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철곤 오리온 회장. 사진=일요신문 DB
18일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부장검사 이진동)는 200억 원대 횡령과 4억 원대 미술품 횡령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된 담철곤 회장에 대해 전날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앞서 동양그룹채권자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담 회장과 아들을 증여세 포탈 혐의로 고발했다. 이어 담 회장의 처형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도 동양사태 피해자들의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해 재산을 은닉했다고 함께 고발했다.
담철곤 회장은 이혜경 전 부회장과 오리온의 포장지 전문업체 아이팩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아이팩은 동양그룹 창업자인 이양구 회장이 차명으로 소유하다가, 사후에 그의 처인 이관희 여사와 두 딸 이혜경 전 부회장, 이화경 부회장 등에 주식 47%을 상속했다. 관리는 담 회장이 맡았다.
담 회장도 2011년 아이팩 등 위장계열사를 통한 비자금 조성과 회삿돈 횡령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으며 “이양구 회장의 상속지분을 제3자가 차명으로 보관하고 있었다”고 시인한 바 있다.
이후 담 회장은 이 아이팩 주식을 홍콩에 세운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인수했으며, 아이팩을 지난 2015년 6월 합병해 오리온 안산공장으로 편입시켰다.
하지만 이혜경 전 부회장은 “동생과 제부가 아이팩 지분을 소유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어떤 문의를 해온 적도 없고, 지분을 넘기는 것도 동의해 준 사실이 없다”며 “선친에 상속받은 아이팩 주식을 담 회장이 부당하게 가로챘다”는 입장이다.
이어 이 전 부회장 측은 “아이팩 지분 가치를 최소 200억 원, 최대 1000억 원 규모로 고소장에 적시했다”며 “돈을 돌려받게 되면 동양 피해자들의 변제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검찰에서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담 회장과 아들 등 피고소인 모두를 무혐의 처리한 것이다.
또한 검찰은 4억 원에 달하는 회사 소유의 고가 미술품 2점을 모조품으로 대체한 혐의(횡령)로 시민단체에 의해 고발된 사건에 대해서도 담 회장은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11월 담철곤 오리온 회장이 횡령한 아이팩을 환수하라며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발장을 접수한 동양증권 피해자. 사진=이종현 기자
반면 수사과정에서 담 회장의 부인 이화경 부회장이 미술품을 횡령한 혐의는 포착해 기소했다. 이 부회장은 오리온이 보유하고 있는 미술작품의 매입·매각, 전시, 보존, 임대 등 관리업무를 총괄해왔다.
검찰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2014년 2월 경기 양평군의 연수원에 있던 오리온 소유의 미술품을 계열사 임원에게 자택에 가져다놓도록 지시하고, 진품이 있던 자리는 모조품으로 대체했다. 이 작품은 마리아 퍼게이(Maria Pergay)의 ‘트리플 티어 플랫 서페이스 테이블(Triple tier flat-surfaced table)’로 시가 2억 5000만 원에 달한다.
또한 2015년 5월 계열사 쇼박스로부터 임차해 서울 용산구 소재의 오리온 본사 건물 부회장실에 보관하던 작품도 직원에게 지시해 자택으로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 작품은 장 뒤비페(Jean Dubuffet)의 ‘무제(Untitled)’로 시가 1억 7400만 원이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