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경찰서(원주경찰서 제공)
[원주=일요신문] 박태순 기자 = 원주시 단구동에서 교회를 운영하는 이모씨(57)는 지난 6월 아들 병원비가 급하게 필요하다는 김모씨(39)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이씨는 자신에게 신앙상담을 하러 온 김씨가 “아들이 아파서 3개월 동안 병원에서 지냈는데 병원비가 270만원이 나와 친인척 등에게 부탁해 마련했지만 50만원이 부족하니 빌려 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김씨가) 돈만 쫓아 살다보니 인생이 허무하다. 앞으로는 하나님을 찾고 교회를 열심히 다니겠다’”고 해서 “너무 간절해 보였기 때문에 믿고 빌려주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변 목사님들이 같은 수법으로 돈을 빌려준 것을 보고 소액사기라는 것을 알고 고소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원주경찰서는 지난 7월18일 교회목사와 원주시 단구동 일대 주민들을 상대로 소액사기를 벌여온 김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원주경찰서와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씨는 원주시 일대 교회를 돌며 자신의 아들 병원비와 수학여행 경비를 빌려달라는 수법으로 400여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김씨는 지난해 9월 사기혐의로 징역1년을 선고받아 가석방됐음에도 불구하고 생활비와 채무 등을 갚기 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고소장이 접수된 것은 총 9건으로 피해자들은 2명의 교회목사를 포함해 2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를 당했던 A교회 김모 목사는 “아들이 너무 아픈데 병원비 50만원만 빌려주면 좋겠다는 수법으로 다가왔었다”고 말했다.
원주시 단구동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아들이 수학여행 가야 되는데 돈이 없어 못 갈 형편이라며 14만원만 빌려달라고 해서 빌려줬는데 인간적인 마음을 이용해 소액으로 사기를 치고 다닌 거 같다”고 토로했다.
소액사건은 법 제2조제1항에 따른 소송목적의 값이 3000만원을 초과하지 않는 제1심의 민사사건에 대해 적용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김씨를 상대로 영장을 발부해 사기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조사는 다 끝난 상황”이라고 밝히고 “소액이라도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사기관에 신고를 해야 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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