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공장에서 개를 분양받았다 잠복 병으로 떠나보낸 오 아무개 씨의 말이다. 지난해 5월 숨겨져 있던 이른바 ‘강아지 공장’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큰 파문을 낳았다. 강아지 공장은 판매 목적으로 강아지를 대규모로 교배하며 사육하는 농장을 말한다. 좁고 비위생적인 공간에서 물건 만들 듯 비상식적으로 운영돼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강아지 공장은 윤리적 문제뿐만 아니라 비위생적 공간 탓에 건강에도 좋지 않다. 강아지 공장에서 개를 분양받을 경우 치료하지 않으면 치사율이 91%에 달하는 파보 바이러스 등의 병이 잠복해 있을 가능성도 높다. 강아지 공장의 폐해와 개 자체의 건강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강아지 공장에서 개를 분양받는 일을 꺼리게 된 이유다.
이렇게 개를 분양받으려는 사람 대부분이 강아지 공장 출신을 꺼리자 새로운 풍속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반려견 커뮤니티에 집에서 자연스럽게 번식한 ‘가정견’을 분양한다면서 실은 강아지 공장 출신 개를 판매하는 것. 전업으로 강아지 분양을 하는 김 아무개 씨는 “강아지 공장이 문제가 되자 공장견의 주요 유통창구인 숍을 반려인이 꺼리게 됐고, 개를 유통할 창구가 사라진 강아지 공장은 타깃을 커뮤니티 분양으로 돌렸다. 커뮤니티에 무차별적으로 강아지 공장 출신 개가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아지 공장의 모습. 사진=PETA(동물의 윤리적 대우를 위하는 사람들)
반려견 최대 커뮤니티에서는 분당 1개씩 분양 글이 올라온다. 엄청난 글의 양만큼 둔갑된 개를 분양받은 피해자가 나올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피해자들로서는 분양받은 둔갑견이 별다른 병치레 없이 자라면 천만다행이다. 하지만 병에 걸려 분양받자마자 죽는 경우도 많아 트라우마로 번지는 사례까지 나온다.
가정견인 줄 알고 둔갑견을 분양받았다가 병 때문에 죽는다고 해도 제대로 보상을 못 받는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커뮤니티에서 강아지를 분양받았다는 한 이용자는 “업자한테 사기당한 것 같다”며 “그 업자는 핸드폰 번호도, 닉네임도 바꿔 계속 활동하고 있다”고 고발했다.
또 다른 강아지 분양을 하는 김 씨는 “업자들이 경매장에서 개를 사다가 커뮤니티에서 빨리 팔아 버린 뒤에 병이 있거나 죽는 경우 보상하지 않기 위해 전화번호를 바꾸는 경우가 있다”며 “경매장에서 개를 사면 몇 만 원 수준이다. 몇 배 가격을 받고 잠적하는 그런 사람들은 먹튀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귀띔했다.
공장견이 판치는 현실은 최근 개정된 동물보호법으로 인해 약간이나마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3월 2일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됐는데 개정 내용에는 개, 고양이 등을 키워 판매하는 동물생산업이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신고제였기 때문에 신고만 하면 누구나, 어떤 환경이든 개를 번식할 수 있었다. 이 법안은 1년간의 유예기간 후에 시행될 예정이다.
물론 이 법안도 아쉬운 점은 있다. 동물 유관 단체가 주장했지만 법에는 담기지 못한 ‘반려동물 이력관리체계’가 대표적이다. 반려동물 이력체계는 반려동물이 태어나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이력시스템에 등록하고, 등록된 동물만 경매장을 통해 유통할 수 있는 방안이다. 그럼에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뀌어 공무원이 직접 번식장을 확인해 보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가 올 것이라는 게 반려동물 업계의 공통된 생각이다.
법안 시행 전까지 분양사기를 당하지 않기 위해 개인이 조심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커뮤니티나 펫숍의 대안으로 전문 브리더에게서 입양할 것을 추천한다. 브리더는 특정한 견종을 특유의 유전병 발생위험을 줄이고 견종 표준에 적합하게 전문적으로 번식시켜 우수한 개를 배출하는 사람을 뜻한다. 물론 장벽은 있다. 일단 값이 비싸다. 강아지 공장보다 분양 가격이 10배 넘게 높을 수 있다. 또한 제대로 된 브리더를 만나기도 어렵다. 인터넷이나 SNS에서 검색하거나 수소문해야 한다.
브리더들은 만약 브리더를 만날 수 없을 경우 궁여지책으로 커뮤니티에서 여러 가지 조건을 걸고 분양받는 방법을 제시한다. 먼저 가정을 직접 방문해 가정견이 맞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한 반려견 훈련소 관계자는 “가정을 방문한다고 했을 때 꺼리거나, 여러 핑계를 대면서 거부할 경우에는 마음에 든다고 해도 분양 자체를 안 받는 게 좋다. 강아지 공장 출신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라며 “집에 방문해서는 위생 상태와 어미견과 형제견이 맞는지도 확인하고 예방접종 1차, 2차 기록 등도 꼭 체크해보라”고 조언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