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의 운임 인상, 콜센터 운영 등에 제주도가 사사건건 태클을 걸고 있다. 연합뉴스
2005년 제주도와 애경그룹은 각각 25%와 75%의 자본금을 대고 제주항공을 공동 출자로 출범시켰으나, 설립 초기부터 적자를 면치 못했다. 2006년에 145억 원, 2007년 92억 원, 2008년 288억 원, 2009년 333억 원, 2010년 111억 원의 적자를 내며 거의 1000억 원에 달하는 적자에 시달렸고, 이에 제주항공은 7번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하지만 제주도는 여기에 단 한 차례도 참여하지 않고 제주항공의 경영난을 외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제주항공은 경영이 안정화되던 2011년부터는 165억 원의 흑자를 내며 그 뒤부터는 상승곡선을 그려왔고, 이 과정에서 제주항공은 제주도에 무상증자를 실시했다. 그렇게 제주도가 받은 배당금은 100억 원. 여태까지 받아온 배당금은 총 314억이고 수익률은 500%에 육박했다. 제주항공이 고전을 면치 못하던 시절 제주도는 수수방관하며 모르쇠로 일관했지만, 상황이 호전되면서 짭짤한 수입을 챙겼다.
# 콜센터 일원화에 ‘발목’
제주항공은 콜센터를 외부 업체인 ‘메타넷MCC’에 위탁하는 방법으로 서울과 제주도에 각각 콜센터를 한 개씩 운영 중이다. 하지만 콜센터는 인력 부족에 시달리며 LCC 항공사 중 응답률이 가장 낮다는 평가를 받아왔고, 이에 메타넷MCC 측은 구인난 개선과 서비스 품질 향상을 목표로 지난 2월 서울-제주도 콜센터 일원화를 시도했다. 제주도의 콜센터를 폐쇄하고 서울로 통합하자는 것이었다.
다만, 센터를 막무가내로 폐쇄하고 직원들을 해고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퇴직자에게는 위로금을 지급하고 남은 직원들은 도내의 KT 콜센터로 이직을 도와줬다. 하지만 제주도의 기업이라는 제주항공에서 근무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오랜 기간 근무한 직원들은 이를 달갑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제주항공의 ‘콜센터 일원화 방침’에 제주도는 크게 반발했다. 콜센터에 근무하는 제주도민들의 실직 문제가 그 이유였다. 제주도의회에서는 ‘배신행위’라며 제주항공의 ‘일원화 방침’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실제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직접 나서 애경그룹 최고위 경영진에게 제주 콜센터 폐쇄 철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제주항공은 제주도의 성화에 못 이겨 지난 2월 28일 콜센터 기존 방식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제주도에 위치한 콜센터는 제주도에서 운영을 이어가게 됐지만, 응답률은 여전히 낮고 온라인에는 “제주항공 콜센터 직원은 1명”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턱없이 부족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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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임 인상에 제동
제주항공의 최근 3년간 실질 운임은 2014년 114.3원/km에서 2015년 99.4원/km으로 떨어졌고, 2016년 3분기에는 96.9원/km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제주항공은 항공 운임을 올렸지만, 제주도는 또 다시 제동을 걸었다.
제주항공의 마지막 운임 인상은 5년 전인 2012년이다. 올해 진에어·티웨이항공·이스타항공·에어부산 등 LCC항공사들의 운임 인상이 이어지고 있어 제주항공도 항공료를 최대 11.1%까지 인상할 조짐을 보이자 제주도는 ‘발목잡기’에 나섰다. 가뜩이나 ‘사드 여파’로 제주도 관광지가 한산한데 항공 요금을 인상할 경우 관광객이 급감할 것이란 계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제주항공이 운임 인상을 강행하자 제주도는 지난 3월 제주지방법원에 제주항공을 상대로 항공요금 인상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제주도가 제주항공에 대한 항공운임 인상 금지청구권까지 갖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제주도는 항고장을 제출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 ‘발목’의 근거는 협약서
이처럼 제주도의 다소 지나친 ‘간섭’은 제주도와 제주항공 간 협약서에 따른 것이다. 제주도와 제주항공은 2005년 출범 당시 ‘제주도와 (주)제주항공 간 (주)제주항공 사업추진 및 운영에 관한 협약서’를 작성한 바 있다. 다소 지나친 간섭으로 보일 수도 있는 제주도의 행보는 이 협약서에 따른 것이다.
협약서 제12조는 ‘예약·발권 및 공항운송서비스 종사자 등 일반직원 중 제주도내에서 근무할 인력의 70% 이상은 제주도민을 채용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제주항공이 구체적인 수치 ‘70%’를 제시한 만큼 이 수치만 지키면 제주도는 문제 제기를 할 명분이 없다. 하지만, 제주도청 관계자는 70%라는 수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주도민 채용을 우선시하겠다는 그 취지를 훼손한 것을 문제 삼기도 했다.
제주항공과 제주도의 운영 협약서
또, 협약서 6조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항공요금을 변경할 때 도와 협의해야 한다. 제주도가 이를 근거로 운임 인상을 가로막고 있는 것인데, 6조 말미에는 ‘협의가 되지 않는 경우에는 제주도가 지정하는 공신력 있는 기관 또는 업체 등의 중재(조정) 결정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공신력 있는 법원이 결정을 내린 만큼 제주도가 따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아울러 협약문 제5조에는 ‘제주항공은 납입자본금이 400억 원이 된 이후 당해 회계연도 재무제표상 이익 잉여금이 발생했을 경우 제주도에 발행주식의 12.5%에 해당하는 주식을 무상 증여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제주도가 재정적인 이익을 받은 만큼 콜센터 운영과 요금 인상 등의 사안은 한 발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앞서의 제주도청 관계자는 협약서에 대해 “모두의 합의 아래에 서명된 협약서는 사회적 약속이고, 제주항공 또한 이런 부분을 알면서도 서명한 것”이라며 “(제주항공 측에서) 불합리하더라도 약속은 약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콜센터 일원화와 관련해선 “제주도로 일원화한다면 모를까 서울로 일원화하는 것은 그곳에서 근무 중인 제주도민을 위해서도 막아야 하고 (서울로 일원화했을 경우, 응답률이 상승하는) 효율성도 보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콜센터의 낮은 응답률에 대해 “인력 운영은 MCC메타넷에서 하는데 (운영에) 관여하기가 어렵다. 일원화나 이원화의 문제는 메타넷MCC의 문제”라고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콜센터의 응답률이 낮은 문제는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메타넷MCC가 인력 수급을 위해 서울로 이전하고 일원화하는 방법은 존중한다. 메타넷MCC와의 계약이 있어서 (그들이) 효율적으로 따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고객들의 서비스 불만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계약 기간 등을 이유로 적극적으로 개입할 의지가 없고, 관여하지도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셈이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