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의원. 사진=박은숙 기자
애초 서울시장 출마에 방점을 찍었던 박 의원은 정부 출범 이후 차관급인 중소기업청이 장관급으로 격상하자 내각 1기 참여도 고려했다. 박 의원의 ‘재벌개혁 전도사’ 이미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데다 초대 장관의 상징성까지 더해지면서 박 의원 내부에서도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된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해 중소기업 업계 ‘윗선’들이 자신들의 연락망을 총동원해 청와대 측에 ‘박영선 카드’를 제안, 박 의원 측근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내부 의견은 갈렸다. 대권 급행열차인 서울시장 출마가 유리하다는 쪽과 정부조직개편의 핵심인 중소기업벤처부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다. 다만 어느 쪽으로 가든 불리하지 않다는 의견만은 교집합을 형성했다.
핵심 측근은 ‘박영선 카드’와 관련해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은 당초 (우리) 계획에 없던 안”이라며 “중소기업계에서 박 의원을 원하면서 급부상한 카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으로 가면 가장 좋은 시나리오지만, 만에 하나 못 가더라도 서울시장 경선에 적지 않게 도움이 된다”며 “하마평에 오른 것만으로도 박 의원의 상징성이 무엇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경유지로 ‘장관이냐, 서울시장이냐’만 달라질 뿐, 차기 대선 도전이란 최종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는 얘기다. 박 의원이 정부 1기 내각에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정부조직개편 과정에서 최대 수혜자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도 이런 까닭과 무관치 않다. 박 의원의 정치적 진로가 한층 뚜렷해짐에 따라 집권당의 서울시장 경선판은 사실상 ‘미니 대선’으로 격상할 전망이다.
‘재선’ 박원순 시장은 3선 도전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올해 말로 예정된 출마 선언을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에서 맞붙는다면,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6년여 만에 리턴매치다. 박 시장은 당시 박 의원·최규엽 민주노동당 후보와의 대결에서 52.15%를 기록, 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됐다. 박 의원은 45.57%로 석패했다. 최 후보는 2.28%에 그쳤다.
이들의 최대 경쟁자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추미애 민주당 대표다. 다만 ‘박원순 사람’으로 분류되는 임 실장은 박 시장과의 경선 경쟁이 적잖은 부담이다. 추 대표는 최근 서울시장 출마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박 의원 측은 “최대 경쟁자”라고 밝혔다. 이밖에 민병두 의원을 비롯해 86(80년대 학번·60년대 생)그룹의 대표 격인 이인영·우상호 의원 등도 자의 반 타의 반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