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에서 지금의 청와대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내용은 박근혜 청와대와 삼성과의 관계다. ‘삼성의 필요를 파악하고, 도와줄 것은 도와주고, 국가경제에 더 기여하도록 유도하고, 삼성 당면과제 해결에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 국민연금의결권 활용’ 등이 그것이다.
앞서 안종범 경제수석의 수첩과 말씀자료에 적혀 있던 ‘삼성의 현안인 순환출자 해소, 금융지주사, 미르·K스포츠재단, 승마’ 등의 기록들과 일맥상통한다. 안종범 수첩은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뇌물죄를 밝히는 특검의 ‘차고 넘치는 증거’ 중 중요한 부분이었으나, 법원은 직접증거가 아닌 정황증거로만 인정한 바 있다.
청와대는 새로 발견된 문건의 내용들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뇌물죄 혐의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특검에 문건들을 보내 재판에 참고하도록 했고, 특검 측도 즉각 사실관계 확인에 착수했다.
이 문건들의 공표가 대통령기록물법 위반이라는 야당의 주장 외에도 절차적으로 석연치 않은 부분이 여럿 눈에 띄지만, 문제된 내용들을 청와대의 판단처럼 범죄적인 의도로 해석하는 것은 지나친 견강부회가 아니냐는 의문도 든다. 국가경제에 더 기여가 되도록 활용한다는 것이 삼성의 미르·K스포츠재단, 정유라 지원의 의미만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국가경제 기여를 말한다면 투자나 고용과 같은 좀 더 포괄적인 의미를 지닌 발언으로 볼 수도 있고, 그래야 대통령이나 대한민국 대표 기업인 삼성의 격에 맞는 발언이 된다.
이 발언이 나오게 된 배경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문제로 보더라도, 외국의 헤지펀드의 방해로 합병이 저지돼 대한민국의 대표 기업의 경영권이 위협을 받는다면 정부가 도와주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 않다면 오히려 직무유기다.
청와대가 국민연금공단에 합병에 찬성토록 압력을 가해 이재용 부회장에게 경영권안정을 주었고, 그 대가가 두 재단과 정유라 승마지원이라는 게 검찰이 주장하는 박근혜 이재용 뇌물죄의 구도다. 이 부분은 현재 재판에서 치열한 법리논쟁을 거쳐 진위가 가려질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의 결과로 태어난 문재인 대통령이다. 탄핵의 주된 사유인 뇌물죄가 무죄가 되면 탄핵의 명분은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그 점에서 이들 문건에 대한 청와대의 다급한 대응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이들 문건이 말해주는 한심한 사실은 청와대가 민생을 위한다면서도 속으로는 정권안보에만 골몰했다는 점이다. 지금 청와대의 문건 대응은 그것이 아닌가.
임종건 언론인 전 서울경제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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