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22사단 일병 사망-윤일병 사건은 판박이’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에서 열린 ‘22사단 고 고필주 학우 사망 관련 군대 내 가혹행위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진실규명 등을 촉구하고 있다.육군 22사단에 복무하던 고 일병은 지난 19일 경기 성남 분당의 국군수도병원에 진료받으러 갔다가 병원에서 투신했다. 그는 선임병들의 가혹 행위 등에 시달렸다고 주장하며 부대에 고충을 상담했는데도 인솔 간부 없이 병원에 간 것으로 드러났다.연합뉴스
육군 22사단 일병 사망 사건에 대해, 군 당국이 고의적인 사건 은폐 축소 등 대응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진상규명보다 여론 수습 대책에만 골몰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육군참모차장 주관 ‘현안업무 점검회의’에 따르면, “공보 대응 측면 문제점 확인” “유가족에 대한 관리 철저” 등의 언급이 담겨있다. 진상규명보다 사건에 대한 여론을 의식한 측면이 강조되었다는 지적이다.
이에 군인권센터 측은 육군 관계자들의 보직 해임을 촉구했다. 하지만, 군 당국은 “현안점검회의는 매일 현안을 점검하는 정례적인 회의일 뿐”이라며, 신속한 공보 활동과 유가족에 대한 지원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육군이 선임병의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투신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22사단 일병 사건 파장을 최소화하는 등에 급급했다는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과거 김병장 총기 사건과 윤일병 사망사건 등에서도 군 당국의 은폐 축소 시도에 대한 문제점은 계속 지적되어 왔기 때문이다.
윤일병 사건의 고의 은폐 의혹을 폭로했던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22사단 일병 자살 사건은 인재(人災)라고 보여진다. 이미 피해자가 부내 내 고충 상담할 때 피해사실을 털어놨지만, 부대에서는 가해병사들과 분리 조치를 하지 않았다. 즉시 분리 조치하고, 헌병대에 신고해서 가해병사들과 지휘관들에 대한 조사 및 상응하는 조치를 했다면 가슴 아픈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군은 이번 사건에 대해 가해자를 비롯한 지휘라인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해야 하며, 군내 가혹행위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백 의원은 “끔찍했던 윤일병 사건 이후에도 이런 일이 계속 재발되는 것은 열악한 근무환경, 문제를 인지했을 경우 제대로 된 조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고의적인 은폐 시도, 지휘라인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등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다”면서 “더 이상 군 특수성이라는 이유로 미봉책으로 대응해서는 안 될 것이며, 구조적·인적 문제 등 포괄적 접근을 통해 군내 가혹행위를 근절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백혜련 의원은 국가인권위원회의 ‘28사단 직권조사 현장조사 보고 자료’ 등을 토대로 윤일병 사건의 수사 조작을 지적했다(본보 제1274호 [단독입수] 윤일병 사망사건 가해병사 변호인 양심선언 “군조직 다 알고 있었다” 참고). 백 의원은 헌병대 수사관이 촬영한 윤일병 신체 사진파일 삭제 등 군 당국이 의도성을 갖고 증거를 인멸했을 가능성이 있다며윤일병 사인조작 및 축소·은폐 정황이 드러난 만큼 당시 수사팀 및 부검의 등 관련자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윤일병 사건에 대한 재판은 아직도 진행 중인 만큼 22사단 일병 사망 사건도 장기간 법적공방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군의 폐쇄적인 특수성을 가장 잘 알고 있을 국방부가 하급기관의 보고체계만 두둔하고 군인 사망사건을 처리하는 관행이 지속되는 등 우리 군의 인권과 관리체계 부실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대목이란 비난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