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되는 부분은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BIS 비율)이다. 은행을 신설할 때 지분 4%를 초과한 최대주주(비금융주력자가 아닌 자)는 은행법시행령에 따라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요건 중 하나는 BIS 비율이 8%를 넘는 동시에 업계 평균치를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2015년 6월 말 기준 우리은행의 BIS 비율은 14%로 국내은행의 평균인 14.08%(당시 잠정치로 확정치는 14.09%)에 미치지 못했다. 우리은행은 분기말이 아닌 최근 3년간의 BIS 비율로 법률해석을 요청했고 금융위는 이를 수용했다. 우리은행이 금융위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우리은행의 3년 평균 BIS 비율(14.98%)은 국내은행의 3년 평균(14.13%)보다 높았다.
한편 은행법에 따라 은행 주주의 지분이 일정 한도를 초과하면 금융위에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은행업감독규정 시행세칙 별책서식 29호 ‘동일인 주식보유한도 초과보유 승인 신청서’에 BIS 비율을 표기하는 란에는 ‘해당 기관이 은행인 경우 최근 분기말 현재 BIS 비율’이라는 주석이 달려 있다. 또 K뱅크의 다른 주주인 한화생명 역시 K뱅크 예비인가 과정에서 2015년 2분기 말 기준으로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금융업계에서는 최근 분기말을 기준으로 삼는데, 금융위가 3년 평균으로 유권해석을 내린 건 논란의 여지가 있다.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2016년 6월 금융위는 은행법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신설 은행 최대주주의 BIS 비율이 업계 평균을 넘어야 한다는 요건을 삭제했다. 김영주 의원은 “2015년 6월 말 14%였던 우리은행의 BIS 비율은 2016년 3월말에 13.55%까지 하락했다”며 “경우에 따라 본인가 과정에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 셈”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금융위가 K뱅크 인가 과정에서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금융위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인가 과정에서 자의적 법령해석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금융위는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다양한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과거 3년 평균 BIS 비율이 넘어서는 경우에도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유권해석했다”며 “(요건 삭제는) 개정 은행법의 후속조치로 재무건전성 요건이 없는 여타 금융법령과 균형을 맞춰 정비하는 일환으로 추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금융위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다. K뱅크를 주도한 KT는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발표 전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이동수 전 KT 전무를 영입했다. 또 당시 인터넷전문은행 본인가를 책임진 A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은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실 선임행정관에서 2016년 8월 금융위로 자리를 옮긴 사람이다. A 국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도 증인으로 출석하는 등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도 연관이 있는 인사다. A 국장의 후임으로 온 B 전 행정관은 은행법시행령 개정을 추진한 금융위 은행과장 출신이다.
게다가 당시 우리은행의 최대주주는 지분 51.04%를 보유한 예금보험공사(예보)로 정부의 영향력 아래 있었다. 공교롭게도 우리은행의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관련 이사회에 참석했던 두 명의 사외이사는 정치권과 연관이 있는 인사들이었다. C 우리은행 전 사외이사는 한나라당 부대변인, 17대 대통령선거대책위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D 전 사외이사는 19대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선거 캠프에서 활동한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멤버다.
우리은행은 인터넷전문은행 진출 의지를 갖고 KT와 손을 잡았을 뿐, 일련의 의혹과 상관이 없다고 주장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당시 투자자로서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발전 가능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며 “중간의 과정들은 법률적인 해석을 거쳤고 금융당국의 유권해석을 받아 진행된 부분이라서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지난 4월 3일 K뱅크 출범식 모습. 사진=K뱅크
오히려 우리은행이 외부 압력으로 K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우리은행 분기보고서에는 K뱅크 주식 취득 목적을 ‘정책적 출자’로 분류하고 있다”며 “이 투자가 자발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외부의 압력이나 거절할 수 없는 요청에 의해 이루어진 것일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KB국민은행은 카카오뱅크의 출자목적을 ‘단순 투자’로 분류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정책적 출자라는 게 우리은행의 내부 정책에 따라 출자했다는 의미”라며 “NICE평가정보, 한국감정원, 한국예탁결제원 등 유사한 업무 관계를 가진 회사들에 대해서는 모두 정책적 출자라고 표현했다”고 해명했다.
K뱅크는 이번 의혹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K뱅크 관계자는 “K뱅크는 인가 과정에서 금융위의 적법한 절차를 거쳐 탄생한 것”이라며 “이에 대한 해명은 금융위에서 충분히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청문회에서 “금융위 직원들이 의도를 가지고 특혜를 줬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며 “그러나 상세한 이야기가 나왔으니 금융위원장으로 일을 시작하면 다시 살펴보고 잘못된 점이 있으면 조치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인터넷전문은행이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게 거는 기대 지난 1일 K뱅크는 ‘직장인K’ 대출을 중단했다. 신용대출이 늘어나고 있지만 대주주 증자가 이뤄지지 않아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은산분리 규제에 따라 산업자본이 보유할 수 있는 은행의 지분은 최대 10%(의결권 있는 지분 4%)로 제한된다. K뱅크의 주요 주주인 GS리테일·한화생명·다날 등은 이미 10%의 지분을 갖고 있다. 따라서 K뱅크가 유상증자를 하려면 모든 주주가 지분과 동일한 비율로 증자에 참여해야 한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은 자본금이 수백억 원대에 불과해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는 부담스럽다.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지난 17일 최 위원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은산분리 원칙은 어떤 경우에도 확고하게 유지해야 한다”면서도 “인터넷전문은행은 금융혁신과 부가가치를 높인다는 차원에서도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K뱅크가 특혜 의혹에 휩싸이면서 당분간 은산분리 규제 완화와 관련해 반대의 목소리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실상 KT가 주인인 K뱅크에 또 한 번의 특혜를 주기 위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 문제는 꺼내지 않기를 당부한다”며 “자칫하면 최 위원장도 특혜 의혹에 휩싸일 수 있으니 진상 규명 전까지는 (규제를 완화하지 않기를) 당부한다”고 전했다. 그렇지 않아도 특혜 의혹에 휩싸인 K뱅크는 당분간 자본 확충마저 쉽지 않아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