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혼조정을 신청하며 주요 계열사인 SK텔레콤을 둘러싼 지분구조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만약 이 같은 설이 사실이라 해도 최태원 회장 입장에서 SK텔레콤은 절대 내줄 수 없는 회사다. 그룹 내에서 SK텔레콤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의 최대주주는 그룹 지주사인 SK㈜다. SK㈜의 최대주주가 23.40% 지분을 가진 최태원 회장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SK텔레콤은 최 회장의 지배 아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태원 회장→SK㈜→SK텔레콤→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구조에서도 SK텔레콤은 주요한 위치에 있다.
SK텔레콤은 사실상 전체 그룹을 지배하는 핵심 계열사다.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의 지분 20.1%를 소유한 최대주주이자 계열사인 SK브로드밴드와 SK플래닛의 지분을 각각 98.1%, 100%를 가지고 있다. 3곳의 장부 금액만 6조 5400억 원이 넘는다.
또 SK텔레콤은 자사주 비율이 12.55%나 된다. SK㈜의 지분까지 더하면 최태원 회장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는 지분이 38%가량 되는 셈이다. 최태원 회장 입장에서는 지주사 지분과 SK텔레콤 자사주를 활용해 SK텔레콤을 잡고 있어야 SK하이닉스와 브로드밴드, 플래닛을 동시에 거느릴 수 있다.
현금 동원력을 고려하더라도 SK텔레콤은 최 회장이 포기하기 어려운 회사다. 이동통신업을 본업으로 하는 SK텔레콤은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중심으로 현금을 끌어모으는 그룹 내 대표적인 ‘캐시카우’다. 또 SK텔레콤은 전통적으로 경쟁사에 비해 높은 배당성향을 보인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중간배당으로 주당 1000원, 연말배당으로 주당 9000원을 지급했다. 최대주주 SK㈜가 거둬들인 배당금은 현금으로만 2000억 원에 달한다.
노 관장에게 SK텔레콤 지분이 넘어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이지만 SK텔레콤 내부 분위기는 벌써 술렁인다. SK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혼 조정 신청 발표가 나자마자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SK텔레콤은 노 관장이 가져갈 수도 있다’는 얘기가 돈다”고 귀띔했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노 관장이 이혼을 받아들이면 세 자녀에 대한 지분을 미리 요구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한다.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 사이에는 1남 2녀의 자녀가 있다. 장녀 윤정 씨는 SK바이오팜 경영전략실에 근무 중이고 차녀 민정 씨는 해군 중위로 근무 중이며 외아들 인근 씨는 미국 유학 중이다. 한 법률 전문가는 “상속도 아니고 두 사람 사이의 재산 분할 문제기 때문에 최 회장이 세 자녀에게 지분을 나눠줘야 할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최태원 회장과 동거인 사이의 자녀 역시 상속분에 대한 권한이 있다. 최 회장은 동거인과의 사이에서 딸 1명을 두고 있으며 함께 양육 중인 아들 한 명은 동거인과 전 남편 사이의 자녀다. 앞의 법률 전문가는 “상속은 피를 따라 흐르기 때문에 딸은 당연히 상속분에 대한 권한이 있지만 아들의 경우 입양을 하지 않는 이상 법적인 상속권은 없다”고 말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