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이 네이버 쇼핑에서 구매한 나이키 ‘테아’ 제품. 나이키 측에 의뢰해보니 가품으로 판정됐다.
<일요신문>은 유명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인기 제품인 테아 신발을 네이버 쇼핑에서 직접 검색했다. 나이키 공식홈페이지를 제외하고 검색 상단에 올라 있는 제품을 구매했다. 이 제품은 홍보 문구에 ‘해외 다수 국가는 택을 의무화하지 않으므로 택 유무로 정가품을 구분하지 않는다’며 ‘우리 제품은 홍콩 수입 정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적어뒀다.
이 제품을 나이키의 협조를 받아 한국지사에 전달해 진가품을 판정을 의뢰해 봤다. 해당 제품을 받아 본 나이키 측은 “이 제품을 확인해 본 결과 가품으로 판정됐다”고 전했다. ‘홍콩 수입 정품’이라는 말은 거짓으로, 앞서의 의류 유통업계 관계자의 말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홍콩 정품이라고 홍보하는 가품 판매 업체.
또 다른 유명 스포츠 브랜드 A 사의 U 제품을 네이버에 검색하면 나오는 결과도 비슷하다. A 사 공식홈페이지를 제외하면 대부분 ‘홍콩 정품’을 내세웠다. 또한 자신들의 진가품 여부를 택 유무로 판단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소비자가 ‘홍콩 정품’을 내세운 이들 업체에 속는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제품을 가품을 구매했다는 백 씨는 “이들 업체가 홍콩에서 해외 배송으로 물건을 보내오는 점도 이들 말에 신빙성을 갖게 했다. 최근 ‘직구’가 늘어나면서 해외에서 배송하는 물건은 정품도 저렴했기 때문에 이들 제품도 해외에서 업체가 싸게 구매했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교묘한 가격 정책도 믿음을 더하는 구석이 있다. 반값 이하로 저렴해 상식적으로 가품으로 인식되는 가격대가 아니라 매장 제품의 60~80% 선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는 보통 해외 직구로 구매하면 아낄 수 있는 가격대이기 때문에 믿음을 더한다. 실제로 가품 판정을 받은 업체의 판매 후기에는 ‘싸게 사서 좋다’ ‘예쁘게 신겠다’ 등 가품인지 모른 채 긍정적 후기를 작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품을 샀음에도 가품인 것을 모른 채 계속 신고 다니는 소비자가 대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대다수 소비자와 달리 가품을 샀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챈다 해도 환불 절차는 무척 복잡하다. <일요신문>은 나이키 테아 가품을 구매한 업체에 환불을 요구했다. 해당 업체는 “우리는 해외병행수입정품만 판매하는 업체다. 저희 거래처가 하나가 아니기 때문에 확인해봐야 한다. 일단 환불처리 해드리겠다”고 말했다. 이는 나이키에 협조를 받았기 때문에 빠르게 진행된 경우로 일반 소비자는 다르다.
가품을 산 소비자의 구매 후기
진가품 문의를 회사 측에서 받고 있지 않다. A 사 측은 “수사기관 및 기타 공공기관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 한해 제품 진위여부에 대해 감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품으로 팔리는 제품이 워낙 많아 제품 감정이 이용되는 것을 염려한 절차로 알려졌다. 나이키도 소비자에게는 비슷한 절차를 안내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체들이 전하는 대응책은 다음과 같다. 일단 검찰, 경찰, 특허청, 관세청 등 사정기관에 신고하는 절차가 마련돼 있다. 이에 따라 신고하면 해당 기관에서 심의 후 처리하거나 더 적합한 타 기관으로 넘긴다. 이때 신고가 접수된 기관에서 수사 목적으로 신고자의 물건과 자료를 모아 가품 의혹이 있는 제품 브랜드에 진가품 판정을 의뢰한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해당 브랜드에서 진가품 판정을 내리기까지 약 한 달이 걸린다. 또한 홍콩에 위치한 판매자일 경우 사법처리 진행은 어렵고 해당 사이트, 판매자의 판매 중지 정도의 처벌이 현실적이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가품 판정을 받으면 포털사이트 고객센터 측을 통해 환불 받을 수 있다. 홍콩에서 해외배송으로 오는 시간이 약 2주 이상, 가품을 받았을 때 신고 절차가 또 한 달이 걸리기 때문에 잘못된 선택으로 가품을 구매한 소비자는 한 달 반 이상을 날리게 된다. 소비자의 주의가 필요한 또 다른 이유다.
중개업체인 네이버도 문제라고 지적된다. 비록 책임을 지지 않는 중개업체라해도 제품명을 검색했을 때 가품으로 도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버젓이 광고까지 하는 업체가 가품을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가품 판매 사이트로 적발돼 이름이 알려진 업체가 이름만 바꿔 판매를 계속하는 경우도 있다. 네이버의 단속 의지가 의심받는 대목이다. 가품을 구매했다는 김 아무개 씨는 “네이버 측에서 왜 제재를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가품을 구매했음에도 신고 절차가 너무 복잡해 도저히 이어갈 수 없다. 판매에만 혈안이 된 것으로 보일 뿐이다”고 비판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네이버쇼핑은 쇼핑몰과 구매자간의 상품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상품의 품질, 관련 법규의 준수 여부는 해당 쇼핑몰의 책임 하에 운영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수백만 개의 제품이 판매되는 데 모든 제품의 진가품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려워 신고된 제품 위주로 보고 있다”며 “다만 가품이나 불량 상품 등의 문제는 늘 고민하고 있는 사안으로 앞으로 상품 모니터링을 강화해나갈 예정이다. 또한 가품 판매 업체는 네이버 고객센터에 신고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가품 판매가 적발됐을 때 페널티를 받고 페널티가 누적되면 폐점조치 된다. 업체명을 바꾼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