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훈이 돌아왔다. <미생> 뒤 좀처럼 보이지 않던 그가 신세경 옆에서 파마한 머리를 내밀고 나섰다. tvN 월화 드라마 <하백의 신부 2017>에서 신재훈은 ‘유상유’ 역을 맡았다. 물의 신 하백(남주혁)과 인간 소아(신세경)를 이어주는 ‘물’이 됐다. 돌아온 물, ‘보통의 존재’ 신재훈과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엘 쁠라또>에서 만나 ‘보통의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임준선 기자 joonko1@ilyo.co.kr, 장소 협조=엘 쁠라또
지난 3일부터 <하백의 신부 2017>이 방영됐다. 신재훈은 소아 곁을 지키는 오빠 같은 남동생, 아빠, ‘키다리 아저씨’ 역 유상유다. 소아의 아빠는 고아인 유상유를 소아와 함께 키운 뒤 사라졌다. 소아가 의사가 되자 유상유는 소아 곁을 지키는 간호사가 됐다. 자신을 키워 준 소아의 아빠에게 빚을 갚으려 소아 곁을 늘 맴돈다.
유상유는 건조하고 뜨거운 소아에게 물을 적셔준다. 소아에게 끊임 없이 구박을 받으면서도 ‘늘 거기 있는 사람’이다. 인간인 소아와 물의 신 하백이 잘 영글 수 있게 중간에 섰다. 신재훈은 유상유 역할을 소화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유상유는 소아의 보호자 느낌이다. 근데 또 참 그게 오묘하다. 소아의 아빠는 고아인 유상유를 키워주고 또 다른 아이들을 돌보러 멀리 떠났다. 그에게 진 빚, 소아 이복 남동생로서의 역할, 소아 아빠의 빈자리 모두 내 몫이다. 늘 아빠이자 오빠 같은 남동생이어야 했다. 보호자니까 어떻게 보면 화수분인 셈인데 그렇다고 막 퍼주는 건 또 아니다.
특히 그 어딘가의 ‘사랑’ 사이에서 감정 조절하는 게 무척 힘들더라. 가족의 사랑, 그런데 혈연은 아니니 말이다. 그런 게 참 복잡했다. 무언가 집어 던지고 화내고 울고 웃고 하는 감정 표현은 차라리 쉽다. 유상유는 뭔가 늘 중간에서 있어야 하는 사람이다. 상황 사이에서 결을 맞추기가 힘들었다.”
사진=임준선 기자 joonko1@ilyo.co.kr, 장소 협조=엘 쁠라또
우리는 배우가 소리지르며 분노하고 크게 울며 눈물을 쏟을 때 “저 배우 연기 잘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프로듀서나 감독 등 ‘방송 빠꼼이’가 꼽는 좋은 연기는 ‘덤덤한 연기’다. 어떤 상황에서든 늘 있는 일처럼 보이는 일. 일상에 뿌려진 모든 감정을 그냥 보통 날처럼 내놓는 일. 그걸 ‘좋은 연기’라 부른다.
신재훈에게 이런 보통의 존재 연기는 낯설지 않다. <미생>에서 그는 유 대리 역을 맡아 희대의 ‘개저씨’ 마 부장(손종학)과 찌질한 정 과장(정희태), 분노조절장애 하 대리(전석호), 차가운 안영이(강소라) 사이에서 보통의 존재를 연기했다. <미생>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릴 때 시청자 대부분 신재훈의 연기를 보며 유 대리를 ‘가장 현실적인 회사원’으로 꼽았다.
사진=임준선 기자 joonko1@ilyo.co.kr, 장소 협조=엘 쁠라또
드라마든 영화든 주연 배우 확정이 흥행을 좌우하는 첫걸음이다. 주연 배우는 삶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수놓는 애인 같은 존재다. 애인이 사라지면 슬프다. 그렇다고 죽진 않는다. 그런데 물이 없으면 죽는다.
신재훈은 늘 결을 따라 움직인다. 결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마치 물처럼 말이다. 우린 일상에서 물을 특별하게 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물 없이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물, 그 일상적인 존재가 주는 ‘보통성’이 신재훈의 모든 것이다.
지난 2014년 말 신재훈은 <미생> 때 자신의 이름을 처음 세상에 알리며 한가지 목표를 세웠다. 네이버에 ‘신재훈’을 입력했을 때 동명이인 가운데 자신이 가장 앞에 나오는 그 날을 꿈꿨다. 현재 네이버에서 신재훈을 치면 가장 앞에 나오는 게 그다. “또 다른 목표를 세워야 하지 않겠냐” 물었다. 그가 말했다.
“그냥 지금처럼 극 안에서 보통의 존재로 끊임 없이 살아가고 싶다. 공기나 물이나 햇빛 그런 거 있지 않나. 그 결 따라서 쭉.”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
신재훈이 따라온 결 1981년생 부산 사하구 출신 부산 해동고등학교 - 영산대 연기연출학과 2006년~2009년 극단 연희단 거리패 2010년 뮤지컬 <록 오브 에이지> 2011년 뮤지컬 <삼총사> 2013년 연극 <혜경궁 홍씨> 2014년 tvN 드라마 <미생> 2017년 영화 <왕을 참하라> 2017년 tvN 드라마 <하백의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