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와 마을공방에서 생산된 2kg짜리 모차렐라 치즈.
이전 편지에 소개했듯이 이 마을에 작은 치즈공방이 세워졌습니다. 한국과 양곤의 뜻있는 한국인들이 함께하여 시작한 일입니다. 마을의 열악한 유아원을 돕기 위해 시작한 자립사업입니다. 교육과 실습을 통해 마을 사람들이 치즈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 나라는 아직 치즈를 모두 수입합니다. 값비싼 외국산 치즈가 마트에 빼곡합니다. 호텔과 레스토랑들이 항공으로 치즈를 받기도 합니다. 아직 치즈 맛이 대중화가 되지 않은 것도 그 이유입니다. 인근 말레이시아와 태국은 치즈를 엄청나게 소비하는 나라입니다. 많은 음식에 치즈를 넣어 요리합니다. 미얀마는 음식문화가 대단히 단조롭습니다. 그래서 식품가공 분야는 정말 할 일이 많습니다.
바나나 숲 사이로 보이는 치즈공방 모습.
와인을 만드는 포도는 3모작도 가능하다고 하지만 그렇게 재배하진 않습니다. 샨 주의 포도나무 재배지에 프랑스가 참여하는 정도입니다. 와인과 치즈. 서로 어울리는 단어들이지만 가야 할 길은 멀기만 합니다. 한국에선 최근 미얀마산 커피의 수요가 늘어난다고 합니다. 미얀마산이 아시아의 마지막 히든카드라고 합니다. 그러나 공급이 늘어날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커피 재배지로 적합한 지역에 약 1억 평 이상의 땅이 있지만 정부 소유로 그냥 방치되어 있습니다. 현지 커피유통 상인들이 생두 값이 오를 때까지 팔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커피농업과 유통은 베트남에 이어 주목할 만한 나라입니다.
치즈로 하와이언 피자를 만들어보았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지난 1일부터 잉와마을에서 치즈가 생산되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학습을 통해서 스스로 해낸 일입니다. 질이 좋은 우유를 엄선하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모차렐라 치즈도 일정한 맛과 향을 내기까지 손에 익은 기술이 필요합니다. 온도와 PH와 시간에 민감한 우유를 잘 다루는 것은 주민들에게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전기사정이 좋지 않은 나라에서 재래식 화덕배트와 가스로 작업하자니 작업량도 떨어집니다. 언젠가는 한국의 우수한 설비들을 들여와야 합니다. 치즈를 만드는 외국의 설비들이 너무 비싸 부품을 싸게 사다 공장에서 만들었습니다. 이런 진통 끝에 미얀마산 최초의 치즈가 탄생했습니다. 숙성된 정통치즈도 시간이 지나면 우리 곁에 등장하게 됩니다. 지금은 생산된 치즈의 샘플을 배급하고 평가를 받는 중입니다.
벽돌화덕으로 피자를 구워내는 모습.
미얀마 대도시에 이제 KFC가 들어오고 롯데리아 체인이 인기리에 늘어납니다. 미국 커피 브랜드도 속속 들어옵니다. 제가 사는 도시에도 곳곳에 유럽 스타일 피자 레스토랑이 몇 곳이나 들어섰습니다. 대개 중국계 미얀마인이 주인입니다. 일식집들도 눈에 띄게 늘어납니다. 어떤 분야건 시간이 느린 나라지만 맛과 휴대폰의 속도는 의외로 빨라집니다.
무너진 탑들과 왕궁터. 잡초가 무성한 잉와의 벌판으로 바나나 숲과 망고나무가 펼쳐져 있습니다. 시간이 정지된 듯한 그 숲속에 치즈공방이 있고 마을의 남자들이 우유를 짜서 싣고 옵니다. 마을의 여인들이 장작을 지펴 우유를 살균하고 가스로 온도를 맞추는 작업을 합니다. 일이 끝나는 저녁이면 가끔 땀을 씻으러 밍네 강으로 오토바이를 몰고 갑니다. 시골 모퉁이에서 시작한 우리의 치즈에 관한 명상은 이제 끝이 났습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