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산청사 조감도.
논란의 대상이 된 건 다름 아닌 30층에 이르는 서부산청사다. 이미 부산에는 규모와 시설에서 위용을 자랑하는 시청사가 자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새롭게 별관을 짓겠다고 나서자 비난여론이 비등해지고 있다.
서병수 시장은 지난 7월 27일 기자회견을 갖고 서부산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사상스마트시티 조성 프로젝트’라고 명명된 이번 계획은 서부산청사와 비즈니스센터 등을 건립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서 시장은 이날 “사상공단 주변의 감전천과 낙동강을 연계해 공해 없는 주거·문화 환경을 조성하겠다”면서 “도시철도 역세권에 2023년까지 지하 5층 지상 30층 규모의 부산시 서부산청사와 지하 2층 지상 15층의 비즈니스센터를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서 시장은 감전천과 새벽로 등의 중심도로축을 기준으로 하는 복합용지 배치계획과 시민들의 휴식공간 및 친교활동을 위한 문화공간 조성방안 등도 발표했다. 공단 근로자를 위한 행복주택 2500가구를 건설하고, 중심도로를 기준으로 복합용지를 집중적으로 배치해 산업단지 지원시설을 확충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밝혔다.
계획의 전체적인 취지는 크게 나무랄 데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지역 균형 발전이란 명제를 전면에 내세웠고, 이에 앞서 사상공단의 재생이 무엇보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해묵은 과제인 까닭이다.
하지만 세부사항을 들여다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계획의 핵심을 이루는 서부산청사 건립이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계획 실행이 대부분 민자사업으로 이뤄진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사업의 핵심을 이루는 두 개의 축 모두가 문제점을 가진 셈이다.
서부산청사 건립에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내는 이들은 두 가지 사항을 지적하고 있다. ‘부산시가 두 개의 호화청사를 보유하려 든다’는 점과 ‘사업의 영속성을 장담할 수 없다’란 게 바로 그것이다.
비판론자들은 우선 부산시에 두 개의 청사는 필요치 않다고 입을 모은다. 기장발전연구원 장수수 이사장은 “부산시는 광역자치단체란 행정적 지위를 가지고 있지만 단일 도시권을 이루고 있다. 주민 접근성 향상 등이 이유로 별관을 두고 있는 경기도와 인근 경상남도와는 구성 성격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면서 “그런데도 두 개의 호화청사를 가지겠다니 참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사업의 영속성도 담보하긴 힘들다. 사업의 완료시점은 오는 2023년이다. 서병수 시장이 재선에 성공해야만 단체장의 교체 없이 사업의 지속적인 추진이 가능하다. 특히 현재로선 서 시장이 재선을 낙관하기가 힘든 상황이라 청사 건립 계획이 부산시를 맡을 차기 수장에게 커다란 짐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핵심시설 건립 외의 다른 주요사업이 민간투자로 추진된다는 것도 불안요소다. 이미 부산에는 민자사업과 관련해 많은 논란거리가 생산되고 있다. 최근 문제가 불거진 영화의 전당을 비롯,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지역 여권의 한 관계자는 “지역 균형 발전이란 취지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세부사항을 뜯어보면 실소를 금하지 못한다”면서 “무엇보다 호화청사를 하나 더 짓겠다는 발상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이는 전형적인 포퓰리즘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