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의원들이 해외연수에 전남도의 공사용역을 맡고 있는 업체 간부들과 동행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되고 있다. 전남도의회 전경.
전남도와 전남도의회에 따르면 도의회 안전건설소방위원회 소속 의원 7명은 지난달 22일부터 30일까지 7박9일 일정으로 호주·뉴질랜드·피지로 국외연수를 다녀왔다.
오세아니아 국가들의 자연형 하천 조성과 재해 대응 정책에 대한 우수기관 벤치마킹이 목적이었다. 총 경비는 4800만여 원이었다.
연수에는 7명의 의원과 의회 사무처장, 전남도·익산지방국토관리청 공무원 등 13명이 참가했다. 당시는 가뭄으로 모가 고사되거나 모내기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가뭄이 극심한 때였다.
일정도 블루마운틴 국립공원, 시드니타워, 맥쿼리공원, 오페라하우스, 레드우드 수목원, 아그로돔 농장 등 상당수 관광성으로 짜였다. 이로 인해 외유성 연수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특히 당시 연수에 전남도가 시행하고 있는 공사를 맡고 있는 2개 회사 간부 1명씩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져 뒷말이 무성하다. 현재 전남도 하천 공사의 설계 등의 용역을 맡은 것으로 알려진 D 사는 부장급, W 사는 이사급이 연수를 함께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의원 연수에는 전남도 등 관계 기관 공무원이 일상적으로 동행하지만 업체 관계자가 끼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전남도 사업을 심의·의결하는 도의원들이 ‘업자’들을 동행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국외연수 보고서에도 참여 대상은 도의원 7명, 전남도·익산지방국토관리청 등 공무원 6명만 기재됐다. 관계 회사 직원은 동행했지만 보고서 명단에는 빠졌다.
도의회 관계자는 “업체 관계자들이 함께 간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은 경비를 개별 부담했고, 전문 지식을 공유하고자 동행했다”고 설명했다.
김창모 목포경실련 사무국장은 “전남도정을 견제·감시해야 할 도의원들이 전남도 공사용역을 맡은 업체 관계자들을 데리고 해외연수를 갔다는 것 자체가 의혹”이라며 “연수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남도의회 의원들의 외유성 연수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올해 들어서만 남아프리카공화국·짐바브웨·보츠와나(2월), 발리(2월), 하와이(2월), 일본(2월), 말레이시아(3월), 뉴질랜드(6월) 국외연수를 다녀왔다.
농림수산해양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충북도의회에 대한 비난이 뜰끓는 중에도 선진 농수산업 사례 파악 등을 명목으로 지난 7월 23일 일본 홋카이도(北海道)로 3박 4일 연수길에 올랐다.
발리, 하와이 등 일부 연수지를 놓고는 의회 내부에서조차 “신혼여행으로나 갈 곳을 동료 의원들하고 간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이 때문에 도의원들이 도덕불감증에 빠진 것 아니냐는 비난도 나온다. 지난 6월에는 전남 서부권의 극심한 가뭄, 2월에는 조류 인플루엔자 등 지방의원들이 관심 둬야 할 현안도 있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일년에 수억원 쏟아 붓는 전남도의원들의 해외연수는 반성이나 개선의 노력 없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 지방의원들의 관행적이고 무의미한 해외연수에 대한 심의절차와 사후보고 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윤중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