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슈퍼스타 스테판 커리. 연합뉴스
[일요신문] 지난달 말 NBA 최고 스타 스테판 커리가 방한했습니다. 한국팬들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인기 TV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촬영도 했습니다. 촬영분이 방영되면 커리의 국내 인기는 더욱 높아질 전망입니다.
하프라인 슛을 성공시킨 팬과 세레모니를 펼치는 커리. 연합뉴스
이를 발견한 커리는 제임스의 시그니처 농구화를 벗겨 멀리 내던지며 “이런 것은 신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모델을 팬에게 신겼고 신발에 직접 사인까지 했습니다. 잊을 수 없는 선물을 받은 커리의 팬은 “평생 간직하겠다”는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이처럼 농구선수들에게 농구화는 경기 내외적으로 중요한 부분입니다. 선수 이름을 딴 농구화 출시 여부도 슈퍼스타를 가늠하는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이번 커리의 방한도 스포츠 브랜드 ‘언더아머’에서 기획한 행사입니다.
언더아머? 아직은 생소한 분들이 있을 수 도 있습니다. 하지만 언더아머는 미국 스포츠용품업계 ‘부동의 원투펀치’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양강구도를 깬 신흥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지난 2015년에는 설립 20여 년 만에 아디다스를 제치고 미국 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흥미로운 부분이 있습니다. 언더아머가 아디다스를 끌어내리던 2015년은 커리가 NBA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며 신드롬을 일으킨 해이기도 합니다. 커리는 2014-2015시즌 압도적인 성적으로 정규리그 MVP를 차지했습니다. 소속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플레이오프에서 승리를 거듭하며 NBA 파이널 우승을 거뒀습니다. 이 때 결승전 상대는 르브론 제임스가 이끄는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이후로 커리와 제임스는 3년 연속 NBA 파이널에서 맞대결을 펼쳤습니다.
이처럼 ‘윈-윈’을 관계로 나아가고 있는 커리와 언더아머. 이들의 만남에는 흥미로운 뒷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릴 적 커리는 모든 농구선수들이 그랬듯이 나이키를 동경해 왔습니다. 대학시절부터 나이키 농구화를 착용했고 프로에 진출해서도 자연스레 나이키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자신의 시그니처 농구화 모양 케익을 선물 받은 커리. 연합뉴스
하지만 사건은 2013년 일어났습니다. 재계약 협상을 즈음해 커리는 나이키에게서 실망스러운 기분을 느꼈습니다. 먼저 나이키에서 해마다 개최하는 농구캠프에 동료들과 달리 커리가 초대받지 못한 것입니다.
이외에도 계약 담당자 중 한 명이 커리의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했고 프리젠테이션에서는 커리가 아닌 동갑내기 NBA 스타 케빈 듀란트의 이름이 적혀있기도 했습니다. 커리의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때 언더아머와 계약한 팀 동료 켄트 베이즈모어가 커리에게 접근했습니다. 이들은 같은 노스캐롤라이나 출신으로 쉽게 친분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커리와 언더아머의 계약이 임박한 상황에서 나이키는 1년에 400만 달러의 조건만 제시하면 재계약이 가능했지만 결국 이를 포기합니다. 더 이상 커리는 나이키 농구화를 신지 않게 됐습니다.
커리는 또 다른 비화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는 “딸 라일리 앞에 나이키, 아디다스, 언더아머 농구화를 늘어놨어요. 라일리는 나이키 농구화를 들어 어깨 너머로 던져버렸고 나머지 두 켤레를 집어 들더니 하나를 또 던지고 하나를 제 앞에 갖다 놨어요. 그 농구화가 언더아머였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마이클 조던이 출연한 영화 ‘스페이스 잼’. 사진=영화 ‘스페이스 잼’ 스틸컷
이렇듯 NBA를 비롯한 스포츠 스타와 스타를 후원하는 스포츠 브랜드의 파트너십은 여러 흥미로운 이야기를 남기곤 합니다. 커리의 성공이 이어지며 함께 거론되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농구의 신’ 마이클 조던입니다. 물론 조던은 스타 농구선수라면 비교를 피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커리의 행보는 많은 면에서 마이클 조던을 떠올리게 하고 있습니다.
우선 언더아머와의 파트너십입니다. 커리에게 언더아머가, 언더아머에게 커리가 있다면 조던과 나이키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입니다. 나이키는 신인시절 조던의 스타성을 알아보고 후원 계약을 체결했고 ‘에어조던’ 시리즈를 런칭 했습니다. 에어조던은 역사적인 성공을 이어갔고 ‘조던’은 나이키 산하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심지어 마이클 조던은 나이키의 일부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도 합니다. 조던이 농구선수로서 구단에서 받은 연봉 총합보다 단 1년 동안 에어조던 판매로 버는 돈이 더 많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입니다.
마이클 조던과 ‘에어조던 1’. 사진=‘조던’ 페이스북
지금은 선수들이 각자 자신의 이름을 붙인 형형색색의 농구화를 신는 것이 보편화 됐지만 나이키와 조던의 행보는 당시로선 생각하기 힘든 도전이었습니다. 1980년대 중반까지 NBA 규정은 검정색이나 흰색 이외의 색상이 있는 농구화 착용을 금지했습니다. 하지만 나이키는 시카고 불스의 상징색인 붉은 색상이 섞인 농구화를 조던에게 신겼습니다. NBA에서는 매 경기 5000 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매겼지만 나이키는 이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집요하게 조던에게 자신들의 농구화를 신겼습니다. 그 결과 에어조던은 선풍적 인기를 끌게 됐고 컨버스, 아디다스가 주름잡던 NBA 판을 나이키가 점령하게 됐습니다.
에어조던은 1탄이 출시된지 3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새로운 모델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고 일부 인기 모델은 밤새 매장 앞에서 줄을 서지 않으면 구매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역대 최고 선수’라는 타이틀에 도전하는 커리. 연합뉴스
하지만 커리는 아직 만 29세이며 전성기가 한창 진행 중인 선수입니다. ‘역대 최고 3점 슈터’로 불리는 커리가 ‘역대 최고 선수’이자 ‘역대 최고 신발장수’라 불리는 조던을 넘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영업 실적 칭찬해” 커리 계약시켜 대박 터진 켄트 베이즈모어 사진=켄트 베이즈모어 페이스북 커리와 언더아머가 만나 ‘대박’을 터뜨린 데에는 켄트 베이즈모어가 절대적 역할을 했습니다. 베이즈모어는 커리의 마음을 돌리는 과정에서 언더아머에게는 이를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단지 자신의 마음이 가는대로 움직인 것입니다. 베이즈모어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언더아머와 대규모 계약을 맺기도 했습니다. 그는 당시 드래프트에서 지명 받지도 못한 앞날을 알 수 없는 신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언더아머는 베이즈모어는 물론 그의 모교에도 대형 후원 계약으로 보답했습니다. 언더아머는 올드도미니언대학교(ODU)에 나이키가 후원하던 금액 7배를 주는 계약을 했습니다. 이에 학교 건물에는 베이즈모어의 이름이 새겨지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NBA 선수로 본격 정착을 알린 2015년에는 학교 농구 센터 건립을 돕는 기부를 하기도 했습니다. 학교는 “ODU 출신 운동선수 역사상 가장 큰 규모”라고 발표했습니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