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하림은 현재 오너 2세의 편법 증여 및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휩싸여 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지난 2012년 장남 김준영 씨에게 비상장 계열사인 닭고기 가공업체 ‘올품’ 지분 100%를 물려줬다.
올품은 하림그룹 지주사인 제일홀딩스의 2대 주주(지분 26.44%) 한국인베스트먼트의 100% 모회사다. 김준영 씨는 물려받은 올픔 지분에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던 지분 5.31%까지 더해 제일홀딩스 1대 주주인 부친 김홍국 회장(29.74%)보다도 많은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김준영 씨가 낸 증여세는 1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 회장이 아들에게 편법 증여로 자산 10조 원대 규모의 하림그룹 지배력을 넘겨줬다는 논란이 일었다.
특히 올품은 김준영 씨에 지분 증여 전인 2011년 매출706억 원에서 지난해 4039억 원으로 급성장했다. 계열사들이 내부 일감 몰아주기로 승계 작업을 도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앞서 김홍국 회장은 이러한 혐의에 대해 기자 간담회를 열고 “아들의 증여세는 증여받을 당시 기업 자산 가치 기준으로 적법하게 납부했다. 현재 자산을 기준으로 증여세를 적게 냈다고 비판하는 건 오해”라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문재인 정부 들어 첫 조사를 하림그룹에 정조준한 것이다. 공정위는 이날 시장감시국 주축의 조사관 50여 명을 하림그룹 본사로 투입해 계열사 간 거래 자료, 매출표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감시국은 검찰의 툭별수사부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곳으로, 대기업의 대규모 내부거래와 불공정거래 행위를 감시, 인지 조사하는 곳이다. 하림은 지난 5월 자산총액 10조 5000억 원을 달성하며,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처음 지정됐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적용 받는다.
한편 공정위가 하림그룹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작으로 일감 몰아주기 조사가 대기업집단 전반에 걸쳐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는 이번 45개 대기업집단 계열사 내부거래 실태 점검을 통해 여러 대기업집단의 부당 지원 행위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