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 전 비서관.
5·9 대선 기간 “양비의 지분은 50%, 노영민 전 의원은 30%”라는 말이 여의도 정국에 떠돌았다. 친문(친문재인)계 핵심인 양 전 비서관이 차지하는 캠프의 비중이 컸다는 방증이지만, 역으로 비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양 전 비서관은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함께 대표적인 ‘3철’로 불렸다.
그는 수많은 이들의 ‘시기’와 ‘부러움’을 아랑곳하지 않고 뉴질랜드로 홀연히 떠났다. 떠나는 메시지는 강렬했다. 양 전 비서관은 “나서면 ‘패권’ 빠지면 ‘비선’ 괴로운 공격이었다”면서 “저의 퇴장을 끝으로 패권이니 친문(친문재인) 친노 프레임이니 삼철이니 하는 낡은 언어도 거둬주길 바란다. 비선도 없다”고 밝혔다.
양 전 비서관은 일시 귀국해서도 청와대 참모 일부를 만난 자리에서 “자리를 탐하거나 권력에 취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벌을 받을 것”이라며 “우리가 권력을 잡은 게 아니라 국민이 만들어 줬다. 두렵고 무거운 마음으로 일하면 성공한 정부는 국민이 만들어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7월 22일 출국한 양 전 비서관은 문 대통령과 독대는커녕 전화도 하지 않았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는 따로 만나 당부 말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비서관은 떠났지만, ‘양비 효과’는 대선 직후부터 정국을 흔들었다. 양 전 비서관을 비롯해 이호철 전 민정수석, 최재성 전 의원 등이 모두 백의종군을 선택한 이후 “양비 자리도 없다”는 일종의 방패막이는 문 대통령의 집권 초 파격 인사의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집권 초 문 대통령의 지지율 고공행진에 큰 몫을 한 셈이다.
‘양비 역할론’은 유효할까. 의견은 분분하다. 양 전 비서관의 길은 ▲백의종군 ▲2020년 총선 ▲집권 중후반 때 청와대 복귀 등 크게 3가지다. 그는 대선 기간 측근들에게 “정치할 뜻이 없다”는 의사를 자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출직뿐 아니라 청와대 입성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의중으로 읽힌다.
다만 문재인 정부가 위기에 빠지면 ‘구원투수’로 나설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 내년도 지방선거에서 여권이 참패하거나, 21대 총선 전후로 위기에 빠질 경우 양비가 출격할 수도 있다. 청와대 재입성의 길도 있다. 민주당 한 보좌관은 “문 대통령이 능력 있는 양 전 비서관을 아예 배제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 5년 전 문 대통령을 정치판으로 끌어들인 것도 양 전 비서관의 역할이 컸다. 2012년 총선과 <문재인의 운명> 출간, SBS <힐링캠프> 출연 등 모든 기획의 중심에는 양 전 비서관이 있었다. 그는 지난 대선 땐 비서실 부실장을 맡아 선거운동의 모든 기획을 주도했다. ‘광흥창팀’을 만든 것도 양 전 비서관이다. 결과는 대승. 양비가 진두지휘한 대선 결과는 9년 2개월 만에 ‘3기 민주정부’ 출범으로 이어졌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