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와 서 아무개 씨와 계모 정 아무개 씨는 살인, 사체은닉,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2심에서 징역 15년으로 감형됐다. 계모 정 씨는 영훈이의 등 부위를 전기 다리미로 지지는가 하면 수시로 전신을 구타하고 밥을 굶겼다. 아동이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였다.
# 유사한 범행인데도 형량은 천차만별?
사회를 경악케 하는 아동학대 사건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가해자들이 받는 처벌이 범행의 잔혹성에 비해 미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범행이 비슷하더라도 재판이 진행되는 법원과 담당 판사에 따라 처벌받는 형량도 천차만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또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더라도 2심에서 감형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미 언론과 사회의 관심이 급격히 줄어든 뒤다. 이로 인해 대중은 1심에서의 중형만 기억하게 된다.
지난 4월 대법원은 ‘평택 원영이 사건’의 가해자인 계모 김 아무개 씨와 친부 신 아무개 씨에게 각각 징역 27년과 17년을 선고했다. 피고인 측과 검찰 측의 상고 신청이 기각된 것. 1심에서 피고인들은 각각 징역 20년과 15년을 선고받았지만 이례적으로 2심에서 형량이 가중됐다. 1심에서 무죄로 판단된 아동학대 일부가 2심에서는 유죄로 인정되면서 2심에서 김 씨와 신 씨에게 각각 징역 27년과 17년형이 선고됐던 것. 계모 김 씨는 원영이를 세 달 동안 화장실에 가두고 락스를 몸에 들이 붓는 등의 학대로 사망에 이르게 했다.
원영이 사건과 유사한 아동학대가 같은 지역인 평택에서 10년 전에 일어났지만 이때 가해자의 형량은 징역 7년에 불과했다. 지난 2007년 계모 신 아무개 씨는 A 양을 입양 보내려고 했지만 입양 절차가 무산돼 어쩔 수 없이 키우게 됐다. 이후 A 양은 자신에게 무섭게 대하는 신 씨와 살며 정서적 불안을 느꼈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증상까지 겪게 됐다. 이후 신 씨는 A 양이 대소변을 가리지 못할 때 옷을 입은 채로 화장실로 데려가 입을 벌리게 해 샤워기 물을 뿌렸고, 한겨울에는 옷을 모두 벗겨 집 밖으로 내보내 추위에 떨게 했다.
이후 10개월 동안 온몸을 때리고 학대해 결국 A 양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 신 씨에게는 학대치사와 상해치사, 학대 등의 혐의가 인정돼 징역 7년이 선고됐다. 학대 정황은 잔혹했지만 원영이 사건과 달리 살인 혐의가 적용되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형이 가장 중한 학대치사죄로 처벌한다고 판시했지만 학대치사죄는 살인죄보다 형량이 훨씬 적다. 이 때문에 아동학대치사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신 씨의 형량은 항소심에서 징역 4년으로 감형됐다.
# 특정지역 법원에서는 형량이 가볍다?
지역에 따라 선고되는 형량이 달라진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특히 대구 지역에서 형량이 낮게 선고된다고 알려져 있었다. 2015년 다섯 살짜리 여아인 신 아무개 양은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소보로빵을 함부로 먹고 빵가루를 바닥에 흘렸다는 이유로 친부 신 씨로부터 폭행을 당해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신 씨는 딸의 배 부위를 수차례 걷어찼다. 신 양은 옷장과 바닥 등에 부딪혀 간과 췌장 등의 장기 손상으로 인한 심폐 기능 정지까지 온 것.
신 양은 출생 직후 다른 가정으로 입양됐지만 3년 만에 파양되는 안타까운 사연을 갖고 있었다. 재판부는 “친부는 183cm 신장에 몸무게가 100kg 이상 나가는 거구인 한편 피해자는 키 103cm, 몸무게 16kg으로, 연약한 어린 나이에 아버지의 폭행으로 몸이 날아가 바닥에 부딪힐 정도로 강한 충격을 입어 결국 아직 채 꽃을 피우지도 못한 소중한 생명을 잃게 됐다”며 “피고인은 피해자를 훈육한다는 명목 하에 학대와 폭력을 행사해 사망이라는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불과 2년 6월의 징역형을 선고 받아 지역사회를 포함한 시민단체를 충격에 빠뜨렸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아동학대치사의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지만, 피해 아동의 친모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등의 이유가 감형 요소로 작용했다. 신 씨 측과 검사 모두 항소를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지난 2월 같은 법원에서 아동학대 판결 선고가 또 있었다. 세 살배기 입양 아동을 도구 등으로 때린 양부가 아동학대치사 등의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피해아동은 폭행을 당한 후 의식을 잃었고, 뇌사 상태에 빠져 세 달 후 결국 사망했다. 검찰은 징역 20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에서는 도구로 아동을 폭행한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 아동학대 가중처벌 법안 마련될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7조에 따르면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강간죄를 범한 사람은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형법 297조에 나와 있는 강간죄의 형량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13세 미만 아동에 대한 범행을 저지를 경우 처벌받게 되는 형량이 더욱 무거운 것이다. 또 13세 미만 아동에 대해 강제추행을 하는 경우에도 5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3000만 원 이상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명시돼 있다.
성폭력범죄뿐만 아니라 아동학대의 경우에도 가해자에 대한 가중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동학대피해가족협회 등 시민단체에서는 “만 13세 미만의 아이들을 아동학대로 사망에 이르게 하거나 중상해를 입힐 시 그 죄에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학대로 사망에 이르는 피해자는 대부분 영유아를 포함한 13세 미만 아동이다. 그러나 아동학대로 피해아동이 사망해도 성인 대상 학대에 비해 가해자의 처벌은 약한 편이다. 친부모가 아동학대 가해자인 경우, 가해자의 배우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것도 감형 요인으로 작용한다. 가해자의 배우자 역시 피해아동을 잃은 부모였기 때문에 피해자로 인정되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1심 선고 이후 2심에서도 형량이 줄어들곤 한다.
2015년 김 아무개 씨는 본인이 낳은 생후 53일된 영아를 익사하게 해 1심에서 살인죄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김 씨는 스테인리스 찜솥에 담겨 있던 미역국을 쏟아버리고 물을 채워 생후 53일 된 영아를 거꾸로 넣어 숨을 쉬지 못하게 했고, 영아는 그 자리에서 익사했다.
재판부는 김 씨가 당시 육아 스트레스, 남편과의 갈등 등으로 뇌 손상 및 기능 저하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라고 판단했다. 또 김 씨에게 별다른 처벌 전력이 없고 피해 아동의 다른 유족인 피해자의 아버지와 오빠가 김 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 감형 요인으로 적용됐다. 이로 인해 1심의 7년 징역형이 2심에서 징역 5년형이 됐다.
현재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는 보건복지부와 아동학대 가중처벌의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했고, 해외 법률 사례를 취합하고 다른 범죄 형량과의 형평성이 맞는지 등 검토를 준비 중이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