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일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크렘린 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UN안보리를 중심으로 보다 강도 높은 추가적 대북제재가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그 핵심 사안으로 ‘대북 원유 지원’이 떠오르고 있다. 이는 곧 매년 북한에 원유를 지원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 모두 새로운 제재안에 ‘원유지원 제재’를 포함시키는 것을 두고 반대 의사를 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중국은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매년 북한에 원유를 공급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공급은 정확히 말하자면, 무상지원이 아닌 무상에 준하는 수준의 유상지원(특혜)을 의미한다. 일반적인 유상거래는 제외다.
필자가 북한 내부관계자를 통해 파악한 바에 따르면 김정은이 실권을 쥔 2012년 중국은 북한에 56만 톤의 원유를 지원했다. 이 중 대부분은 친중 인사였던 실세 장성택이 특사로 중국을 방문했던 2012년 8월 이후에 지원된 것이다. 중국은 그 이듬해인 2013년에도 북한에 120만 톤의 원유를 지원했다.
그러나 장성택 숙청 이후 북-중 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됐고, 2014년 중국의 대북 원유지원은 12만 톤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2015년에는 유상거래를 제외하곤 원유지원이 뚝 끊어졌다. 그러던 것이 강력한 대북제재가 시행됐던 지난해 중국은 20만 톤 이상의 원유를 북한에 지원한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은 최소한 연간 100만 톤의 원유가 필요하다. 지난해 중국이 지원한 20만 톤의 원유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하지만 북한 내부 경제 및 산업은 그럭저럭 버텨냈다. 그 부족한 원유는 러시아로부터 지원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된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 속에서도 러시아는 지난해와 올해 북한과의 석유 거래량을 늘려가며 중국을 대신해 북한의 젖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제사회에선 우려를 나타내며 추가적인 대북제재를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제사회에선 북한이 소원한 중국과의 관계에서 벗어나 러시아 등을 통해 원유 공급의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필자가 최근 북한 내부 관계자를 통해 얻은 정보에 따르면 러시아의 대북 원유 지원에 중국이 깊게 협력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내부 관계자가 전한 사정은 대략 이러하다. 일단 러시아가 북한에 원유를 공급하는 라인은 극동지역의 원유 및 가스다. 이를 다루는 회사는 러시아 국영 가즈프롬회사(한때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전 대통령이 총재로 재직했던 회사)다. 러시아 전반은 물론 극동지역의 원유 및 가스 거래는 대부분 이 회사를 통하게끔 되어 있다.
러시아 내에서도 원유와 가스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취급되는 전략자원이다. 문제는 이 극동지역의 원유 대부분은 이웃국가 중국으로 수출된다는 것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원유 수입국이며 러시아 극동지역의 원유 역시 주요 거래처다.
중국은 러시아 극동지역의 원유 수출을 주관하는 국영 가스기업인 가즈프롬회사에 100% 선결제 방식의 거래를 취한다는 후문이다. 가즈프롬회사를 통해 수출되는 원유 및 가스 대부분은 중국이 사들인다. 이는 중국의 국가출현기업 ‘신동북아투자지주유한공사’가 러시아 가즈프롬회사와의 독점적 협력 규정으로 사들이는 것이다.
이러한 특이한 구조 탓에 러시아가 북한에 일부 원유를 수출하기 위해선 절대적으로 앞서의 중국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이미 중국의 선결제된 원유이기 때문에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가즈프롬회사에서 북한으로 들어가는 원유나 가스 중 일부는 중국이나 홍콩, 싱가포르 명의의 무역회사를 거치는 경우도 꽤 많다. 대북제재를 하고 있는 국제사회의 눈을 가리기 위한 술책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의 북한 내부관계자는 러시아의 대북 원유 지원은 이러한 구조 탓에 절대적으로 중국의 후방 지원과 결탁이 존재하지 않고서는 성립되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물론 여기에는 강력한 대북제재 속에서 중국과 러시아 모두 양국 간 윈-윈 전략이 투영돼 있다.
북한 라선특별시에서 준공된 라진항 3호 부두의 모습. 연합뉴스
일단 중국과 러시아 모두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대해 적극적으로 동참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원유지원 제재’를 포함한 새로운 대북제재 안에 대해 두 국가 모두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중국은 그럼에도 국제사회의 압박 탓에 과거처럼 맘 놓고 대북 원유 지원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의 대미 무역 의존도 탓에 더더욱 그러하다. 결국 점점 늘어나는 러시아 국립전략자원 기업의 대북 원유 지원량은 중국 중앙정부가 내세운 국영기업이 정밀히 의도한 분산이고 암묵적인 후방 지원인 셈이다.
러시아 역시 마찬가지다. 푸틴 러시아 정부는 2014년부터 끊임없이 동방진출 노선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는 북한과의 협력이 필수다. 시베리아 가스관 연결 등 경제적 사업도 마찬가지지만 동북아에 군사적 영향력을 꾀하고 싶은 러시아는 북한에 끊임없이 나선지역 3호 부두를 요구하고 있다. 겨울에도 얼지 않는 나선 3호 부두는 러시아 극동함대 주둔지로서 최적지다.
물론 아직까지는 북한이 러시아의 요구에 부정적 의사를 표하고 있지만, 북-러 간 협상이 훗날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러시아로서는 국제적 대북제재를 차치하고서라도 동방진출 노선에 있어서 대북 협력이 필요하다. 대북 원유 수출을 늘린 것은 훗날 대북 협력을 위한 협상에 있어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요긴한 떡밥일 수도 있다.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겸 세종연구소 객원 연구위원)
정리=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