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의 화장품 대결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안 되는 사업은 단호하게 접는 것으로 유명한 신세계지만 뷰티사업만큼은 예외적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그만큼 정유경 총괄사장의 의지가 대단하다는 방증이다. 최근 2년간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뷰티사업은 다양한 형태로 빠르게 확장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5년 프리미엄 뷰티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라페르바’를 론칭했으며 스웨덴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 이탈리아 화장품 브랜드 ‘산타마리아노벨라’의 판권을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화장품사업에서 정유경 총괄사장의 승부수는 화장품 제조업과 ‘시코르’가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탈리아 화장품 ODM·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인 인터코스와 함께 합작법인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를 설립하고 지난 2월부터 경기도 오산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자사 브랜드 화장품의 제조부터 유통까지 아우르면서 정유경 총괄사장은 정용진 부회장보다 유통 마진과 안정성에서 한발 앞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ODM·OEM 업체는 내수와 유럽 시장 비중이 크기 때문에 중국 사드 보복의 영향도 미미한 수준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신세계그룹 브랜드에서는 비디비치에만 제품을 납품한다”며 “올해 내 유럽 고객사와 거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해 서울·대구·강남 신세계백화점에 개점한 뷰티 편집숍 시코르의 출발도 나쁘지 않다. 백화점 입점 브랜드를 자유롭게 테스트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운 시코르는 현재까지 목표 매출의 150%를 달성하며 순항 중이다. 다만 시코르가 주로 백화점에 입점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미 존재하는 백화점 내 화장품 판매점들과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자체 브랜드 상품을 보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자체제작 상품의 비중은 아직 수치화할 만큼은 아니다”라며 “올해에는 8월 오픈 예정인 고양 스타필드에 이어 10월 광주 신세계백화점에 출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뷰티업계 관계자들은 정유경 총괄사장의 뷰티사업이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이는 반면 정용진 부회장의 사업은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다고 말한다. 정 부회장은 2012년 헬스&뷰티 스토어 분스(Boons)를 론칭한 데 이어 지난해 7월에는 화장품 제조업체 한국콜마, 코스맥스와 함께 이마트 자체 화장품 브랜드 ‘센텐스’를 선보였다. 그러나 분스는 선발 주자인 올리브영, 왓슨스, 롭스에 밀려 고전하다 결국 사업 중단 결정이 내려졌다.
하지만 이마트는 지난해 ‘월그린 부츠얼라이언스(Walgreens Boots Alliance)’의 계약을 통해 세계 최대의 드러그스토어 부츠의 독점 운영권을 따내 시장에 재도전장을 내밀었다. 올해 스타필드, 고속터미널점이 문을 연 데 이어 최근 명동 본점까지 오픈한 상태다. 분스는 점진적으로 폐쇄되거나 부츠 매장으로 바뀔 예정이다.
다만 이마트가 내세운 대로 피코크, 노브랜드, 센텐스 등 자체 브랜드와 연계가 부츠의 강점이 될지는 미지수다. 화장품 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다른 나라와 달리 국내 헬스&뷰티 스토어는 뷰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이마트 자체 브랜드와 연계를 통한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
‘드러그스토어’가 어색한 이유? 24시간 연중무휴 점포에서만 안전상비약 판매 허가 일반인에게 올리브영, 왓슨스, 롭스 같은 매장은 초창기 ‘드러그스토어’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뷰티 상품을 주로 판매하는 까닭에 최근에는 ‘드러그스토어’보다 ‘헬스&뷰티 스토어’로 더 많이 불린다. 헬스&뷰티 스토어에서도 편의점처럼 건강보조식품, 간식거리 등 먹을거리를 판매하기도 하지만 그 비중은 미미하다. 우리나라에서는 헬스&뷰티 스토어와 편의점이 전혀 다른 공간으로 인식되지만 일본에서는 둘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일본의 헬스&뷰티 스토어는 뷰티 상품뿐 아니라 일반의약품, 신선식품. 가공식품, 주류 등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취급한다. 점포 수가 이미 편의점의 30%에 달했으며 심지어 앞으로 편의점을 능가할 것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일본의 헬스&뷰티 스토어가 빠르게 성장한 주요 요인 중 하나는 지역 거점 약국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대표 헬스&뷰티 스토어들은 의약품 조제를 담당하는 점포를 늘리고 24시간 운영을 확대하고 있다. 말 그대로 ‘드러그’와 ‘헬스’에 무게를 싣는 것. 반면 국내 헬스&뷰티 스토어는 거의 약국 역할을 대신하지 않는다. 약사법 44조에 따라 안전상비의약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24시간 연중무휴 점포여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편의점이 그 역할을 상당 부분 담당하고 있기에 굳이 헬스&뷰티 스토어가 함께 약국 역할을 대신할 필요성이 적다.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관계자는 “약사법이 규정한 조건을 갖춘다면 일반 슈퍼나 헬스&뷰티 스토어도 안전상비약을 판매할 수 있다”며 “안전상비약 판매 조건으로는 24시간 연중무휴, 지역 주민의 이용 편리성, 위해의약품의 회수 용이성 등이 고려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 한 관계자는 “박카스, 콘택트렌즈 관리용품, 파스 등 의약외품은 안전 적합성 판정을 받았다면 누구든지 판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마트가 올해 영업을 시작한 부츠가 일부 점포에 한해 약국을 입점할 계획이지만 이 역시 크게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아니다. 부츠 내 약국은 함께 공간만 쓸 뿐 개별 점포인 데다 점포 상황에 따라 입점 여부가 결정되는 ‘옵션’이기 때문이다. [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