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이 단독 입수한 ‘부산가정법원 개명 신청 현황(2016년~2017년 5월)’에 따르면 ‘박근혜’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시민 4명이 부산가정법원에 개명 신청서를 제출했다.
2005년 대법원 판례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개인의 권리 보장 차원에서 개명을 허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아무개 씨 4명이 자신의 이름을 다른 이름으로 바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대미문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관여한 혐의를 받아 헌정 최초로 탄핵을 당했고 구속 수감된 상태다.
박 전 대통령의 동명이인들이 ‘박근혜’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를 거부한 셈이다.
실제로 ‘부산가정법원 개명 신청 현황(2016년~2017년 5월)’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16년 10월 이전까지는 개명신청 제출 건수가 없었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본격화된 11월부터 개명신청 건수가 늘어났다.
박 아무개 씨는 2016년 11월 29일 부산가정법원에 개명신청서를 제출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며 3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지만 촛불민심은 들끓었다.
다른 박 아무개 씨는 2016년 12월 14일 개명신청서를 냈다. 이날은 국회가 박 전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하고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 준비를 시작한 시기다.
2017년 1월 4일 부산가정법원은 박 아무개 씨의 개명신청서를 또 접수했다. 이날은 박 전 대통령이 2015~2016년 재벌 총수들을 독대하고 특혜를 약속했다는 의혹이 쏟아져 나온 시기다.
마지막으로 또 다른 박 아무개 씨는 5월 29일 개명신청서를 냈다.
흥미로운 사실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공범과 동명이인들도 개명신청서를 제출했다는 점이다.
‘부산가정법원 개명 신청 현황’에 따르면 부산가정법원은 2016년 12월 5일 안 아무개 씨의 개명신청서를 접수했다.
안 씨는 안종범 청와대 전 정책조정수석비서관과 동명이인이다. 안 전 수석은 대기업들을 압박해 최순실 씨가 주도해 만든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774억 원을 출연하도록 강요한 혐의를 받아 구속됐다. 안 전 수석은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의 ‘키맨’이었다.
2016년부터 2017년 5월까지 1년 5개월 동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동명이인의 개명신청 건수는 2건이었다. 이 아무개 씨도 2017년 3월 31일 부산가정법원에 개명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에게 거액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됐다.
다른 이 아무개 씨는 2016년 4월 18일 개명신청서를 제출했다. 시기상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개명 신청으로 보인다.
한편 ‘김기춘’ ‘우병우’ ‘최순실’ ‘정유라’ ‘장시호’ ‘김종’ ‘차은택’ 등 국정농단 사건의 다른 공범과 동명이인들이 같은 기간(2016년부터 2017년 5월까지) 부산가정법원에 개명신청서를 제출한 사례는 없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