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매체 <소라뉴스24>는 “다양한 대행업체가 넘쳐나지만, 그 가운데서도 와카레사세야는 가장 기괴하면서도 정교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전했다. 가령 남녀를 이별시키기 위해 시나리오를 짜고 엑스트라 배우를 투입하는 등 영화를 방불케 하는 공작도 서슴지 않는다. 쓴웃음을 짓게 만드는 와카레사세야의 놀라운 수법을 따라가 본다.
일본에서 남녀의 이별을 도와주는 이별 중개 전문회사 ‘와카레사세야’가 성업 중이다. 사진=PAKUTASO
‘와카레사세야’(別れさせ屋)는 일본어로 커플을 헤어지게 만들어주는 곳을 뜻한다. 우리말로 바꾸면 이별 중개 사무소쯤 되겠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걸까. 도쿄의 대표적인 와카레사세야 ‘긴자레디스1’의 사토시 대표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귀를 의심케 하는 작전이었다.
“남편과 내연녀를 갈라놓고 싶어요.” 이 같은 의뢰가 와카레사세야의 주요 업무다. 우선 내연녀에게 여성 공작원이 접근함으로써 친구가 된다. 내연녀의 취미생활이나 행동패턴을 사전 조사해 스포츠센터에 다닌다면 같은 곳에 등록을, 댄스 혹은 요리 교실이라면 같은 교실에 나가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는다. 만일 취미가 없다면? 무료 체험 쿠폰 등을 목표 인물의 우편함에 넣어 취미생활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한다.
사토시 대표는 “자회사가 영화회사라 공작원은 프로 배우들이 맡고, 대본은 진짜 시나리오작가가 쓴다”고 말했다. 법에 저촉되지 않는 묘책을 짜내기 위해 전담 변호사와 전직 경찰관도 팀원으로 합류한다. 이 정도면 가히 영화를 방불케 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더욱이 목표 인물을 유도하기 위한 호텔이나 고급맨션, 특정일에만 여는 카페 및 레스토랑도 준비돼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크루저와 헬리콥터를 띄우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사토시 대표는 “의뢰인 중에 유명 인사가 상당수 있어 초호화 장치들이 필요할 때가 많다”고 귀띔했다.
굳이 내연녀와 친구가 되는 이유는 친분을 쌓아 고민상담을 할 사이가 되면, 원한을 사지 않고 내연녀 스스로가 떨어져 나가도록 심리 유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사람과 사람을 의도적으로 헤어지게 만드는 서비스 특성상 일반 대행업체에 비해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요구된다.
금액은 플랜에 따라 달라지는데, 가장 저렴한 플랜(30일)이 우리 돈으로 380만 원 정도. 비싸게는 8600만 원을 호가하는 플랜도 있다. 후자의 경우 확실한 성공을 보장하며, 인재가 무제한 투입되는 8개월간의 장기플랜이다. 또 모든 플랜에는 내연자 퇴치와 함께 의뢰인에 대한 조언이 포함돼 있다. 즉 부부 사이를 원만하게 회복시켜주는 것까지도 서비스한다.
사토시 대표는 “단순히 내연자와 헤어지게 만드는 데 그친다면 얼마가지 않아 또 다른 애인이 생기고 만다”고 전했다. 따라서 상담을 통해 배우자가 바람피우는 원인을 규명하고, 그에 맞는 커리큘럼으로 변신을 꾀하는 것이다.
도쿄의 대표적인 와카레사세야인 ‘긴자레디스1’의 홈페이지.
예를 들어 전문 스타일리스트의 도움을 받아 의뢰인의 외모에 변화를 준다든지 매너, 말투, 행동 등을 교정하고 심리치료사로부터 배우자와의 거리감 좁히는 법 등을 익히게 한다. 내연자와 헤어지게 만드는 동시에 “의뢰인 자신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어쨌거나 회사 측에 고액을 지불해야 가능한 일이다. 약해진 부부간의 ‘정’마저도 돈으로 해결하려는 세태는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와카레사세야가 성행하자, 관련 시장에 뛰어드는 이들도 적지 않다. 도쿄에 사는 H 씨도 그런 경우다. H 씨는 30대 후반의 여성. 하지만 외모는 20대로 보이는 동안 미모의 소유자다. 주로 어떤 고객이 사무소를 찾는지 묻자, 그는 “애인과 헤어지고 싶은데 딱히 구실이 없을 때”라고 답했다. 대부분 “먼저 헤어지자고 말 꺼내기가 껄끄럽고 귀찮다”는 젊은 여성들이다.
이럴 땐 H 씨가 의뢰인의 남자친구에게 우연을 가장해 접근, 유혹하는 방법을 쓴다. 작업이 성공하면 들통 나게 만드는 식이다. 결말은 뻔하다. 의뢰인이 남자친구를 추궁하고, 모든 책임을 떠넘긴 다음 깔끔하게 이별하는 것이다. H 씨에 따르면 “보통 의뢰는 매달 5~10여 건. 그러나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좀 더 늘어난다”고 한다. 놀랍게도 이런 방식이 성공할 확률은 상당히 높다. 그는 “남성에게 접근할 경우 90% 정도가 성공한다”고 밝혔다. H 씨가 벌어들이는 수입은 한 건당(일주일 플랜) 45만 원~70만 원선이다.
물론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09년 와카레사세야의 남성 직원이 여성을 살해한 사건으로 열도가 떠들썩했다. 당시 31살이었던 구와바라 다케시는 “아내 A와 이혼하고 싶다”는 남성고객의 의뢰를 받아, A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다. 그는 “근처에 맛있는 치즈케이크 집을 아느냐”고 물으며 A와 자연스럽게 친해졌고, 두 사람은 곧 연인 사이가 됐다.
이후 두 사람이 호텔로 들어가는 장면을 다케시 동료가 촬영했고, 이 사진으로 남편은 A와 합법적으로 이혼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A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된 다케시는 계속 연인관계를 이어가다가 어느 날 거짓말이 들통 나고 만다. A가 폭언을 퍼부으며 결별을 선언하자,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다케시가 A를 교살한 비극적인 사건이다.
법정에서 다케시는 “처음에는 그냥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점점 마음이 끌렸고, 진심으로 좋아하게 됐다. 거짓이었다는 걸 알면 그녀가 날 미워할까봐 계속 거짓말을 거듭하다 결국 궁지에 몰렸다”고 진술했다. 재판 결과, 그는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최근 와카레사세야 업체들 중에는 증거 수집 차원을 넘어 증거를 조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본래 와카레사세야는 탐정업의 일종으로 지자체 경찰서 공안위원회에 정식으로 신고한 업체만 합법이다. 또한 탐정업이라 할지라도 육체관계를 갖는 등 통상 미풍양속에 반하는 행위는 위법에 해당된다.
그러나 회색지대에서 교묘하게 꼼수를 부리며 영업하는 와카레사세야가 허다하다. 불법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와카레사세야 공작원으로 9년째 일하고 있다는 한 여성은 “운명인 줄 알았던 만남이 사실은 ‘철저하게 계획된 만남일지도 모른다’는 현실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