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1일 카카오뱅크가 영업 시작 5일 만에 개설 계좌 100만 개를 돌파하며 돌풍을 일으키자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금융권의 관심이 뜨겁다. 연합뉴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취임 직후 “금융 혁신을 가속화하고, 인터넷전문은행 간 경쟁을 촉진하려면 새로운 플레이어 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지난 7월 27일 서울시 서초구 소재 세빛둥둥섬에서 열린 카카오뱅크 출범식 축사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 등 새로운 플레이어가 시장에서 창의와 혁신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허가 전반의 제도를 개선하는 등 금융산업 진입 문턱을 낮춰 카카오뱅크 같은 신규 플레이어의 진입을 촉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실상 또 다른 인터넷 은행의 탄생을 예고한 셈이다.
실제 금융위원회는 연내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아직 기업들 가운데 인터넷은행 진출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곳은 없다. 하지만 다양한 기업이 후보군으로 꼽힌다. 금융권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는 기업은 SK텔레콤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최근 금융위에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에 대한 문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2015년 기업은행, 인터파크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터넷전문은행 진입을 시도했지만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다. 따라서 연내에 세 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인가가 추진되면 재도전할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2500만 명에 달하는 잠재 고객을 확보한 SK텔레콤은 인터넷전문은행 진입으로 사업 시너지를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컨소시엄 구성은 예전과 달라질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존 파트너였던 기업은행을 물론, 이번 카카오뱅크 열풍에 놀란 기존 대형 은행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면서 “후보군 가운데 인가 가능성이 높은 SK텔레콤과 손잡으려 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 중구 을지로 SK텔레콤 본사 전경. 금융권에서는 SK텔레콤이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정훈 기자
핀크가 내놓을 서비스는 이용자가 대출, 예금상품 등 금융서비스와 관련해 궁금한 사항을 문자로 질문하면 이를 분석해 답변해주는 방식이다. 금융상담 외에도 통장과 카드 사용, 입출금 내역 등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향후 핀크는 SK텔레콤의 빅데이터 분석 역량과 하나금융의 다양한 금융상품을 바탕으로 모바일 자산관리, 계좌 기반 서비스, 개인간 거래(P2P) 금융상품 등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은 이를 발판으로 SK텔레콤이 인터넷은행업 진출할지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SK텔레콤은 최근 KEB하나은행과 하루 8000만 건에 달하는 인터넷뱅킹 은행계좌 잔액 확인이나 거래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인공지능 음성 금융서비스’ 제공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자리에서 SK텔레콤 고위 임원은 “KEB하나은행과 제휴를 시작으로 향후 은행 서비스 고도화뿐 아니라 증권, 카드, 보험 등 타금융 영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양사가 협력해 AI 기반의 금융서비스를 점차 고도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한 바 있다.
SK텔레콤이 은행업에 발을 들여 놓을 경우 파괴력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2500만 가입자의 멤버십서비스 이용 행태 등 빅데이터를 활용해 경쟁력 있는 금융상품을 개발할 수 있고, ‘11번가’를 활용한 온라인마켓 연계 상품과 인공지능(AI) 기기 ‘누구’를 활용한 금융서비스까지 확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SK텔레콤은 신중하다. 당장 인터넷전문은행보다 하나금융지주와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집중하면서 은행업 진출에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2015년 인터넷은행 진출을 위해 인터파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으나 K뱅크와 카카오뱅크에 밀렸고, 2008년에는 씨티그룹과 협력해 ‘모바일 머니 벤처스’를 설립했다가 3년 만에 매각하는 등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핀크의 성과가 일정 이상 나타난다면 이를 추동력으로 삼아 금융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 모색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금융권은 점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제3 인터넷은행 선정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에 뛰어들 유력한 후보로 꼽혔던 네이버는 미래에셋대우와 공동사업 추진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으면서 인터넷전문은행 등에 진출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이 때문에 SK텔레콤이 더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SK텔레콤이 1차 인터넷전문은행 선정 때 고배를 마신 것은 사실상 경쟁력이 제일 낮다고 평가받은 인터파크 컨소시엄에 참여했기 때문”이라면서 “하나은행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