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새 정부 100대 국정과제 보고대회를 마친 후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비롯한 대표 자문위원들과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정부는 올해 예산안에서 국세 수입 전망치를 242조 3000억 원으로 잡았으나 최근에는 전망치를 257조 원으로 13조 원 가까이 늘렸다. 올해 들어 국세 수입이 크게 늘어나면서 올 전체 세수가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경과 국정과제 등에 필요한 재원을 이처럼 당초 예상보다 늘어난 세수로 충당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지난 정권들이 해왔던 실수를 반복하려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거 정부는 매년 예산안을 짜면서 세수를 과다하게 잡았다가 세수가 예상치에 못 미치는 일을 되풀이해왔다.
정부는 매년 9월쯤 다음 년도 세수와 세출 규모를 결정하는 예산안을 짜는데 각종 지출을 늘리기 위해 세수 목표치를 높게 잡아왔다. 이처럼 세수 목표치를 높이려고 정부는 ‘경상성장률’을 높게 잡았다. 한 해 세금이 얼마나 걷힐까를 전망할 때 쓰는 핵심 지표가 경상성장률이기 때문이다.
경상성장률(명목성장률)은 실질성장률에 종합적 물가지수인 국내총생산(GDP)디플레이터 상승률을 더한 것이다. 세수는 경제 성장은 물론 물가 상승에 따라서도 늘어나기 때문에 세수에는 실질성장률이 아닌 경상성장률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A 씨의 연소득이 물가 급등(25%)에 따른 임금 인상으로 지난해 8000만 원에서 올해 1억 원으로 오를 경우 25% 상승한 것이지만, 물가 상승분을 감안하면 실제 소득은 거의 제자리걸음을 한 것이다. 그러나 A 씨가 내야할 근로소득세는 1920만 원에서 3500만 원으로 급등한다. 세율 구간이 8800만 원 이하(24%)에서 8800만 원 초과(35%)로 올라간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경상성장률이 1%포인트 상승하면 세수는 2조 원가량 증가한다.
이 때문에 과거 정부는 경상성장률을 높여 잡는 방식으로 세수 전망치를 부풀려왔다. 이로 인해 매해 결산을 할 때면 세수보다 세출이 초과하면서 국가 재정에 적자가 나는 상황이 발생했다. 노무현 정부 5년 중 4년은 예산 편성 시 경상성장률 전망치가 실제 경상성장률보다 낮았다. 2007년에만 경상성장률 전망치(6.7%)보다 실제 경상성장률(8.0%)이 높았다.
이명박 정부 때도 역시 임기 5년 중 4년간 경상성장률 전망치가 실제 경상성장률보다 낮았다. 박근혜 정부 때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2016년에만 실제 경상성장률이 4.6%로 경상성장률 전망치(4.2%)보다 높았다. 실질성장률(2.8%)은 전망치(3.3%)보다 낮았는데 GDP디플레이터, 즉 물가가 예상보다 높게 나온 덕분이었다. 이로 인해 예산 편성 당시 342조 원으로 예상했던 세입이 325조 원으로 3조 원 초과로 걷혔다.
문재인 정부가 올해 추경과 100대 과제를 내놓으면서 세수 초과분을 사용하겠다고 한 것도 이러한 경상성장률 전망치를 높인 덕분이다. 당초 올해 예산편성 시 정부가 발표한 경상성장률 전망치는 4.1%(실질성장률 3.0%+GDP디플레이터 1.1%)였다. 그러나 이번에 100대 과제를 발표하면서 문재인 정부는 경상성장률 전망치를 4.6%(실질성장률 3.0%+GDP디플레이터 1.6%)로 잡았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2006년 282조 7000억 원이었던 국가채무가 10년 만인 2015년에 590조 5000억 원으로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며 “이는 과거 정부가 경상성장률 전망치를 높게 잡아 세수 예상치를 부풀렸다가 실제 세수가 지출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발생한 적자가 누적된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와 올해 늘어났거나, 늘어날 세수는 그동안 증가한 국가채무를 갚는데 써야지 가욋돈이 생겼다며 써 버려서는 안 된다”며 “100대 과제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경상성장률을 높이거나, 초대기업·초부자 증세를 추진하는 것보다 더 넓은 규모의 증세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