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사건 이후 창조경제의 핵심사업인 스타트업에 대한 대기업들의 지원 의지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창조경제혁신센터 현황으로 홈페이지 캡처.
창조경제혁신센터(혁신센터)는 창조경제 실현의 핵심 사업인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지원을 목적으로 2014년 9월부터 운영됐다. 전국 17개 시·도에 설립된 혁신센터는 총 18개로, 한 대기업이 1~2개의 센터를 전담해 지원해왔다. 대표적으로 삼성이 경북·대구 혁신센터, 롯데가 부산혁신센터, CJ가 서울혁신센터를 담당했다. 지난 1월 기준 이들 혁신센터를 거쳐 간 창업기업은 1712개에 달한다.
창조경제 기조 아래 유례 없는 스타트업 호황이 지속되자 아예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을 세우는 대기업도 늘어났다. CVC는 대기업이 자회사 혹은 계열사로 두고 있는 벤처투자사로 삼성의 ‘삼성벤처투자’, 롯데의 ‘롯데액셀러레이터’가 대표적이다. 대기업들은 혁신센터의 창업지원 프로그램의 상당수를 CVC와 연계해 진행해 왔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가 ‘최순실 게이트’로 갈 길을 잃자 대기업들의 태도가 변하기 시작했다. 최근 발간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디스플레이 등 주요 대기업의 연례 경영보고서에는 지난해까지 빈번하게 쓰이던 창조경제 문구가 사라졌다. 지난 3월 삼성전자는 대구에 세운 스타트업 육성단지의 이름을 ‘삼성창조경제단지’에서 ‘삼성크리에이티브캠퍼스’로 바꿨다.
일각에서는 창조경제가 흔들리면서 스타트업에 대한 대기업들의 관심이 크게 떨어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당장 투자가 중단되지는 않았지만, 중단을 예고하거나 모기업과 연계 가능성을 일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해 말 SK그룹의 시스템 소프트웨어 계열사인 ‘SK테크엑스’는 한 자동차 인테리어 튜닝 벤처기업과 인수 협상을 벌이다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돌연 백지화했다. 지난해 10월 열릴 계획이던 SK 벤처행사에 해당 기업이 우수사례로 발표될 예정이었던 만큼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최순실 사태’의 영향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SK 벤처행사 역시 취소됐다. 현재 해당기업 서울본부는 사업을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삼성벤처투자에서 지원받던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올해 초 ‘이번이 마지막 투자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토로했다”며 “삼성에서 스핀오프(분사)한 스타트업을 제외하곤 긴장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순실 게이트로 대기업 총수들이 사정당국의 조사·수사의 타깃이 되면서 스타트업 지원사업의 추진력이 약해졌다고 분석한다. 대기업들의 지원은 결국 총수의 의지에 따라 좌우된다는 이유에서다. 한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초기기업 전문 육성 및 투자사) 관계자는 “스타트업과 벤처업계에서는 롯데엑셀러레이터에 특히 기대가 컸는데, 그 이유는 신동빈 회장이 단순 재무적 투자보다 직접 투자, 모회사와 연결 의지를 강하게 보였기 때문”이라며 “현재 3기를 모집 중이지만 아직 모회사와 연계해 사업을 진행했다는 얘기는 거의 들은 적 없다”고 말했다. 앞의 스타트업 관계자는 “한화 임원진도 지난해까지는 창업자들이 모이는 네트워킹 프로그램에 자주 모습을 드러냈는데 요즘은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몇 년간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이 국내외에 다수 생겨났기 때문에 대기업의 영향력이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한 디자인·설계 프로그램 개발 스타트업 관계자는 “2015년부터 혁신센터를 통해 삼성벤처투자에서 직접투자를 받은 기업은 1곳밖에 안 된다”며 “최순실 게이트와 관계없이 원래 국내 대기업은 스타트업에 대한 직접 투자의 의지가 별로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오히려 지난 몇 년 간 스타트업 열풍 때문에 역량이 안 되는 스타트업들도 혁신센터를 통해 지원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라며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들은 이미 국내외 벤처캐피탈에서 투자받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
최근 주목받는 스타트업 셋 2014년에 설립된 로보어드바이저 기업 ‘파운트’(대표:김영빈)는 창업 초기 세계적인 투자자 짐 로저스에게 투자를 받아 화제를 모은 스타트업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투자전문가(advisior)의 합성어로 고도화된 알고리즘과 빅데이터로 금융사의 프라이빗뱅커(PB) 대신 온라인으로 포트폴리오를 관리해주는 서비스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수수료가 저렴하기 때문에 부자들만 받을 수 있다고 알려진 PB 서비스를 일반인들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로보어드바이저 금융상품을 금융기관을 통해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수수료가 그리 낮지 않지만, 미국처럼 비대면 일임계약이 허용되면 0.15~0.5%로 대폭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5월 파운트는 우리은행과 앱을 통해 투자성향을 분석하고 펀드를 추천해주는 애플리케이션 ‘우리로보 알파’를 출시했으며 현재까지 100만 명 이상이 내려받았다. 2014년에 출발한 ‘디랩’(대표:송영광)은 소프트웨어를 통해 아이들이 창업을 체험해 볼 수 있도록 돕는 교육 스타트업이다. 딸에게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프로그래밍을 가르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창업을 했다는 송 대표는 모토로라, 삼성전자 휴대전화 사업부에서 일한 정보통신업계 베테랑이다. 창업 열풍 시대에 아이들이 어려운 프로그래밍을 배워 제품을 제작하고 창업까지 할 수 있다고 알려지며 학부모들 사이에서 반응이 뜨겁다. 올해 초 기준 400여 명의 아이들이 디랩의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벅시’(대표:이태희)는 공항 전문 셔틀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벅시는 출발 지역과 시간을 선택하면 짐을 실을 수 있는 고급 승합차가 원하는 장소에서 픽업, 공항까지 데려다준다. 피곤한 출장길에 무거운 짐을 들고 지하철역이나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해야 했던 불편함을 줄여준다. 인근 지역 이용자들과 동승하기 때문에 요금이 1인당 2만 7000원으로 택시보다 저렴하다. 벅시는 지난 6월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코리아’와 제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