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최근 당 대표 출마 의사를 밝혔다. 박은숙 기자
중진급 인사들이 일찌감치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정동영 의원은 7월 11일 “위기에는 제대로 된 장수와 돌파력이 필요하다. 많이 부족한 사람이지만 감히 당을 위기에서 구해보고자 전당대회에 출마하려 한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천정배 의원도 7월 16일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당이 먹는 욕을 제가 다 먹을 생각이다. 완전히 당을 새롭게 하는 데 앞장서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당 대표 출마 결심을 오래전에 했다”고 밝혔다.
손학규 국민의당 전 상임선대위원장과 김한길 전 대표도 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둘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소속 의원들과 스킨십을 늘리며 출마 여부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병호 전 최고위원도 이번 전대에 출마할 전망이다. 문 전 최고위원은 1·15 전대에서 박지원 전 대표에 이어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출마를 선언했거나 자천타천 이름이 거론되는 이들은 하나같이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들이다. 이름값만 보면 치열한 승부가 예상된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민의당의 한 보좌진은 “출마를 선언한 인사들이 지금 우리 당 분위기에 맞느냐는 자조적인 말이 들린다. 이렇게 전대나 하고 있을 때냐는 지적들이 있어서 다들 물 밑에서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 교수 또한 “당이 위기인 상황에서 전대를 연기할 수도 있었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출사표를 던진 인사들 면면을 보면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당내 갈등 문제로 당이 와해되는 분위기에서 이런 걸 불식하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안정감 있는 외부 영입 인사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의 가장 큰 숙제는 지지율이다. 국민의당은 제보 조작 사건으로 정당 지지율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텃밭인 호남에서조차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 빠져 있다. 채진원 교수는 “중진 의원들의 싸움으로 가게 된다면 호남 지지율은 오를지 모르겠다. 하지만 탈당을 밥 먹듯이 하는 인물들이라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엔 한계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때문에 당 안팎에선 새로운 인물이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른바 ‘40대 기수론’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 김성식 최경환 의원과 정호준 비대위원 김철근 구로갑 지역위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앞서의 국민의당 보좌진은 “이언주 의원은 애초부터 당 대표에 도전하려고 했는데 요새는 여론이 너무 안 좋아서 상황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 당 안에서도 자중하라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고 귀띔했다.
40대 기수론에 대한 반응도 엇갈린다. 국민의당의 또 다른 보좌진은 “현재 출마한 인물로는 희망이 없다. 완전히 새로운 국민의당을 만들 수 있는 젊은 인물을 당 대표로 선출해야 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이들이 당내 탄탄한 지지 기반을 갖고 있는 중진에 맞서 선거에서 이길 수 있냐는 현실론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이름이 오르내리는 후보들이 당 내부 인사라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이런 가운데 안철수 전 대표를 따르는 10여 명가량의 친안 초선들 행보가 주목 받는다. 당내 최대 계파인 이들의 선택에 따라 전대 결과가 좌우될 수 있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에 대해 부정적 반응도 적지 않다. 앞서의 보좌진은 “친안계가 와해돼 각자 도생해야 하는 상황이다. 안철수 전 대표가 언제 돌아올 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예전과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누가 ‘소방수’로 등판하더라도 당의 급한 불을 진압하기 힘들 것이란 회의론이 팽배하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민심도 떠나고 당심도 떠난 상황에서 그나마 당에 잔류하고 있는 세력이 남아있는 권력을 놓고 일종의 ‘찢어먹기’ 싸움을 하고 있다. 판을 키워서 나눠 먹는 싸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남아 있는 걸 어떻게 차지할 것인지를 놓고 땅 따먹기 하는 상황과 같다. 그나마 이런 과정에서 당의 혁신을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방법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국민의당은 전대 규모를 간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고심 중이다. 제보 조작 사건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은 ‘체육관 선거’를 치르는 것이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체제 구조도 바꾼다는 방침이다. 우선 득표 순위대로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현행 체제에서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 선출하는 체제로 바꾸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당 혁신위원회는 7월 20일 최고위원회를 폐지하고 당 대표를 보좌하는 상임집행위원회를 설치, 당 대표 권한을 강화하는 단일지도체제 변경안을 제출한 상태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