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최근 페이스북, 유튜브를 중심으로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에서는 연예인보다 오히려 일반인이 등장하는 광고가 높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일반인 광고모델은 시청자의 언어로 제품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한다. 그래서 광고인 줄 알면서도 광고가 아닌 것 같은 묘한 설득력을 가진다는 평가다.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리액션도 이러한 광고가 가진 묘미다. 이들 광고가 어떻게 만들어지며, 수많은 일반인은 어떻게 섭외되는 것인지 살펴봤다.
# SNS 통해 섭외…모델료는 10만~20만 원 수준
섬유향수, 샤워꼭지 등으로 주목받은 미디어커머스 기업 블랭크TV는 일반인을 활용한 페이스북 광고로 톡톡히 재미를 봤다. 지금도 끊임없이 다양한 브랜드의 신상품을 출시하는 이곳에서는 주로 모델이나 배우 관련 커뮤니티 등을 통해 일반인을 섭외한다고 한다. 한 번 모집 공고를 낼 때마다 지원자는 수백 명에 달한다. 지금까지 누적 지원자만 1만 명이 넘었을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인스타그램’도 일반인 광고 모델 섭외가 이뤄지는 주요 통로다. 인스타그램에 ‘#모델’, ‘#피팅모델’과 같은 해시태그를 붙여넣고 꾸준히 자신의 사진을 올리면, 기업에서 이를 검색하고 메시지를 통해 섭외가 이뤄지는 방식이다. 길거리에서 모델을 캐스팅하는 방식은 옛말이 됐다.
미디어커머스 업계를 중심으로 일반인을 기용한 광고 영상 제작이 크게 늘면서, 새로운 연예인 등용문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글랜스TV 홈페이지 캡처.
따라서 대부분 미디어커머스 기업의 일반인 모델 섭외는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지원자가 워낙 많다 보니 광고 콘셉트에 맞게 골라서 섭외할 수 있을 정도. 이들에게 주어지는 광고료는 10만~20만 원으로 파악됐다. 연예인처럼 억대 광고료를 받지는 않지만, 하루면 촬영이 끝나기 때문에 일일 아르바이트로서 결코 손색이 없다.
이러한 일반인 중에는 연예인 지망생도 적잖기 때문에 이보다 더 적게 돈을 줘도 하려는 지원자가 넘쳐날 정도다. 한 번 촬영된 영상은 페이스북 등에서 상당한 광고 집행비용이 투입돼 수십만 건의 노출이 이뤄지는 만큼,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미디어커머스를 통해 얼굴을 알린 일반인이, 공중파 TV CF에 비중 있게 섭외되거나 SNS 상에서 스타가 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 진짜 리얼 생생 반응? 그래도 대본은 있다
지금까지 일반인이 등장하는 광고를 보면 제품이나 서비스 등을 사용해 보고 자연스러운 반응을 담는 것이 대부분이다. 광고 영상에서도 실제 일반인들의 후기임 유독 강조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반응은 실제로 대본이 없는 ‘리얼’ 상황일까.
이러한 영상을 다수 촬영한 경험이 있는 복수의 제작자에게 문의한 결과, 대부분 ‘아니오’ 쪽에 좀 더 가까운 대답을 내놨다. 기존 TV CF와 같이 정해진 대사와 각각의 장면이 그려진 스토리보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본’은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원하는 영상을 만들 수 없다는 설명이다.
기존 TV광고처럼 꽉 짜인 대본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기본적인 촬영 방향이나 제품에 대한 정보는 사전에 제공된다고 한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자페르 광고영상 캡처.
한 프로듀서는 “촬영 전 제품의 특징이나 방향을 충분히 숙지시킨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의도하지 않은 단어나 반응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프로듀서는 “영상에서 반전이 핵심일 경우에는 자연스러운 반응을 위해 촬영 내용을 미리 알려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한 번 영상을 촬영할 때마다 상당수의 일반인 모델을 섭외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찍어본 다음 홍보 의도에 맞게 편집해서 내보내는 방식도 많이 선호된다. 모델 비용 자체가 상대적으로 많이 들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좋은 반응만 골라서 쓰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보는 사람들이 광고인 줄은 알지만 이를 의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 미디어 플랫폼 다변화로 일반인 모델 트렌드 지속될 듯
그렇다고 해서 일반인이 연예인보다 광고 효과가 더 뛰어나다고 보기는 어렵다. 당연히 인지도 높은 연예인을 쓰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적인 인지도가 전무한 일반인을 광고모델로 기용하는 가장 주된 이유는 미디어 플랫폼이 끊임없이 다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진현석 메조미디어 사업전략팀장은 “요즘은 소비자들의 반응에 따라 기업의 빠른 대응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며 “연예인을 기용할 경우 매체가 바뀌거나 광고 내용이 달라질 때마다 계약 내용을 수정하고 비용을 추가로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단순 사용후기나 반응을 넘어 연기에 도전하는 일반인 광고 영상까지 제작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다다리빙 광고영상 캡처.
특히 미디어커머스나 스타트업의 경우는 제품이나 서비스 기획부터 홍보에서 유통에 이르기까지 대단히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일정 조율이 어려운 연예인보다는 일반인을 섭외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다. 즉 단순히 비용을 아끼기 위한 방편은 아니라는 것이다.
박진수 컴텐티비랩 실장은 “일반인을 활용한 페이스북 광고는 아직까지 이를 접하지 못한 소비자도 적잖은 만큼 향후 1~2년 동안은 유용한 접근 방식이 될 것”이라며 “다만 좋은 제품을 큐레이션 하는 능력이 뒷받침돼야 이러한 콘텐츠도 설득력을 얻는다”고 말했다.
봉성창 비즈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