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강점으로 내세우는 것 중 하나는 저렴한 해외 송금수수료다. 카카오뱅크는 해외 은행과 제휴해 해외 송금수수료를 시중은행 영업점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카카오뱅크는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5000달러를 송금하면 최종적으로 5만~6만 원, 모바일앱을 사용하면 4만 원가량의 비용이 발생한다”며 “카카오뱅크는 5000달러 이하 금액을 송금하면 총 비용은 5000원, 5000달러가 초과하면 1만 원”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뱅크 출범식에서 이용우·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가 카카오뱅크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카카오뱅크
시중은행들은 카카오뱅크를 의식했는지 송금 관련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12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비대면 채널을 통해 3000달러 이하 금액을 해외로 송금하면 전신료(거래되는 해외 은행에 전보를 보내는 비용)를 면제해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급격한 시장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 송금수수료와 환율을 우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도 지난 7월 26일 해외 송금 서비스인 ‘1Q Transfer’ 대상 지역에 중국을 추가했다. 또 올해 말까지 송금 대상 국가를 16개국에서 80개국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뱅크의 송금 가능 국가는 22개국으로 하나은행이 송금 지역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KB국민은행 역시 오는 8월부터 새로운 해외 송금 서비스를 선보인다. 신규 서비스에는 송금시간 단축, 송금가능 국가 확대, 송금수수료를 국내 송금수수료 수준까지 낮추는 방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뱅크의 서비스 중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비상금 대출’이다. 신용등급 8등급 고객까지 최대 300만 원을 최저 연 3.35% 금리로 빌릴 수 있는 상품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서울보증보험과 이미 협의를 마쳐 8등급 고객도 대출이 가능하다”며 “소액을 지불해 리스크를 분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8등급인 고객에게 대출을 해주는 건 시중은행 입장에서는 위험한 일”이라며 “비상금 대출은 저축은행 고객을 타깃으로 하는 것으로 보이며 시중은행과는 마케팅 대상 고객군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저축은행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등장하면서 일부 저축은행은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려 한다”며 “아직은 지켜보는 단계지만 장기적으로 위협받으면 저축은행도 상품 조정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카드업계도 긴장한다. 지난 7월 14일 카카오뱅크가 공개한 카카오뱅크 체크카드는 귀여운 디자인으로 젊은 층의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카카오뱅크는 카드사업자 인가 준비에도 착수했다. 은행이 신용카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과거 카드사업 관련 면허 지침은 ‘금융·전산업 직원 300명 이상, 점포 30개 이상 확보’였다. 하지만 2015년 6월 금융위원회(금융위)가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진행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관련 지침을 적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뿐만 아니라 카카오뱅크는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모바일 앱을 통해 소비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바로 돈을 입금’하는 앱투앱 결제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결제대행사와 카드사를 거치지 않아 카드 수수료를 낮출 수 있다. 또 소비자에게는 수수료를 통한 수입 일부를 혜택으로 돌려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구축한 플랫폼은 신용카드업 자체를 위협하는 대단히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이라며 “카카오뱅크가 어떻게 나올지 예상할 수 있지만 카드사가 IT기업이 아니다보니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뱅크 비데이(B-day) 출범식에서 미디어간담회 질문에 대답하고 있는 이용우·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사진=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의 등장으로 긴장할 듯한 곳이 하나 더 있다.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K뱅크다. K뱅크의 정기예금 1년 만기 기준 금리는 연 2.1%로 2.0%인 카카오뱅크보다 높다. 하지만 카카오뱅크 마이너스 통장의 금리는 최저 연 3.35%, K뱅크는 5.5%로 카카오뱅크가 유리하다.
금융권에서는 K뱅크보다 카카오뱅크의 성장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다. 최근 K뱅크는 금융위 인가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대외 이미지마저 하락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처음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발표를 했을 때 시중은행은 대부분 카카오와 손을 잡고 싶어했다”며 “대부분 국민이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있어서 영업 기반이 매우 광범위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K뱅크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는 경쟁 상대라기보다 동반자 느낌이 강하다”며 “같이 시너지를 내서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시장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의 장기적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은 대부분 개인고객이 대상인데 장기적으로 어떤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기능 자체는 편리했지만 획기적인 유저인터페이스가 나올 것이라고 공언했음에도 K뱅크와 비교해 괄목할 만한 차이점은 느끼지 못했다”고 전했다. 반면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는 기존 금융권이 가지지 못한 어마어마한 빅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며 “기존 금융은 고객의 신용도와 소득 수준 등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여기에 카카오가 가진 빅데이터를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가질 수 있다”고 전했다.
카카오뱅크는 기존 금융권의 경쟁 상대로 부족하다고 자평한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카카오뱅크 출범식에서 “얼마 전부터 은행들이 많은 상품 개편을 이루는 걸 보면 카카오뱅크와 경쟁하고 있는 것 같지만 아직 카카오뱅크는 시중은행의 경쟁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카카오뱅크가 잘할 수 있는 몇몇 영역부터 차근차근 잘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김승유 한국금융 고문, 카카오뱅크의 도우미 되나 지난 6월 30일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인 한국투자금융지주(한국금융)는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비상근 고문으로 영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김 고문 영입에는 김남구 한국금융 부회장의 부친인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의 역할이 컸다. 김 고문과 고려대 경영학과 동문인 김 회장은 1997~2005년 하나은행 사외이사를 역임하면서 당시 행장이던 김 고문과 인연이 깊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 고문의 등장은 카카오뱅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스스로를 얼리어답터라고 말하고 다닐 정도로 IT에 관심이 높은 사람으로 알려졌다. 한국금융 관계자는 “김 고문은 한국금융의 계열사인 카카오뱅크에 여러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그러나 카카오뱅크만 위해서 영입한 게 아니라 한국금융 전반에 걸쳐 자문을 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김승유 고문은 언론 등을 통해 카카오뱅크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김 고문은 최근 수차례 언론 인터뷰를 하면서 카카오뱅크의 강점을 설명하고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금융권에서는 카카오뱅크가 김승유 고문의 영향력을 활용하면 타사와 협약 등을 통해 다양한 상품을 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 고문은 금융권 고위 관계자들과 두루두루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며 “그의 인적네트워크만 잘 활용해도 카카오뱅크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