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숙 작가가 새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제작에 착수하면서 방송가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 김은숙 작가가 새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제작에 착수하면서 방송가는 물론 연예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내년 상반기 방송을 목표로 이제 막 대본의 구체화와 촬영지 물색 등 관련 작업을 시작한 초기 단계인 데도 연일 화제를 뿌린다.
심지어 방송까지 7~8개월이 더 남았는데도 주인공을 맡을 남녀배우 3명의 캐스팅까지 완료했다. 드라마는 물론 영화 제작의 첫 걸음이라는 톱스타 캐스팅이 김은숙 작가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은 분위기다. 작가와 손을 잡는 새 얼굴은 배우 이병헌과 유연석 그리고 신예 김태리다. 한 편의 드라마에 좀처럼 모이기 어려운 스타들의 집결은 그 자체로 김은숙의 ‘힘’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 로맨틱코미디 넘어 서사 더한 시대극으로
김은숙 작가는 로맨틱코미디 장르에서 탁월한 실력을 발휘해왔다. 출세작으로 통하는 2004년 박신양·김정은 주연의 <파리의 연인>을 시작으로 2010년 현빈·하지원의 <시크릿 가든>, 2013년 이민호·박신혜의 <상속자들>에 이르기까지 비슷한 분위기와 장르로 독보적인 성공을 이었다.
하지만 김은숙 작가는 지난해 <태양의 후예>를 기점으로 작품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남녀의 사랑에만 머물지 않고 인류애까지 포용하려는 듯 세계관을 넓혔다. 그런 시도는 <도깨비>로도 이어졌고, 판타지 장르에 처음 도전했는데도 어김없이 성과를 냈다. 안주하는 대신 변주를 거듭하는 김 작가가 새롭게 내놓는 이번 <미스터 선샤인>은 조선 말기를 배경으로 하는 시대극이다. 현대물이 아닌 시대극은 처음이다.
<미스터 선샤인>은 1900년~1905년을 배경으로 한다. 1871년 미국 군함이 강화도로 쳐들어온 신미양요는 극의 주요 소재. 당시 미국 군함에 승선해 미국으로 간 소년이 군인으로 성장해 조국인 조선으로 돌아와 주둔하면서 격동의 시간을 겪는 과정이 이야기의 큰 줄기다. 또 다른 쪽에서는 조선의 정신적 지주로 통하는 한 가문의 마지막 혈통인 여성이 등장한다. 이들 두 사람은 운명을 건 사랑도 나눈다.
이병헌. 영화 ‘싱글라이더’ 홍보 스틸 컷
시대극인 데다 주인공이 어린 시절을 보내는 지역을 미국으로 설정한 탓에 <미스터 선샤인>은 김은숙 작가의 기존 드라마와 비교해 제작 규모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앞서 제작비 130억 원이 투입된 <태양의 후예> 그 이상의 규모가 될 수 있다는 방송가의 전망도 나온다. 이와 함께 1870~1880년대 활발히 이뤄진 의병운동은 드라마의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는 사실에서도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방송사 편성이 확정될 즈음 제작 규모가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화려한 캐스팅, 반면 반대 여론도 제기
방송사도, 편성시기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례적으로 일찍 주연 배우 캐스팅을 확정한 제작진은 오히려 그 점에서 뜻하지 않은 우려를 낳고 있다. 부담의 시선이 집중되는 주인공은 이병헌이다. 3년 전 겪은 협박 스캔들의 여진이 계속된 탓이다.
특히 그가 TV 드라마에서 멜로 연기를 펼친다고 알려지자 누리꾼의 반감은 상당하다. 스캔들의 여진이 있는 상태에서 멜로 연기를 하는 건 부적합하다는 지적이다. 비록 일부의 의견이지만 ‘김은숙 작가에 배신감을 느꼈다’는 누리꾼도 있다.
김태리. 영화 ‘아가씨’ 홍보 스틸 컷
한 드라마 제작 관계자는 “김은숙 작가가 그동안 자신의 작품에서 그려온 남성 캐릭터가 여성 시청자의 판타지를 한껏 자극했다는 점에서 지금 나오고 있는 누리꾼의 반대 여론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며 “송중기나 공유가 만든 판타지를 이병헌이 이어간다는 것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실제로 김은숙 작가가 꾸준히 인기를 얻는 배경에는 그가 만들어낸 남성 캐릭터를 향한 전폭적인 지지가 맞물려 있다. <미스터 선샤인>의 주인공 역시 굴곡진 인생을 살다 조국에 돌아온 뒤 한 여인과 애틋한 사랑을 나눈다는 설정인 만큼 드라마틱한 캐릭터로 그려질 전망이다.
하지만 그 역할을 많은 배우들 가운데 이병헌에 맡겼다는 사실은 곧 김은숙 작가가 넘어야 할 또 하나의 벽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상대역을 맡은 김태리는 이병헌과 실제로 20살의 나이 차이가 난다.
물론 김은숙 작가의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기획 단계에서 ‘연기도 잘하고 영어도 완벽하게 구사하는 배우를 원한다’고 했던 작가의 바람에 정확히 부합하는 인물이 이병헌이라는 생각에는 흔들림이 없다.
<미스터 선샤인> 제작사 화앤담픽쳐스는 “김은숙 작가가 구상한 남자주인공에 이병헌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사전제작은 아니지만 시대극이라 준비할 것이 너무 많고, 촬영에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한다는 점에서 캐스팅을 빨리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