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발견된 박근혜 정부의 기록물들을 국정기록비서관실 관계자가 14일 대통령기록관 관계자에게 이관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앞서 지난 14일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민정비서관실 공간을 재배치하던 중 7월 3일 한 캐비닛에서 이전 정부 민정비서관실에서 생산한 문건을 발견했다”며 “자료는 회의문건과 검토자료 등 300종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문건에는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지원 검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등이 포함된 걸로 알려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외비로 별도 구분하지 않은 단순한 대통령기록물로 진실 규명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공개된 문건이 대외비에 해당하는 대통령지정기록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법률적인 대응도 검토하겠다며 맞섰다.
김효은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은 15일 논평을 통해 “작년 뜨거운 촛불민심도 열 수 없었던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캐비닛의 빗장이 드디어 풀렸다”며 “진실은 적폐청산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 부대변인은 “혹여 청와대의 문건공개가 정당했는지를 논란삼아 과거 정부에서 일어났던 국가와 국민을 무너뜨린 일련의 행위들을 덮으려는 시도는 있을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며 “2014년 정윤회 문건을 유출문제로 왜곡, 국기문란 운운하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했던 결과를 잊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나씩 드러날 무시무시한 진실을 마주하기 두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철저한 수사를 통해 권력에 의해 저질러졌던 수많은 폐단들이 하나씩 정리되고 정의를 바로세우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강훈식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전날 현안 브리핑을 통해 “이 문건은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가 최순실 국정농단에 조직적으로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핵심증거가 될 것”이라며 “국회도 ‘대통령지정기록물’이 아닌 ‘대통령기록물’이므로 운영위원회를 열어 국정농단에 대한 진실규명을 여야가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이 1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실 자료를 캐비닛에서 발견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야당은 이번 청와대의 문건 공개시기에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재판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검찰 기소 전까지 당원이었던 자유한국당은 법적 대응도 고려하고 있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대통령지정기록물은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17조에 따라 열람·사본제작 등을 허용하지 아니하거나, 최장 30년간 공개가 제한된다”며 “하지만 청와대는 자료에 ‘비밀’ 표기를 해놓지 않았기 때문에 지정기록물의 아니라며 자료를 공개하고 사본을 특검에 넘겼다. 아전인수격 해석이 아닐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 대변인은 “구분이 돼있지 않았다면 전임 청와대 관계자나 대통령기록관리전문위원회와 사전협의를 했어야 했다”며 “청와대는 자의적으로 판단해 갑작스레 생중계 요청까지 하며 자료를 공개하는 등 호들갑을 떨었다. 특검의 치어리더 노릇을 하기로 작정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끝으로 “청와대가 직접 나서 대통령기록물까지 넘겨주며 노골적으로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은 과거 정부에서는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청와대의 이번 조치는 충분히 법률 위반의 소지가 있으며, 정치적 의도가 의심된다”며 “이번 사건과 관련해 당 차원의 법률적 논의와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은 “청와대 캐비닛에서 발견된 ‘박근혜 정권 민정 자료’가 국정농단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자료가 되기를 기대한다”면서도 “정부여당은 청와대 캐비닛 자료를 야당 시절 정부 문건 폭로하듯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양순필 국민의당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 “청와대는 지정기록물 여부를 철저히 검토하지 않고 문건 내용 일부를 공개해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했다. 민주당도 잇따라 논평을 내며 이번에 발견된 자료를 근거로 전 정권을 더 몰아붙이는 정치공세를 펼치고 있다”며 “이런 민감한 자료일수록 정부와 여당이 매우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바른정당은 “국정농단 사태의 전모가 객관적으로 낱낱이 밝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종철 바른정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청와대는 엄격한 법적 검토 하에 논란의 여지없이, 검찰에 제출할 수 있는 자료는 가감 없이 전달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