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사당. 일요신문DB
국회의원들은 통상 7월 말에서 8월 초 휴가를 다녀온다. 국정감사 등 주요 일정을 피하기 위해서다. 한 의원실 보좌진은 “더 늦어지면 국정감사가 있기 때문에 휴가를 8월 중순 이후로 미룰 수가 없다. 대개 7월 말에서 8월 초 사이에 일정을 잡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좌진도 “작년엔 4·13 총선이 있어 선거가 끝난 뒤 해외로 휴가를 갔다 왔다”고 했다.
대부분 국회의원은 비공개로 휴가를 보낸다고 한다. 보좌진조차 모르게 휴가를 다녀오는 의원들도 적지 않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보통은 외부에 비공개로 하고 휴가를 다녀온다. 휴가 기간 밖에서 의원님을 찾으면 ‘지역에 내려가셨다’고 말하곤 한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실 관계자도 “작년에 의원님이 주말 껴서 3일 국내 여행을 다녀오셨다. 어디 가신다고 하길래 ‘왜 가시지’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게 휴가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앞서의 의원실 보좌진은 “휴가가 외부에 알려지면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괜히 일 안 한다고 비춰질 수도 있고 상당히 조심스럽다”고 귀띔했다. 보좌진들은 국회의원 일정에 맞춰 휴가를 잡아야 한다. 그마저도 방을 비워둘 수 없기 때문에 직원들끼리 날짜를 조정해서 휴가를 다녀온다.
이처럼 휴가를 다녀오는 경우는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다. 일 년 내내 휴가를 다녀오지 못하는 보좌진들도 상당수라고 한다. 한 중진 의원 보좌진은 “의원님이 이번에 휴가를 가지 않아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한 상임위원장실 보좌진도 “의원님이 휴가를 안 간다. 주말에 잠깐씩 쉬는 정도다. 우리도 휴가가 따로 없다. 의원님 외국 일정 있을 때 한 번씩 쉬는 개념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국회 사무처는 협조 공문을 의원실로 보내 ‘연차 휴가 활성화’에 나섰다. 이를 두고 보좌진들 사이에선 ‘꿈같은 이야기’라며 불만을 쏟아낸다. 한 초선 의원실 보좌진은 “인사청문회 준비가 바빠서 휴가 얘기는 꺼내지도 못 하고 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어쩌겠냐”고 했다. 또 다른 보좌진도 다들 바쁜데 나만 휴가 간다고 할 수 없지 않냐. 눈치 볼 새도 없이 휴가철이 지나가버리곤 한다. 어딜 놀러가지 않더라도 조금 쉬고 싶다”고 했다.
국회 관계자들이 이용하는 SNS ‘여의도 옆 대나무 숲’에도 비슷한 민원이 올라왔다. 한 익명의 국회 관계자는 “국회사무처에서 연가 사용 활성화 협조 요청에 관한 회보가 왔다. 지금 같아선 연가 사용이라니, 꿈같은 이야기다. 300명의 의원님 중에 몇 분이나 연월차 개념이 있으신지 정말 궁금하다. 5%의 의원실이라도 자유롭게 연·월차를 쓰고 있을지”라면서 “법으로 정해진 연·월차만큼은 자유롭게 쓰는 회관이 됐으면 한다”고 적었다.
보좌진들의 휴가는 법에도 명시돼 있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15조(연가 일수)에 따르면 재직 기간에 따라 연가 일수가 발생한다. 법에 따르면 연가를 사용하지 않은 경우엔 예산의 범위에서 연가 일수에 해당하는 연가 보상비를 지급하는 것으로 연가를 대신할 수 있다. 또한 사용하지 않고 남은 연가 일수를 최대 3년까지 이월해 사용할 수도 있다. 한 보좌진은 “입법 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만큼 법의 테두리 안에서 권리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