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문채원이 출연한 영화 ‘그날의 분위기’ 스틸컷.
최근 배우 문채원이 2년간 자신을 괴롭혀 왔던 SNS 스토커를 고소해 법정에 세웠다. 지난 4월 문채원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문채원의 남자친구가 바로 나다”라는 내용의 댓글을 지속적으로 게시한 백 아무개 씨(46)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했다.
백 씨는 2015년부터 문채원의 남자친구를 자칭하며 “슬슬 문채원이 나를 (남자친구로) 소개할 때가 됐다” “문채원이 SNS에 올리는 글들은 모두 나를 가리키는 것”이라는 허위 글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2부(부장검사 명점식)는 지난 6월 29일 백 씨의 혐의가 인정된다며 구속 기소했다. 백 씨는 구속직전까지도 자신의 블로그에 문채원과의 연인관계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SNS 스토커는 기존의 일반적인 스토커와는 달리 자신이 집착하는 대상에게 실제로 접근하는 일은 거의 없다. 직접 만나는 것보다 오히려 SNS를 이용하는 편이 연예인과의 사이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크다. SNS를 통해 불특정 다수가 자신의 행위를 지켜보고 비난하는 것을 ‘나와 연예인의 사이를 인정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채원의 인스타그램에 자신이 문채원의 남자친구라는 댓글을 지속적으로 게시해 온 백 씨.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이 같은 SNS 스토커들은 처벌을 받은 이후에도 같은 범행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후 대책이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작 이들을 제재할 수 있도록 명문화된 법안이 마련되지 않거나, 사후 방지책을 위한 별도의 명령 신청도 다소 어렵다는 지적이 따른다.
일반적인 스토커에 대해서는 물리적인 거리를 지정하고 접근을 금지하는 ‘접근금지명령’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수 있다. 접근금지가처분은 이 같은 물리적인 접근이나 전화, 문자, 이메일 연락 등 ‘통신매체’를 이용한 접근을 금지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이 같은 접근금지명령이 SNS를 이용한 접근 또는 유사 스토킹 행위에 대해서까지 이뤄진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설령 피해자의 SNS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명령이 내려진다고 할지라도, SNS는 직접 상대방의 계정에 글을 올리지 않아도 연락을 취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접근금지라는 명령 자체가 소용이 없어진다.
예컨대 상대방의 SNS 계정에 직접 찾아가지 않고도 자신의 SNS에 상대방 계정 이름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접근금지를 신청하더라도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SNS에서 익명으로 스토킹을 하는 경우라면 문제는 더욱 까다로워진다. 이번 문채원의 SNS 스토커는 자신의 인적사항과 휴대전화 번호를 블로그에 공개했기 때문에 신속하게 수사가 진행될 수 있었다. 그러나 SNS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정보를 일절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해외의 수사 협조도 착수에 이르기까지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피해를 본 연예인 측도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저스트의 이종찬 변호사는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거나 접근금지가처분을 신청하는 경우에는 신청자나 수사기관이 상대방을 특정할 수 있어야지만 진행이 가능하다”라며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처럼 해외 업체의 협력이 필요한 사안이라면 이 같은 상대방 특정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므로 접근금지가처분 신청 진행이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특정하더라도 접근금지명령과는 별개의 가처분 신청을 함께 해야 할 것이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SNS를 이용한 스토킹 행위에 대해서는 물리적인 접근 내지는 전화, 문자, 이메일 등 통신매체를 이용한 접근을 금지하는 것이므로 SNS를 통한 ‘접근 그 자체’를 금지시키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스토커가 자신의 SNS에 글을 게재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시키는 것은 접근금지와는 다른 유형의 가처분을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 예컨대 ‘연예인 관련 글 게재 금지 가처분 신청’ 등으로 별개의 가처분 신청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