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임명된 청와대 및 장·차관급 인사 35명을 분석한 결과 절반이 넘는 19명이 호남과 PK 출신이었다. 반면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잘 나가던 TK 출신은 5명으로 줄었다. 그나마 이들은 진보적이면서 분배를 중시하는 인사들로, 보수적이면서 성장을 중시하는 전통적 TK와는 거리가 있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경제 관련 정부 인사의 중심이 대구·경북(TK)에서 호남과 부산·경남(PK)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정부가 공식 발표한 청와대 인사 중 경제와 관련된 장·차관급 인사는 모두 6명이다. 이 중 2명은 호남, 1명은 PK, 3명은 TK 출신이다. 문재인 정부 정책을 좌지우지할 정책실장(장관급)은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장관급)은 김광두 서강대 교수가 맡고 있다. 장 실장의 출신지는 광주, 김 의장의 출신지는 전남 나주로 두 사람 모두 호남 출신이다. 문미옥 과학기술보좌관은 경남 산청 출신이다.
차관급인 경제수석과 일자리수석, 경제보좌관 등 경제 실무 담당자 3명은 모두 TK 출신으로 그나마 부처보다는 청와대에서 비중이 높았다. 하지만 홍장표 경제수석이나 반장식 일자리수석, 김현철 경제보좌관은 보수적인 전통적 TK와는 거리가 있는 인물들이다. TK이면서도 진보적인 경제관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 부처로 가면 경제 관련 부처 장·차관 29명 중에서 TK 출신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경북 구미)과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대구) 등 단 2명에 불과하다. 김 위원장도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장과 경제개혁연대 소장을 역임하는 등 전통적 TK와는 결이 다른 인물이다. 김 차관은 TK 출신 관료지만 경제부처들 중에서 농림부의 힘이 그리 크지는 않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관련 장·차관급 인사에 TK 출신이 적은 데다, 있더라도 진보적 시각을 가진 이들이 대부분인 셈이다.
이에 반해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역 기반인 호남과 PK는 경제 부처 장·차관급 자리를 독식하다시피 했다. 29명 장·차관 중 호남 출신은 11명이었고, PK 출신은 8명이었다. 호남은 광주·전남이 6명, 전북이 5명으로 고른 분포를 보였고, PK도 부산 4명, 경남 4명으로 균등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부산),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경남 마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전북 정읍),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부산) 등 경제부처 중 알짜배기 장관직은 PK와 호남 출신들이 가져갔다.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출신으로 경제 부처 장·차관을 맡은 인물은 6명에 그쳤고, 충청권은 4명에 불과했다. 다만 충청권의 경우 경제 부처 사령탑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김동연 아주대 총장(충북 음성)이 앉으면서 체면을 세웠다.
지금까지 임명된 청와대 및 장·차관급 인사 35명을 분석한 결과 절반이 넘는 19명이 호남과 PK 출신이었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가 경제 부처 장·차관급 자리에 호남과 PK 출신을 대거 배치한 것은 내년 지방 선거를 노리고 세력 기반을 다지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기간 동안 ‘노무현 정부 호남 홀대론’ 과거사에 어려움을 겪었고, 민주당은 2016년 4월 13일 총선에서 호남 참패라는 결과를 얻은 바 있다. 또 각종 선거에서 문 대통령이 앞장섰음에도 PK에서 세력 확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었다. 이에 따라 경제 부처에 호남과 PK 출신을 대거 배치해 호남 홀대론을 가라앉히고, PK에서의 세력 확장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경제 관련 장·차관 인사 35명의 출신 대학은 서울대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35명 가운데 서울대 출신이 22명으로 62.9%를 차지했다. 연세대는 2명, 고려대는 4명이었다. 이른바 SKY 출신 비중이 80.0%다. 반면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과 라승용 농촌진흥청장 2명이 방송통신대를, 반장식 일자리 수석과 김동연 부총리가 국제대를 졸업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모두 어려운 가정환경을 이겨내거나 만학을 통해 장·차관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들이다.
이승현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