위를 절대 목표로 삼는 친위대다. 그 구성원 발탁 과정에서 출신 성분과 함께 당 및 최고지도자 충성도를 세밀하게 검토하여 기용한다. 또 내부에서 이 부대 출신들은 최고지도자 우상화와 관련한 교양 교육을 반복해서 받기도 한다. 그러한 호위총국 제974군부대 출신 인사를 등용한다는 것은 곧 김정은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마지막 사람’을 일선에 심겠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김정은 스스로 내부 체제 위기를 크게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북한의 호위총국이 체제 내에서 특수성을 띤다고 하더라도 일선 친위대 조직 출신 인사들을 각 조직의 주요 보직에 등용한다는 것은 정상적인 행보는 아니다. 그 나름의 고육지책의 성격이 강한 셈이다.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겸 세종연구소 객원 연구위원)
정리=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