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맞아 ‘빅4’ 투자배급사는 각각의 영화를 일주일 간격으로 공개하고 있다. 그 출발은 7월 26일 개봉한 CJ엔터테인먼트의 <군함도>(감독 류승완·제작 외유내강). 개봉 첫 주말 동안 400만 관객 동원에 성공한 영화는 상영 8일 만인 2일 500만 관객까지 넘어서면서 폭발적인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심지어 영화를 둘러싼 다양한 이슈도 연이어 촉발되는 상황. 스크린 독과점 논란은 물론 일부 악의적인 공격에 의한 역사 왜곡 논쟁까지 휘말리고 있다.
8월로 접어들어서는 쇼박스의 <택시운전사>(감독 장훈·제작 더램프)가 2일에 공개됐다. 이어 9일에는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청년경찰>(감독 김주환·제작 무비락), 17일에는 NEW의 <장산범>(감독 허정·제작 스튜디오드림캡쳐)이 차례로 관객을 찾는다. 9월이 되면 이들 ‘빅4’의 성적표가 공개될 전망이다.
영화 ‘택시운전사’ 홍보 스틸 컷
#<군함도> <택시운전사> 공격적인 물량공세
여름 극장가에서 흥행을 원하지 않는 한국영화는 없겠지만 제작비가 높을수록 흥행은 절실하다. 4편 가운데 제작비가 100억 원대인 작품은 두 편이다. 일제강점기 배경인 <군함도>는 순제작비만 220억 원, 마케팅 비용 등을 합하면 총제작비가 270억 원에 이른다. 1980년을 그린 <택시운전사> 역시 시대를 재연하기 위한 세트와 의상에 든 높은 비용 탓에 총제작비가 150억 원에 달한다. 이들 영화가 원금을 회수하고 수익전환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800만, 450만 이상씩의 관객을 동원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때문에 CJ엔터테인먼트와 쇼박스의 물량공세는 어느 때보다 공격적이다.
<군함도>는 올해 이렇다 할 흥행작을 내놓지 못한 CJ엔터테인먼트가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국내 투자배급사 가운데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회사이지만 최근 실적부진이 뚜렷하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눈에 띄는 흥행작도 적다. 781만 관객을 모은 <공조>로 그나마 체면을 지켰을 뿐이다. 그 외에 <조작된 도시>(251만), <임금님의 사건수첩>(163만)이 제작비를 회수하는 수준에 그쳤다.
송강호 주연의 <택시운전사>를 내놓는 쇼박스의 입장 역시 다르지 않다. 5·18광주민주화운동 소재인 영화는 상업적인 재미를 넘어선,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1980년 5월 서울에서 독일인 기자를 태우고 광주로 간 평범한 택시기사의 눈에 비친 ‘5월 광주’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택시운전사>는 투자배급사와 제작사는 물론 배우와 감독의 ‘재회’라는 측면에서 쇼박스의 마음을 더 분주하게 한다. 송강호는 물론 연출자인 장훈 감독과 쇼박스는 2010년 영화 <의형제>를 합작해 500만 관객 성과를 거뒀다. 탄탄한 팀워크를 발판으로 다시 힘을 모았고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바로 <택시운전사>다.
게다가 송강호는 최근 몇 년 사이 쇼박스와 만나면 늘 만족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013년 <관상>(913만), 2015년 <사도>(624만) 등으로 성과를 이어온 만큼 이번 <택시운전사>에 거는 기대도 남다르다.
#<청년경찰> <장산범> ‘다른 길’ 승부
100억 원을 훌쩍 넘기는 제작비와 스타 배우들을 앞세워 시선몰이에 나선 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와 달리 롯데엔터테인먼트와 NEW는 ‘다른 길’을 걷는다. 화려함으로 관객의 시선을 빼앗는 대신 알찬 경쟁력을 갖추는 전략이다. 제작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기발한 아이디어와 재기발랄한 시도로 여름 극장가 시험대에 올라 ‘4파전’의 진용을 갖췄다.
이를 통해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여름 극장가에서 쌓아온 특별한 ‘이력’을 또 한 번 증명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여름 복병’이라는 기분 좋은 타이틀까지 확고히 할 가능성이 크다. 매년 여름 흥행 대전에 나설 때마다 ‘최약체’로 평가받는 작품을 들고 나오지만 결과적으로 의외의 성공을 거두면서 ‘여름 강자’의 면모를 과시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4년 8월에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866만 관객을 동원한 <해적, 바다로 간 산적>으로 성공을 맛본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8월에도 <덕혜옹주>의 500만 관객 동원에 성공했다.
영화 ‘청년경찰’ 홍보 스틸 컷
올해는 <청년경찰>이다. 총제작비가 70억 원에 불과한 중급영화로 체급이 낮은 만큼 부담도 적다. 200만 명을 넘으면 원금 회수가 가능하고 그만큼 수익전환 가능성도 탁월하다. 영화는 경찰대학을 다니는 두 청년이 우연히 목격한 납치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유쾌하면서도 긴장감 넘치게 그렸다. 아직 개봉 전이지만 앞서 열린 시사회를 통해 호평이 쏟아지면서 강력한 입소문을 만들고 있다.
영화계 관계자는 “롯데가 여름 대전에 <청년경찰>을 내놓는다고 했을 때부터 작품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 예측된 것이 사실”이라며 “여름 대작들이 무거운 메시지를 담고 있는 상황에서 가볍게 웃으며 즐길 만한 <청년경찰>의 경쟁력은 더욱 높아진다”고 밝혔다.
가장 마지막에 나서는 NEW는 자신감에 찬 행보를 택했다. 지난해 여름 좀비 블록버스터 <부산행>을 통해 한국영화로는 유일하게 1000만 관객 성과를 낸 NEW는 올해도 자신감을 장착하고 과감한 선택에 나선다. 최근 한국영화가 주목하지 않은 공포스릴러 장르에 투자한 것은 물론 그 작품의 공개시기를 여름 빅시즌으로 정했다.
그렇게 탄생한 <장산범>은 누군가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장산범 설화에서 모티프를 얻은 영화다. 배우 염정아가 주연을 맡고 2003년 <장화, 홍련> 이후 14년 만에 공포 장르로 다시 나선다.
<택시운전사>와 마찬가지로 신뢰가 탄탄한 배급사와 감독, 제작사의 재회다. 2013년 허정 감독의 공포영화 <숨바꼭질>을 투자 배급한 NEW는 500만 관객 성공을 맛본 뒤 또 다른 합작을 기획했고 그렇게 <장산범>이 탄생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