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장 부인은 공관병이 미나리를 다듬다 실수를 하자 칼을 허공에 휘두르며 화를 냈다고 한다. 또한 박 대장 부인은 아들이 훈련소에서 기초군사훈련을 받을 때면 수시로 아들이 소속된 소대장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아들과 무단으로 통화를 했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자신의 아들에게 간식으로 전을 챙겨주라고 했으나 공관병이 이를 잊자 전을 얼굴에 집어던졌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지자 지난 8월 1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공관병 제도 대체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공관병이 폐지되고 민간 영역으로 대체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한 공관병 외에 지휘관의 잡무 영역을 책임지는 다른 보직도 대부분 폐지 수순을 따를 전망이다.
박찬주 대장 부부. 사진=군인권센터 페이스북
<일요신문>은 박 대장 휘하에 있었던 병사들을 만나 박 대장의 일화를 들어볼 수 있었다. 이번에 접촉한 병사들은 박 대장의 전임 부대 중 한 곳에서 근무했으나 정확한 부대 명은 밝히기를 꺼려했다. 사건의 파장과는 달리 박 대장 휘하의 병사들 사이에서는 그를 옹호하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반면 박 대장 부인에 대해 평가는 ‘성격이 포악했다’로 대체로 일치했다. 특히 지근거리에서 박 대장을 모셨지만 부인과는 접점이 없는 사진병, 비서병 등의 말이 엇갈리기도 했다.
사진병은 사진 촬영 업무가 있을 때는 박 대장과 함께 하루 종일 다녀야 한다. 업무시간의 일거수일투족을 볼 수 있는 셈이다. 사진병으로 근무했던 A 씨는 박 대장에게 크게 나쁜 감정은 없었다고 한다.
현재 사진병은 정훈병과에 속해 있지만 당시 사진병은 통신병과에 속해 통신업무와 함께 부대 사진까지 책임져야 해서 생각보다 힘든 업무가 많았다고 한다. 그런 A 씨에게 박 대장은 대체로 깔끔한 인상으로 다가왔다.
A 씨는 “박 대장 이전의 지휘관은 겨울에 본부근무대 병사들 야상을 걷어가서 자기 공관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는데 손님들 추우니까 입도록 세팅을 해놨다. 박 대장은 최소한 그런 일은 없었다. 박 대장은 인간적인 면에서 괜찮았다. 큰 소리도 안 내고 조용하게 일을 처리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고 병사를 험하게 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A 씨의 후임이라는 또 다른 사진병 B 씨도 A 씨의 말에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다른 이야기를 털어놨다. B 씨는 “솔직히 박 대장이 부임하면서 이전 지휘관 시절보다 대체로 좋아졌다. 그래도 몇 가지 아쉬웠던 기억이 있다. 박 대장이 독일에 유학 갔다 왔는데(박 대장은 지난 1977년부터 1980년까지 독일 육군사관학교에 위탁교육 형태로 유학을 갔다 왔고, 2001년부터 2003년까지 독일 육군청에 교환 교관 경력이 있다) 그때 독일 지인을 부대에 초청해서 그 사람들과 주말에 이천 여행 다니는 사진을 따라다니며 찍어줘야 했다. 또한 그가 부임하면서 사진병 임무가 하나 늘었다. 밖에서 온 손님들 사진을 찍어서 컵에 열로 인화해서 그 손님들 나갈 때 기념품으로 전달하는 일이었다. 나가기 전에 준비해야 해서 마음이 급해 데인 적이 많았다”라고 설명했다.
또 B 씨는 “박 대장 부인과 마주칠 일이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만나면 항상 트집을 잡곤 했다. 한번은 박 대장 부인 사진을 찍었는데 색이 마음에 안 든다며 다시 인화하라고 시켰다. 몇 번을 다시 인화해도 마음에 안 들었는지 결국 외부 사진관에 가서 찍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갑질 내용에는 박 대장 부인이 “공관에 너희들끼리 남아있으면 뭐하냐. 혹 핸드폰을 숨겨둔 것은 아니냐? 몰래 인터넷을 하는 것은 아니냐”면서 교회로 데려가곤 했다는 내용도 나온다.
이에 대해 A, B 씨와 함께 본부중대 생활을 했던 C 씨는 당시 자신들의 부대에선 공관병 등이 속한 본부중대에서 핸드폰 사용이 지속적으로 문제가 됐던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C 씨는 “한번은 물건을 전해줄 게 있어 공관에 갔는데 공관병들끼리 핸드폰을 쓰는 모습을 목격했다. 결국 한 명이 걸려 카카오톡으로 같이 메시지를 주고받던 병사들 모두 적발된 적도 있다”며 “그게 면죄부가 될 순 없지만 당시 내가 근무할 때는 병사들이 휴가 복귀 시에 핸드폰을 들고 오는 문제가 심각해 한편으로 이해는 된다”고 말했다.
물론 박 대장과 박 대장 부인의 행동을 따로 분리해 생각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인권센터는 “갑질과 인권침해는 대개 박 사령관에 부여된 권한을 사령관의 처가 남용해 저지른 것이다. 그런데 사령관은 처와 함께 생활하며 이를 모두 목격, 인지했음에도 사실상 암묵적 동의와 묵인을 했기에 형법 제123조가 벌하는 직권남용의 공모공동정범이 됐다”고 덧붙였다.
박 대장은 갑질 의혹이 터지며 1일 전역신청서를 냈다. 최종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그의 전역을 그대로 승인할지, 반려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2일 국방부 측은 “국방부 감사관실에서 사건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관계 확인이 끝나면 박 대장이 대장으로 전역할지, 불명예전역이 될지 결정될 예정이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