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를 빚은 연예인의 복귀를 바라보는 대중의 정서가 대부분 부정적이지만 신정환을 향한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다. 그 반감의 배경은 과거에 저지른 잘못을 진정성 있게 사과하거나 관련해 구체적인 입장 표명 과정을 거치지 않은 탓이다. 일단 방송을 통해 활동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잘못에 대한 면죄부를 받겠다는 듯한 태도로 보이기까지 한다. 상당한 후폭풍도 예상된다.
사진=코엔스타즈 홈페이지
이를 증명하겠다면서 필리핀 현지 병원 응급실에 누워있는 사진을 ‘증거’로 제시했지만 오히려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 스스로 드러낸 결과를 초래했다. 원정도박보다 더 큰 논란은 바로 그 ‘뎅기열 거짓말’에서 시작됐다. “관광을 왔다가 풍토병인 뎅기열에 걸렸다”는 거짓 해명을 내놓은 것이 들통 나 성난 여론에 직면해야 했고, 방송에서도 퇴출됐다.
이후 해외 도피생활을 해온 신정환은 한국으로 돌아와 경찰에 연행될 때에도 연이어 논란을 만들었다.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는, 뒤늦은 귀국이었지만 해외 명품 브랜드를 입은 모습으로 나타나 다시 한 번 공분을 샀다.
‘거짓말’로 인해 방송에서 모습을 감춘 신정환은 복귀를 시도하는 과정에서도 거짓말로 일관해 대중의 마음을 돌려놓는 데 실패한 모양새다. 올해 4월 연예기획사 코엔스타즈와 전속계약을 체결할 때까지도 ‘당장 복귀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던 태도 역시 구설에 오르고 있다. 신정환은 지난 7년 동안 싱가포르에서 아이스크림 가게를 운영하고 일반인 여성과 결혼하는 등 연예계를 떠나 평범하게 지내왔다. 간간이 신정환의 복귀 움직임이 방송가에서 흘러나올 때에도 아니라며 ‘정색’하기 바빴다. 오는 9월 2세 출산을 앞두고 아내를 위해 연예계 복귀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지만 그는 이 과정에서도 대중 정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 리얼리티 프로그램 선택…시청자 마음 돌릴까
신정환이 재기를 노리고 택한 작품은 엠넷이 9월 방송을 준비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신정환과 그룹 컨추리꼬꼬에서 함께 활동한 탁재훈이 같이 출연한다. 탁재훈 역시 불법도박 혐의로 한동안 방송 활동을 중단했고 지난해부터 서서히 복귀에 시동을 걸고 있는 처지다. 이들 두 사람은 시청자로부터 받은 다양한 사연을 선별해 그들이 원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무료 공연도 해줄 계획. 제작진은 그 과정을 가감 없이 담아낼 생각이다. 특히 ‘초심 회복 프로젝트’라는 부제에서 짐작할 수 있듯, 신정환은 갓 데뷔한 신인의 마음으로 돌아가 대중과 가깝게 소통하겠다는 의지다.
신정환은 7년 만의 방송 복귀를 알리며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다는 사실이 정말 믿기지 않는다”며 “새롭게 바뀐 방송가의 흐름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지만 무엇보다 시청자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그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떨리고 긴장된다”는 심경을 밝혔다.
하지만 과거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으니 반성할 기회를 달라는 등 설명은 담지 않았다. 단지 다시 활동을 시작하는 입장에서 과연 변화한 환경에 적응할지 걱정이고, 시청자가 어떤 반응을 꺼낼지 긴장된다는 개인적인 입장을 반복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신정환의 복귀를 바라보는 여론은 비판을 넘어 싸늘한 비난으로 치닫는다. 대중을 기만한 거짓말로 일관한 그의 7년 전 행동을 잊지 않은 누리꾼 가운데 격앙된 반응을 꺼내는 의견도 많다. 방송 복귀를 결정하기까지 여론을 자신의 편으로 되돌릴 만한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 역시 대중이 지적하는 부분이다.
이렇다 할 설명을 내놓지 않지만 신정환은 일단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방송 프로그램 제작진과의 긴밀한 협의의 결과일 수도 있다. 게다가 일상의 모습을 모두 내보이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만큼 과거 잘못을 반성하는 기회는 방송을 통해 얼마든지 가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예능프로그램의 한 제작 관계자는 “초심 회복을 기치로 내건 프로그램을 택한 것에서는 신정환의 의지가 엿보인다”며 “무턱대고 시청자를 웃기는 프로그램 대신 자신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면서 ‘신인의 자세로 돌아가겠다’는 마음을 드러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 7년 공백…대중과 소통·감각 회복 미지수
신정환의 방송 복귀는 사실 예능프로그램 제자진의 꾸준한 러브콜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논란에 휘말리기 전까지 실제로 그는 방송가에서 ‘예능 천재’라는 수식어를 가졌던 스타로 인정받았다. MBC <라디오스타>가 인기 예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던 배경도 그의 활약이 꼽힌다. 순발력과 유머 감각, 함께 출연하는 상대와의 호흡을 종합하면 ‘신정환 만한 진행자는 드물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방송 관계자들로 받아왔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필리핀 원정도박 이전의 상황이다. 특히 최근 연예인들의 활동을 실시간으로 평가하는 ‘SNS 시대’인 요즘 신정환이 7년 공백의 한계를 뛰어넘어 감각을 회복할지도 미지수다. 게다가 지금은 반감이 팽배한 대중의 정서까지 다독여야 하는 처지다.
이 같은 상황을 신정환이라고 모를 리 없다. 그는 “모든 것은 내가 견뎌야 할 과정이고 시험대”라며 “최선으로 행동하고 진정으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