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송중기가 연일 핫이슈다. 제작비 220억 원의 대작 <군함도>(감독 류승완·제작 외유내강)의 주역으로 흥행 기록을 새로 쓰고 있고, 한편으로는 배우 송혜교와 결혼을 앞두고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관심이 폭주하면 움츠러들거나 부담을 느끼기 마련이지만 송중기는 달랐다.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물론이고 예비신부인 송혜교를 향한 사랑도 숨기지 않고 꺼냈다. <군함도>가 개봉 이틀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27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송중기를 만났다.
사진=블러썸엔터테인먼트
# ‘촛불’ 향한 마음…‘군함도’ 다르지 않다
송중기는 지난해 방송한 KBS 2TV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한창 촬영할 때 <군함도>의 시나리오를 받았다. 작품을 결정할 때 오래 고민하지 않는다는 그는 “보자마자 출연을 결심했다”고 했다. 무엇이 그토록 그를 자극했을까.
“많은 분이 더 잘 알겠지만 저는 영화 작업을 많이 하지 않았어요. 그런 의미에서 <군함도>는 중요했습니다. 제 영화 인생을 시작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도 있고요. 영화에선 신인이라 그런지 더 설렜고, 끝낸 지금 돌아보면 ‘큰물에서 놀아봤다’는 기분도 들어요.”
송중기는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이어진 <군함도> 촬영 과정을 “개인적으로 큰 의미를 부여할 수밖에 없는 시간”이라고 정의했다. 대작의 주연을 맡은 만족감과 책임감 때문이 아니다. 그가 지목한 ‘의미’는 작년 가을과 겨울 전국을 뜨겁게 달군 ‘촛불’에 있다.
“묘하게도 대한민국이 최고로 뜨거웠을 때와 촬영 시기가 겹쳐요. 저도 (촛불과) 마음이 같았던 한 사람이거든요. 그래서인지 촬영에 더 진지하게 임했어요. 제가 몸담은 분야뿐 아니라 다른 쪽으로도 관심을 둬야 한다는 생각도 했고요. 영화로 얻은 긍정적인 결과이죠.”
<군함도>는 송중기뿐 아니라 2년 전 <베테랑>으로 1300만 관객 동원에 성공한 류승완 감독의 신작인데다 황정민과 소지섭, 이정현 등 스타 배우들의 출연으로 숱한 화제를 뿌리고 있다. 영화의 배경은 1945년. 일본 최남단의 섬 하시마에서 벌어진 조선인 강제징용을 다뤘다. 해저 1000미터 탄광에서 고된 채굴 작업을 하면서도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고통 받던 조선인들의 대탈출을 다룬 영화는 개봉 이후 다양한 반응을 얻고 있다. 그 가운데 일부는 일부러 평점으로 1점을 부여해 평균치를 낮추려는 이른바 ‘평점 테러’도 가하고 있다. 제작 과정에서부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던 일본 우익 세력의 반감도 거세다.
이 같은 분위기를 모르지 않는 송중기는 오히려 덤덤했다. “5점이든, 1점이든 무조건 존중한다는 것이 솔직한 내 진심”이라며 “상업영화인데 안 좋은 평가도 나오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고 했다.
<군함도>를 통해 많은 것을 얻었지만 그가 일본에서 거둔 한류의 인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전망을 그는 개의치 않았다. “누가 뭐래도 한국이 중요하다”며 “내가 한류 인기를 얻을 수 있던 이유는 한국 작품이 있어서다. 한국의 작품들을 보고 (한류 팬이) 사랑을 주는 거다. 부인할 수 없다”고 했다.
사진=블러썸엔터테인먼트
송중기는 10월 31일 배우 송혜교와 결혼한다. <태양의 후예>에서 만나 연인이 된 두 사람은 앞서 불거진 두 차례의 열애설을 거듭 부인한 뒤 기습적으로 결혼을 발표했다. 송중기는 인터뷰 자리에서 결혼 과정은 물론 송혜교를 향한 사랑도 숨기지 않았다.
‘연인을 빛나게 해주는 남자 같다’는 평가를 내놓자 그는 “(송혜교가) 예쁘니까 예쁘다고 말하는 것뿐이다”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생각이 깊다. 연애가 아닌 결혼에는 존경의 마음도 있어야 한다. 서로 부족함이 있겠지만 함께 채워가려 한다”고 말을 이어갔다.
결혼은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고 한다. 인생에서 가장 중대한 결정이라고 하지만 그 결심의 순간을 꼽으라고 한다면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는 그는 “함께 지내면서 서로를 향한 믿음이 생겼다”고 했다.
“우리 둘은 대중의 주목을 받는 사람이잖아요. 그러니 더 신경 쓸 수밖에 없어요. 마음공부도 하고 싶고요. 결혼을 생각하면 앞날에 더 진지해질 수밖에 없어요. 아마 작품 선택도 달라지겠죠. 결혼하고, 나중에 아이까지 생기면 더욱 더. 그런데 아직은 막연해요.”
<군함도> 이후 어떤 작품을 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는 송중기는 자신보다 송혜교가 먼저라고 했다. “외조”라는 말도 꺼냈다.
“혜교 씨가 먼저 작품을 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외조라고 해야 하나? 도와야죠. 혜교 씨는 제가 <군함도>에 출연한 걸 부러워해요. 아무래도 남자배우는 선택 폭이 넓고 고를 수 있는 입장이지만 상대적으로 여배우는 기회가 적으니까요. 그러니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다면 혜교 씨가 먼저 하는 게 맞아요.”
워낙 기습적인 결혼 발표 탓에 두 사람의 결혼을 두고 여러 말이 나왔다. 송중기와 가까운 사람들도 충격을 받긴 마찬가지. 송중기는 절친한 배우 이광수를 짚으면서 “아직도 광수는 내 결혼 사실을 믿지 못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결혼 소식을 듣고 ‘벌써 결혼하느냐’고 묻는 형님들은 보통 결혼생활이 행복하지 않아 보여요. 축하한다고 해주는 사람들은 가정에 충실한 분들이고요. 결혼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배우 차태현 형이죠. 제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이기도 하고요. 나이가 많다고, 선배라고, 심각한 조언을 하지는 않아요. 태현이 형의 평소 모습, 일할 때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웠죠. 저는 태현이 형이 대한민국 배우 중 제일 멋있다고 생각해요.”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