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마 실버울프(원 안)가 7월 23일 부경에서 열린 KNN배에서 우승했다. 이 경기에서 서울마 4마리가 5위 안에 드는 등 부경마를 압도했다. 사진=한국마사회
그동안 대상경주 때마다 서울이 열세를 보인 탓인지 서울 경주마들의 최근 선전에도 불구하고 부경의 경주마들에게 과도한 인기가 몰렸다. 객관적인 전력은 서울 경주마들이 전혀 뒤질 게 없는 상황이었는데도 이 같은 상대적 무관심은 복승식 191.3배, 쌍승식 362.3배 등 각종 승식베팅에서 고배당을 양산했다. 팬들의 지대한 관심이 쏠렸던 KNN배 대상경주를 되돌아본다.
먼저 우승마인 11번 실버울프의 승인을 따져보자. 실버울프는 객관적인 전력은 최강마로 분석됐음에도 원정경주라서 그런지 인기 순위는 3위에 그쳤다. 출마투표에서 너무 외곽 게이트를 배정받아 쉽지 않은 전개가 될 것으로 우려됐지만 안쪽 게이트에 있는 빠른 말 가운데 7번 오뚝오뚝이가 출전이 취소되고, 10번 블랙사파이어마저 보이지 않게 삐긋하는 바람에 전개가 잘 풀렸다. 13번 개나리가 발빠르게 치고 나와 선행을 나서고 선입권에 나서는가 싶었는데 안쪽에서 5번 해야가 강하게 대시하고 나와 자리잡기엔 실패했지만 차분하게 대응하면서 나란히 달렸다. 뒷직선 주로가 끝나고 삼코너를 지나 사코너 통과 때까지 어깨싸움이 이어졌다. 이런 경우 보통 안쪽에서 달리는 말이 유리해 5번 해야가 막판에 한 발을 더 쓰지 않을까 생각됐는데 결과는 딴판이었다.
실버울프는 해야와 함께 13번 개나리를 넘어서더니 이후 해야마저 멀찌감치 따돌리고 결승선을 통과했다. 간발의 차이로 2위마저 내준 해야와는 거의 10마신 차이가 났다. 출발과 탄력을 살리는 중간 대시, 그리고 장마철 이후 가벼워진 외곽주로가 한몫했지만 한 수 위의 걸음을 과시한 셈이다.
3위를 한 해야의 경우는 발주대에서 박차고 나오는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한 박자가 늦었고, 이후 실버울프를 견제하기 위해 조금 무리를 했다. 작전대로 실버울프를 뺑뺑이 돌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자신이 조금 무리를 했고, 그것은 패인으로 직결됐다. 해야는 직전 뚝섬배에서도 그랬지만 초중반이 자기 페이스보다 빠를 때는 종반탄력이 둔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당시에도 자리를 잘 잡고 따라갔음에도 뒤쫓아온 실버울프에 덜미를 잡혔었다.
다음은 2위를 한 마이티젬의 이변이다. 마이티젬은 그동안 부진한 감은 있었지만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상당한 경주력을 뽐냈던 강자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난 뚝섬배에서 살아나는 기미를 보였다. 당시 순위는 5위에 그쳤지만 우승마와 5마신 정도 차이밖에 나지 않을 정도로 선전했다. 특히나 부경의 1600미터가 추입마한테 다소 유리한 부분이 있어서 복병마로는 충분한 메리트가 있었지만 인기순위는 12위였다.
김혜선 기수와 마이티젬은 출발이 좋았지만 크게 욕심내지 않고 서서히 탄력을 붙이며 맨 후미에서 경주를 시작했다. 3코너를 지나면서 14번 더퀸실버를 맨 후미로 밀어냈지만 선두권과는 거리가 너무 멀어 관전자들 사이에선 ‘입상은 힘들겠다’는 절망적인 멘트마저 오갔다. 그렇게 뛰면서 사코너도 후미그룹에서 통과했다. 그러나 이때부터 한가닥 희망이 생겼다. 너무 앞말의 페이스에 말려 빠른 흐름을 따라가던 말들의 스피드가 눈에 띄게 줄었는데, 마이티젬은 자기탄력을 지키면서 끝까지 질주했다.
결승선 중간 무렵을 통과할 무렵엔 3위는 무조건 가능하겠다는 판단이 들었고, 막판에는 2위마저 사정권에 들어왔다. 그 순간부터 관전자들의 응원은 엇갈리기 시작했다. 한쪽은 해야를 탄 함완식 기수한테 ‘버텨라’ ‘다 왔어’ 하며 결사적인 버티기를 주문했고, 다른 한쪽은 ‘혜선아, 좀만 더’ 하면서 막판 역주를 주문했다. 결승선 통과 직전에 기어이 마이티젬이 해야를 넘어섰다.
욕심을 버리고 마필의 주행습성대로 타면서 막판 대시에 올인한 작전의 승리였다. 물론 앞선이 지친 틈을 탄 어부지리성은 다소 있었지만 대상경주에선 늘 나타나는 현상인지라 이것만으로 마이티젬을 폄하할 순 없을 것이다.
이번 대상경주는 부경을 대표하는 선행마인 오뚝오뚝이가 뛰지 못하면서 선행경합은 없을 것으로 보였고, 경주도 과거처럼 아주 빠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과는 달랐다. 앞선이 유리할 것으로 생각했음인지 중반 페이스가 빨랐다. 뒷직선이 상당히 긴 1600미터 경주에서 이런 정도의 빠르기는 웬만한 말들은 끝까지 못버틴다. 이런 걸 토대로 보면 실버울프가 컨디션이 좋을 땐 얼마나 강한 말인지 알 수 있다. 장마철이 끝난 직후라 기록(1:37.6) 자체는 큰 의미가 없지만 강한 편성과 치열한 힘겨루기에서 살아남은 말은 ‘센말’로 기억해두자. 다음 베팅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김시용 프리랜서
한센의 자마 ‘신의명령’ 주목 과천벌의 ‘작은 고추’ 서울 경마장에 체구가 작은데도 정말 눈에 띄는 경주마가 나타났다. 바로 한센의 자마 신의명령이다. 이 말은 마체중이 430~441㎏대에 불과할 정도로 체구가 왜소하다. 그렇지만 데뷔전에서도 2위마를 7마신 이상 이겨내며 여유승을 거두더니 두 번째인 이번 경주에서도 6마신 이상 이겼다. 비록 주로가 불량하긴 했지만 1000미터를 1분 이내(0:59.7)로 주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다른 경주마들보다 짧은 주폭인데 이 정도로 잘 뛰는 비결은 무엇일까. 당연히 뛰어난 스피드에 있다. 뛰어난 스피드의 원천은 빠른 발놀림이다. 두 번의 경주에서 신의명령은 출발 후 초반 200미터를 13.1초로 뛰었다. 기수가 좀더 강하게 밀어줬다면 더 빨리 뛸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빠른 발놀림은 가히 최상급이라 할 만하다. 체격이 작은 것이 아쉽지만 데뷔전에서도 10㎏이 늘었고 이번에도 8㎏이 증가한 점과 2세 초반이라는 나이를 감안하면 앞으로 더 성장할 여지는 충분하다. 출전 간격을 조금 늘려 잡으면서 기본기를 착실히 다져 나간다면 1군 진출은 물론 단거리에서 크게 활약할 수 있는 과천벌의 ‘작은 고추’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