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후보자는 야당에 집중 검증을 받았다. 언론은 이번 청문회에서 지난 법무부 장관 후보자였던 안경환 후보자 낙마를 이끌어낸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의 현미경 검증을 집중 보도했다. 주 의원은 ‘박 후보자가 소유했던 그랜저XG, 포르테의 차량 2대가 자동차세와 과태료 미납으로 총 30여 차례 압류된 점’과 ‘박 후보자 소유의 송파구 진주아파트가 외삼촌을 거쳐 박 후보자에게 간 것을 두고 증여세 탈루 혐의점’을 집중 추궁했다.
하지만 이보다 박 후보자의 교수 재직 시절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돼 언론에 보도되지는 않았지만 주목할 만한 질의가 있었다. 바로 박 후보자가 교수 재직 시 갈등관계에 있었다는 정황이 있는 허 아무개 연세대 교수로 인해 비롯된 의혹들이다.
주 의원은 “연세대 법대 대학원 박사과정 입학시험을 응시한 대학원생 정 아무개 씨는 헌법과 민법은 90점을 받았지만 박 후보자가 10점을 줘서 불합격된 일이 있다”며 “3과목 합계 점수가 200점 이상이 돼야 합격인데 박 후보자가 상상할 수 없이 낮은 점수를 줘서 불합격시켰다”며 당시 배경 설명을 요구했다. 이에 박 후보자는 “잘 모르겠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박상기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국무위원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여야간 자료제출 요구 공방을 지켜보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박은숙 기자
허 교수와의 갈등 정황은 이뿐만이 아니다.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대학원생에게는 완전히 공부를 포기한 학생이 아닌 이상 통상 F학점이 부여되는 경우를 찾기 힘들다. 현재 대학원에 재학 중인 이 아무개 씨는 “대학원에서는 수료해야 하는 학점이 많아서 학부와 달리 보통 F를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F는 골탕 먹이는 수준이다”고 말했다. 그런데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대학원생인 황 아무개 씨는 박 후보자에게 F학점을 받았다. 흔히 볼 수 없는 F학점을 받은 황 씨도 앞서의 정 씨와 마찬가지로 허 교수의 조교라는 배경이 주효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주 의원은 “사회적 약자인 배움을 염원하는 젊은 대학원생들에 대한 보호나 배려가 현저히 부족한 행동으로 대학 교수로 살아온 삶의 궤적을 봤을 때 법무부 장관으로서 상당히 회의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박 후보자는 “(당시 상황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외에도 박 후보자는 연세대 법과대학장 겸 법무대학원장을 맡았을 때 아들이 연세대 인문계열에서 법과대학으로 전과해 특혜 논란이 일었다. 또한 박 후보자가 법무대학원장을 재임 시절 제자로부터 향응성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박 후보자는 “부적절한 향응이나 접대를 받은 적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박 후보자가 고군분투하고 있는 반면 오는 24일로 예정된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는 싱겁게 끝날 것으로 전망된다. 문 후보자가 검찰 내부에서 신망을 받고 있는 데다 국회 법사위에서도 큰 흠결이 나올 가능성이 적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총장 후보에 오른 4인 중 문 후보자를 지지하는 사람이 가장 많았다. 문 후보자는 검찰 내부에서도 오랫동안 ‘총장감’으로 꼽혀 왔고 부드러운 성격에 훌륭한 인품이라는 평이 많다”며 “문 후보자에 대해 나쁘게 말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문 후보자는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회계분석 및 디지털포렌식을 도입하는 데 큰 공을 세운 것으로도 유명하다. 디지털포렌식이란 삭제된 데이터를 복원하거나 암호가 걸려 있는 데이터를 해제하는 등의 방법으로 디지털 증거물을 활용해 수사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관계자는 “법사위에서 법무부 장관은 부적격 인사일 경우 총력을 다하지만 검찰총장은 큰 흠결이 있지 않는 한 건드리지 않는다. 검찰총장은 어느 정도 검찰 내부에서 신망 있는 사람 중에 지명되기 때문에 존중하는 시각이 있다. 인사청문회 도입 이후 지난 2009년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위증 의혹이 일어 낙마한 경우 외에는 낙마 사례를 찾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최근 문 후보자의 재산 관련한 의혹들이 제기되지만 검찰 내부, 외부에서 모두 평이 좋아 문 후보자의 검찰총장 인선 기상도는 맑다고 볼 수 있다.
문 후보자의 검찰총장에 오를 가능성이 여느 때보다 큰 만큼 취임 이후 시점에 관심이 집중된다. 문 후보자를 필두로 ‘대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소윤’ 윤대진 서울중앙지검 1차장까지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가 포진된 점이 주목되고 있다. 많은 사건을 함께 수사한 윤 지검장과 윤 차장검사는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최근 롯데면세점 수사에서도 특수부가 속해 있는 3차장이 아닌 형사부를 관할하는 윤 차장검사가 수사를 지휘한다. 앞으로 윤 차장검사에게 큰 힘이 쏠릴 것으로 전망되는 배경이다.
또한 8월로 예정된 3차장 인선도 관심의 대상이다. 3차장에는 ‘소윤’과 같은 충청도 출신에다 부산지검에서 한솥밥을 먹은 임관혁 특수부 부장검사가 유력하다는 말이 나온다. ‘대윤’이 ‘소윤’을 끌어왔듯 ‘소윤’이 임 부장검사를 끌어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만약 특수통인 임 부장검사까지 3차장으로 발탁된다면 재계 저승사자들로 포진된 검찰로 인해 재계 기상도에는 폭풍이 예고될 가능성이 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검찰 인선을 보면 곧 재벌을 포함한 대형 사정수사를 염두에 두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귀띔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