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승후보 0순위 두산→전반기 5위
두산은 전반기를 82경기에서 42승1무39패를 기록하면서 5위에 머물렀다. 우승 후보였던 두산이 5위로 내려앉은 데에는 ‘판타스틱4’의 부진이 한몫했다. 흥미로운 건 장성호 위원이 개막 전 인터뷰에서 두산이 우승 후보인 건 맞지만 만약 어려움을 겪는다면 ‘판타스틱4’의 부진 때문일 거라고 예상한 부분이다. 장 위원은 “니퍼트, 보우덴, 장원준, 유희관 등 일명 ‘판타스틱4’로 불리는 투수들 중 한 명이라도 부상으로 낙오될 경우 이 공백을 어느 누가 완벽하게 대신해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워낙 강력한 멤버들이라 그 빈자리가 더 커 보일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페이스북
올 시즌 두산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지난해 18승(7패)을 챙긴 마이클 보우덴이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개막 후 3개월 동안 2경기 6⅓이닝만을 소화했다. 이는 마운드 연쇄 붕괴로 이어졌다. 보우덴은 지난 4일 kt전에서 68일 만의 복귀전을 치렀고 5.2이닝 3피안타 2K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보우덴의 무사 귀환으로 ‘판타스틱4’가 완전체가 되는 듯했지만 유희관이 부진을 거듭하면서 선발진에 빨간불이 켜졌다. 두산은 보우덴의 복귀전 첫 승에 이어 장원준, 니퍼트까지 3연승을 이루다 9일 유희관이 선발 등판한 마산 NC전에서 연승이 끊겼다. 올 시즌 17경기서 6승 2패 평균자책점 4.82(114이닝 61자책)를 기록하고 있고 지난 6월 7일 이후 승수를 올리지 못하는 유희관. 지금은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상태이지만 후반기에 유희관의 복귀와 부활 여부가 두산 전력에 키포인트로 작용할 것이다.
# 두산 대항마로 꼽힌 KIA의 미친 존재감
정민철 해설위원은 개막 전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두산의 대항마로 KIA 타이거즈를 꼽았다. 물론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KIA는 지난 2년간 센터라인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지만 경찰청과 상무에서 제대한 안치홍, 김선빈에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뛰어난 수비력을 인정받았던 외국인 선수 버나디나의 합류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다 양현종-헥터로 이어지는 강력한 원투펀치에다 최형우의 가세가 대권 도전에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주찬-최형우-이범호-나지완으로 강력한 중심타선이 만들어졌고, 센터라인의 무게감, 그리고 탄탄한 선발진이 뒷받침되고 있는 KIA의 전력은 막강하다.”
정민철 위원의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사상 첫 100억 원 규모의 FA 계약을 성사시킨 최형우는 삼성에 이어 KIA에서도 대박을 터트렸다. 전반기에만 타율 0.326 16홈런 63타점을 기록했고 OPS(출루율+장타율) 1.003을 기록했다. 양현종은 전반기 13승3패,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했다. 슈퍼 에이스 헥터 노에시는 전반기 17경기에 선발 등판해서 14승 무패 평균자책점 3.16을 찍었다. KIA는 헥터가 선발 등판한 17경기에서 16승1패를 기록했다. 돌아온 키스톤 콤비, 안치홍 김선빈은 올 시즌 KIA 공수 전력의 버팀목 역할을 맡았다. 김선빈은 주로 9번타자로 출전하면서 타율 0.380으로 리그 1위를 차지했고, 안치홍도 타율 0.333 10홈런 51타점을 올렸다. KIA 타선을 보면 쉬어갈 만한 타순이 보이지 않는 숨 막히는 핵타선을 자랑한다. 전문가들은 올 시즌 강력한 우승팀으로 KIA를 꼽는다. 후반기에도 지금과 같은 흐름을 이어간다면 정규리그 우승은 떼어 논 당상이다.
연합뉴스
이전 서재응 위원은 중위권 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1위부터 4위까지는 두산 KIA LG NC 등으로 밑그림이 그려진 반면 5위부터는 넥센과 한화의 다툼이 될 것으로 꼽았고, 결국엔 한화를 5위에 집어넣었다. 서 위원은 “오간도와 비야누에바에다 배영수, 윤규진, 안영명, 송은범이 선발을 지키고 부상 중이던 정근우, 이용규가 가세한다면 한화는 어디 내놔도 크게 뒤지지 않는 전력”이라고 설명했다. 조성환 위원도 서 위원의 의견에 동조했다. 메이저리그 출신의 비야누에바가 전력의 중심을 이룰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330만 달러의 거액을 들여 데려온 오간도(180만 달러)와 비야누에바(150만 달러)는 전반기 초라한 성적을 나타냈다. 오간도는 12경기에 등판해 5승4패, 평균자책점 3.26을, 비야누에바는 10경기에 나서 2승5패, 평균자책점 2.83을 기록했다. 더욱이 이 두 외국인선수는 잦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전반기 막판에도 팀에 복귀하지 못했다. 비야누에바는 후반기가 시작되면 바로 복귀할 예정이지만 오간도는 복귀 시점도 불분명한 상태다.
지난 시즌 마치고 왼 무릎 수술을 받았던 정근우도 컨디션을 정상적으로 끌어 올리지 못하면서 시즌 초반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복귀 후에는 모범적인 리드오프의 정석을 보이며 팀 전력에 보탬이 되고 있다. 이용규는 부상으로 재활만 반복하다 전반기 막판에 복귀했다. 올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한화로선 후반기 힘겨운 중위권 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한다.
# 전문가들의 예상 적중한 팀은 kt
4명의 해설위원들은 올 시즌 꼴찌 후보로 kt 위즈를 꼽았다. 시범경기에서 7승1무3패의 성적으로 1위에 올랐던 kt였지만 해설위원들의 눈에는 kt의 전력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kt는 전반기에서 28승56패 승률 0.333을 기록하며 10위에 머물렀다. 가을야구 마지노선인 5위 두산과는 15.5경기 차. 현실적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은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가 선발이다. kt 선발진의 평균자책점은 5.93으로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돈 로치와 정성곤, 류희운이 선발진에 남아있지만 돈 로치의 전반기 성적은 16경기 출전 2승8패(평균자책점 5.72)다. 정성곤도 1승9패(평균자책점 9.00)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후반기에는 발목 부상으로 빠졌던 오정복과 어깨 염증에 시달렸던 불펜 투수 엄상백이 돌아온다. kt로선 후반기 동안 5.5경기차를 보이는 삼성과 탈꼴찌 전쟁을 치러야만 한다.
KBO리그는 전반기 내내 선수의 사생활, 심판 매수 파문 등을 겪으며 힘든 시즌을 이어갔다. 후반기에는 더 이상 경기 외적인 문제들로 야구계가 혼란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프로야구의 질적 수준이 올라가야 팬들도 야구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