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군다나 효성은 다른 재벌그룹과 달리 지난 정부와 큰 관련이 없다. 국정농단의 주역으로 꼽히는 최순실 씨와 얽힌 정황도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탄탄대로인 효성에 ‘고춧가루’를 뿌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것도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일어난 일이다.
7월 12일 효성그룹에서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담당하는 부서의 팀장와 팀원 등이 구속됐다. 이는 2013년 효성이 동유럽 루마니아에서 따낸 태양광 사업이 발단이 됐다. 루마니아 태양광 사업은 사업규모 3000억 원에 달해 효성의 해외 시장 개척의 성과로 홍보되기도 한 사업이다.
서울 마포구 효성본사 전경. 박정훈 기자
당시 효성그룹의 A 팀장, B 팀원은 효성의 루마니아 태양광발전소 공사와 관련해 하도급업체인 C 사 대표로부터 청탁을 받았다. C 사는 효성으로부터 약 200억 원 규모의 하도급 공사를 계약한 업체였다. C 사 대표는 A 팀장, B 팀원에게 유리한 공사대금 협상과 빠른 공사대금 결제 등을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C 사 대표는 이 같은 요구와 함께 A 팀장과 B 팀원에게 약 20억 원을 전달했다.
수사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파악한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A 팀장과 B 팀원은 12일 구속됐다. 약 4년 전 내용을 파악해 구속까지 집행한 이번 건은 검찰의 수사 능력이 빛을 발했다고 볼 수 있다. 구속되기 전 두 직원은 나란히 효성을 떠났다. A 팀장은 6월, B 팀원은 3월에 퇴사했다.
두 직원의 구속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뇌물죄가 적용되는 공무원도 아니고, 소재가 분명하고 신분이 확실한 대기업 직원이 재판 전 구속된 경우는 흔치 않다”면서도 “금액이 20억 원에 달할 정도로 커서 구속된 것으로 판단된다. 2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 전부 인정될 경우 재판에서 양형위원회 양형기준안에 따라 징역 5년 정도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최근 정권 차원에서 대기업이 하도급 업체를 향한 ‘갑질’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을 때 터진 건이다. 과거의 일이고 개인비리라 하더라도 시기가 좋지 않아보인다.
또한 20억 원가량의 거액을 직원 두 명이 유용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효성 내부의 시스템적 문제도 지적된다. 이들이 수십억 원을 받았음에도 4년 동안 전혀 파악조차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한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에서 직원 몇 명이 20억 원을 착복하는 게 가능한가. 과거 롯데홈쇼핑의 경우처럼 윗선의 개입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효성 측은 “직원들이 지난 6월, 지난 3월 이미 퇴사했기 때문에 파악을 못했다. 현재 윗선과 관계됐는지, 시스템적인 문제였는지 등을 파악 중이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