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들이 사랑하는 동안에는…
이제는 법정 공방을 벌이게 된 상황인 터라 그들에게 사랑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자세히 묻긴 어렵다. 대신 손태영 씨를 불구속 기소한 검찰이 밝힌 자료를 보자. 이에 따르면 그들의 교제 기간은 2013년 7월부터 2014년 12월까지로 보인다. 손 씨 역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교제 기간이 1년 반이었다고 언급했다.
이번 사안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K 역시 그 즈음 열애 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 방송에서 남자친구가 있느냐는 질문에 K가 당당하게 “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손 씨가 K에게 ‘너를 위해 쓴 돈이 이사할 때 2억 원, 카드 9000만 원, 월세 6000만 원, 쇼핑 3억 원, 현금 4000만 원, 해외여행 2억 원, 선물구입비 1억 원, 장본 것만 5500만 원이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일방적인 손 씨의 주장이지만 둘이 교제하는 동안 이사를 하고 해외여행도 다녀온 것으로 보인다. 이 중 해외여행 비용 2억 원이 눈길을 끈다. 여행경비 치고는 지나치게 큰 금액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여행이 여러 번이었거나 매우 호화로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손태영 커피스미스 대표가 연예인 K를 상대로 혼인빙자사기로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동시에 이 연예인에게 공갈 혐의로 고소당했다. 사진=커피스미스 홈페이지
두 사람이 교제 중인 기간에 K의 집이 방송에 공개되기도 했다. 조망권이 좋고 주방 등의 인테리어도 뛰어나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그렇지만 교제 기간에 K가 살고 있던 집이라는 사실만 확인됐을 뿐 언제 이사를 왔거나 떠났는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손 씨가 언급한 2억 원이 실제로 어디에 쓰였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그즈음 손 씨가 이사를 한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교제 기간인 2014년 4월 손 씨가 전세를 구해 이사를 했는데 전세금이 수십억 원에 이르는 초호화 아파트였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그곳이 K의 집과 가까운 곳이라는 것. 손 씨는 이미 강남 지역의 대표적인 부촌으로 알려진 주상복합건물에 거주 중이었는데 그즈음 K가 사는 집 인근으로 전세를 얻어 이사를 왔다. 사랑하는 사람과 좀 더 가까운 곳에서 살고 싶은 의도가 아니었나 싶은데 그 내막은 법정에서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이 전세 계약은 결별한 뒤인 2015년 10월에 해지됐다.
# 이별을 바라보는 남녀의 상반된 시선
모든 사랑이 그렇지만 문제는 결별이다. 이들은 왜 헤어졌을까. 주장은 엇갈린다. 우선 K의 입장이다. 검찰에 따르면 여자 문제, 큰 감정 기복 등을 이유로 헤어지자고 했다고 한다. 최종적으로 헤어진 시점은 2015년 1월로 K가 손 씨의 다른 여자관계를 알게 된 것을 계기로 헤어지자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손 씨의 입장은 다르다. 손 씨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년 반 동안 잘 만나고, 돈 쓰다가 갑자기 ‘결혼할거냐 안 할거냐’ 했더니 잠수 탄 것”이라며 “일방적으로 잠수를 탔다. 내가 전화하면 ‘(소속사) 사장이랑 얘기해’라고 말하며 자기는 연락 안 받았다”고 주장했다.
‘왜 헤어졌는지’에 대한 상반된 입장은 결국 이후 상황인 ‘어떻게 헤어졌는지’로 이어진다. 결혼 얘기를 하자 K가 잠수를 타고 사라졌다고 주장하는 손 씨는 교제 기간 동안 쓴 돈을 가져오라는 입장이고 이를 바탕으로 혼인빙자사기로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여자문제와 감정 기복 등을 이유로 헤어졌다는 K는 손 씨가 이후 거듭해서 교제 기간에 쓴 돈을 가져오라며 사용한 거친 발언들을 공갈로 받아들였고 결국 공갈 및 공갈미수 혐의로 손 씨를 형사 고소했다.
# 정도를 넘어선 협박 발언, 연예인 협박범일까?
애초 이번 사안이 알려진 계기는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이진동 부장검사)가 공갈 및 공갈미수 혐의로 손 씨를 불구속으로 기소하면서다. 세간의 관심 역시 사업가가 여자 연예인을 대상으로 공갈을 친 배경에 집중됐다. 그 내용 역시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여성 실루엣. 본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
‘깨끗이 헤어지고 싶으면 너에게 쓴 돈과 선물한 것들을 내놔라.’ ‘1억을 내놓지 않으면 결혼을 빙자해서 돈을 뜯은 꽃뱀이라고 언론과 소속사에 알려 더 이상 방송출연을 못 하게 만들겠다.’ ‘나는 홍보효과가 있어 사업에 도움 될 것이고 재력가로 소문나니 나쁠 것도 없다.’ ‘1시간 후에 꼭 인터넷 봐라. 전화기 꺼놓고 자고’ ‘일은커녕 이민 안 가고 살 수 없게 해볼게.’
상당히 충격적인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손 씨는 ‘동영상을 유포하겠다’는 언급까지 했다고 한다. 이런 손 씨의 문자 협박에 결국 K는 손 씨의 은행계좌로 총 1억 6000만 원을 송금했다. 또한 K는 2015년 1월부터 2016년 6월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손 씨로부터 선물 받았던 시계 2개, 귀금속 3개, 가전제품 3개, 명품의류와 구두, 가방 등 49점 등 총 57점에 이르는 금품을 돌려줬다. 검찰은 손 씨가 K에게 협박을 가해 돈과 금품을 돌려받았기 때문에 공갈 혐의를 적용했다.
손 씨의 행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3월부터 7월 사이에도 ‘너를 위해 쓴 돈이 이사할 때 2억, 카드 9000만, 월세 6000만, 쇼핑 3억, 현금 4000만, 해외여행 2억, 선물구입비 1억, 장본 것만 5500만 원이다. 현금 10억 원을 주고 사주었던 침대, 가전제품을 모두 돌려줘라’는 문자를 보냈다. 앞서의 협박에 현금 1억 6000만 원과 금품 57점을 돌려줬던 K가 이번 요구에는 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검찰은 이 부분에 공갈 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K가 대응을 하지 않자 손 씨는 지난 2월 K를 상대로 법원에 혼인빙자사기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K는 이에 맞대응해 지난 4월 손 씨를 검찰에 형사고소하게 된다. 한편 검찰 조사 결과 문제가 됐던 협박 당시의 동영상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 상식을 넘어선 연애 비용, 먹튀 연예인일까?
항간의 시선은 과도한 연애 비용으로 쏠렸다. 손 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1년 6개월여의 교제 기간 동안 손 씨가 K를 위해 쓴 돈이 10억 원을 훌쩍 넘는다. 이를 두고 일부 네티즌들은 손 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K가 먹튀 연예인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손 씨와 K의 나이차가 20살이나 된다는 부분 역시 K가 먹튀 연예인일 수 있다는 의혹을 더하고 있다. 그렇지만 K는 평소 방송에서 이상형에 대해 ‘나이차가 많아도 관계없다’는 얘길 종종 했고, K의 동료 연예인 역시 “K가 평소 나이가 많은 남성을 좋아한다”고 말한 바 있어 단순히 나이차만 보고 색안경 끼고 볼 사안은 아니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손 씨 측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손 대표가 진심으로 K를 사랑했었다”라며 “실제로 돈을 돌려받기 원해서 그런 게 아니라 진심 어린 사과를 원했을 뿐이었기에 돌려받은 현금과 금품을 다시 돌려보냈다. 민사소송을 제기했지만 이 역시 끝까지 갈 생각은 없었고 사과한다면 취하할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이번 사안에 대해 K 측은 전혀 대응하지 않고 있다. 현재 출연 중인 방송에 모두 정상적으로 출연하는 등 연예계 활동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K가 출연 중인 방송 프로그램 관계자 역시 <일요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K의 하차는 전혀 논의된 바 없고 K도 그런 입장이 아닌 것으로 안다”라며 “정상적으로 출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K의 한 지인은 최근 당사자와 전화 통화를 했다며 “K는 이번 사안에 대해 입장표명 등의 대응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모든 진실은 법정에서 밝혀질 것이기에 그때까지 조용히 기다리겠다는 게 K의 현재 입장”이라고 전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연예계 끊이지 않는 혼인빙자사기 사건…‘리벤지 포르노’ 한성주 최대 피해자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 커피스미스의 대표 손태영 씨와 연예인 K의 법정 공방은 현재 두 줄기로 진행 중이다. 하나는 세간에 화제가 된 K가 손 씨를 공갈 및 공갈미수 혐의로 형사고소한 건이다. 다른 하나는 손 씨가 K를 상대로 제기한 ‘혼인 빙자 사기’ 사안이다. 형사사건은 현재 검찰이 손 씨를 불구속 기소해 정식 재판을 앞두고 있다. 그렇다면 민사소송은 어떻게 진행될까. 지난 2014년 이와 유사한 소송이 있었다. 2014년 6월 서울고법 민사11부(부장판사 김용대)는 6년간 교제하면서 6억여 원어치의 선물을 준 재력가 A 씨가 여자 연예인 B를 상대로 “결혼을 빙자해 돈과 선물을 챙겼다”며 제기한 항소심에서 항소 기각을 선고해 원심을 유지했다. A 씨는 B에게 로에베 백담비코트, 로에베 핸드백, 카르티에 반지 3개, 카르티에 목걸이 2개, 에르메스 버킨백, 루이뷔통 가방 7개, 고야드 여행가방 2개, 루이뷔통 옷 2벌, 셀린 가방, 샤넬 가방, 샤넬 지갑, 크리드 향수, 랑콤 화장품, 디올 란제리 등 각종 명품 브랜드를 선물해줬으며 매달 생활비와 품위유지비, 승용차와 해외 여행경비 등을 지원했다. 또한 대출금과 신용카드 대금을 대신 갚아주고 피부관리실 비용까지 제공했다. 당시 B는 A 씨와 헤어지고 석 달 뒤 다른 남성과 결혼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A 씨가 상당한 액수의 돈과 선물을 한 것은 인정되지만 B가 혼인의사 없이 A 씨를 속여 금품을 가로챈 사실을 인정하기엔 부족하다”고 A 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인기 그룹의 멤버로 데뷔해 배우로 영역을 넓히기도 했던 B는 결혼 이후 연예계 활동을 전면 중단했다. 사실 연예계에선 이와 유사한 사건들이 많다. 유독 연예계에 혼인빙자사기 사건이 많은 까닭은 연예인들의 복잡한 사생활 때문으로 볼 수도 있지만 유명인이기에 엉뚱한 상황에 내몰리는 억울한 경우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경우가 가수 이승철과 배우 이병헌이다. 이승철은 혼인빙자간음 혐의로 피소돼 세간에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렇지만 당시 혼인빙자간음으로 고소한 이는 실제 전 애인이 아닌 스토커였던 것으로 판명났다 이병헌은 전 여자친구 권 아무개 씨가 1억 원가량의 혼인빙자 위자료청구소송을 제기해 화제가 됐다. 게다가 권 씨는 이병헌을 상습도박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방송인 강병규까지 연루되며 화제가 됐던 이 사건은 권 씨의 협박 사건으로 드러났다. 결국 권 씨와 공모해 이병헌을 협박했던 50대 남성이 체포되면서 사건이 일단락됐다. 가장 큰 피해자는 방송인 한성주다. 한성주 측에게 혼인빙자와 집단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전 애인은 한성주의 민감한 사생활이 담긴 사진과 동영상을 유출한 것. ‘한성주 동영상’으로 유명해진 당시 사건은 혼인빙자로 시작됐지만 결국 대표적인 리벤지 포르노 사건으로 기록됐다. 조재진 프리랜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