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이 우리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전체근로자 중에서 자영업자의 비율이 21.4%에 이른다. 자영업자가 많은 이유는 실업자가 많기 때문이다. 6·25전쟁 직후 태어난 50~60대 베이비부머들이 퇴직을 하였으나 노후준비가 부족하다. 따라서 생계수단으로 묻지마 식의 자영업을 시작한다. 베이비부머 숫자가 700만 명이 넘는다. 여기에 청년실업률이 10%를 넘어 고공행진이다. 취업준비생과 구직 단념자를 포함하면 실제 실업률은 30% 이상이다. 많은 청년들이 취업에 실패하고 최후수단으로 자영업을 시도한다. 자영업의 창업이 대부분 기존업체와 과당경쟁을 벌이는 것이어서 모든 업체들이 함께 쓰러지는 자기 파괴적인 현상을 낳고 있다.
자영업자 부채는 일반 가계부채에 비해 부도위험이 높다. 자영업도 기업으로 분류하여 기업대출을 받는 경우가 흔하다. 기업대출은 가계대출과는 달리 LTV나 DTI의 규제를 받지 않아 고위험의 특성을 갖는다. 더욱이 자영업의 기업대출은 신용조합, 저축은행, 새마을 금고 등 제2금융권 대출이 많다. 따라서 대부분 대출이 고금리이다. 일부 대출은 금리가 20% 이상이다. 자영업 부채 중에서 기업대출이 320조 원으로 총 대출의 60%가 넘는다.
지난해 정부는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은행권에 대해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했다. 그러자 풍선효과로 제2금융권으로 가계대출 수요가 몰렸다. 올해 3월 정부는 제2금융권에 대해 다시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했다. 궁지에 몰린 자영업자들이 제2금융권에서 고위험, 고금리의 기업대출로 자금을 조달한다. 정부정책이 가계부채 위험을 자영업자 위험으로 전가하고 있다.
정부가 비정규직을 없애고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시간당 1만 원으로 올리는 정책을 펴고 있다. 주당 40시간 정규직 근로를 기준으로 종업원 1인당 임금이 200만 원 이상이다. 자영업자들은 수입으로 종업원 월급 주기도 힘들다. 이 가운데 미국 금리인상의 여파로 대출금리가 오름세다. 한국은행도 금리인상을 가시화하고 있다. 자영업자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줄 전망이다. 정부는 자생력이 없는 자영업자에 대한 구조조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무모한 과당경쟁을 막아야 한다. 그리하여 건전한 경영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동시에 경제 활성화를 서둘러 자영업에게 활력을 제공해야 한다.
다음 비정규직을 줄이고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 근본적으로 신성장동력을 창출하여 고용창출능력을 높이고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 그리하여 자영업의 창업수요를 줄여야 한다. 자영업의 붕괴는 자영업자의 파산으로 끝나지 않는다. 대량실업과 금융위기를 초래하여 경제를 무너뜨릴 수 있다. 정부의 현명한 대책이 시급하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 전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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