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대회를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하는 안세현(왼쪽)과 김서영. 연합뉴스
[일요신문] 지난 7월은 한국 수영의 축제 기간이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2017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김서영, 안세현이 한국 여자수영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김서영은 개인 혼영 200m에서 최종 6위, 안세현은 접영 100m와 200m에서 각각 5위와 4위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한국 신기록도 나왔다. 이 같은 선전에는 이들을 뒤에서 묵묵히 지원한 소속팀의 역할도 컸다. 이에 <일요신문>에서는 한국 수영의 역사를 다시 쓴 김서영과 안세현의 기록 작성을 도운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두 선수는 경기를 치를 때마다 새로운 기록을 쏟아냈다. 지난 7월 24일에는 김서영과 안세현 모두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개인혼영 200m와 접영 100m 결선에 진출했다. 박태환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세계적 선수가 없는 ‘수영 약체’인 한국으로서는 결승 진출만으로도 ‘쾌거’라는 수식어를 달기에 충분했다.
결선에서도 기대를 뛰어넘는 성적을 냈다. 안세현은 자신의 한국 신기록을 재차 경신하며 5위에 올랐고, 김서영은 6위를 기록했다. 종전 세계선수권 8위를 넘어서는 새 역사를 썼다. 안세현은 이에 그치지 않고 접영 200m에서도 결선에 올라 최종 4위를 차지했다. 두 종목에서 결선에 오른 기록도 여자수영 사상 처음이었다. 이번 대회는 시차가 있는 유럽에서 열리는 대회였기에 국내 시각으로는 주로 늦은 밤에 경기가 진행됐다. 눈을 뜨자마자 전해지는 이들의 신기록 소식에 국내 팬들은 연일 환호성을 질렀다.
김서영과 안세현의 선전이 주목을 받으며 소속팀과 후원사도 재조명을 받았다. 김서영과 안세현의 소속팀인 경북도청과 SK텔레콤은 이번 대회가 자신들의 이름이 아닌 태극기를 달고 뛰는 국제대회지만 전담팀까지 꾸려 파견할 정도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대한민국 수영국가대표팀 김서영, 박한별, 안세현(왼쪽부터). 사진=김서영 인스타그램
김서영이 이번 대회에 참가하자 소속팀 경북도청은 4명을 헝가리로 파견 보냈다. 감독, 플레잉 코치, 의무 트레이너, 전담 통역이 함께했다. 선수 1명이 대회에 참가하는데 4명의 인원을 함께 보내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경북도청 팀 관계자는 “과거 박태환이나 이번 대회의 안세현 같은 선수는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에서 후원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지자체 소속이다. 규정도 있기에 할 수 있는 부분 내에서 해줬을 뿐”이라면서도 “우리는 김서영이 성적이 좋은 선수임에도 그동안 지원을 맘껏 해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있었다. 하계 U대회, 아시안게임, 올림픽이 이어지기에 미래를 내다보고 전격적으로 지원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경북도청 팀이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트레이너다. 트레이너는 경기를 마친 후 선수의 근육을 빨리 풀어줘야 한다. 이들이 없으면 선수가 빠르게 회복을 할 수 없다. 경기를 거듭하는 국제대회일수록 트레이너는 선수에게 필수적인 존재다.
김서영은 금메달 3개와 은메달 1개로 전국체전 MVP를 수상할 정도로 국내 경험은 풍부하다. 하지만 선수와 소속팀 모두 이번 세계선수권과 같은 대규모 국제대회는 처음이었다. 첫 경험이기에 서툰 부분도 있었다. 팀 관계자는 “전국체전에 나가면 개인혼영 종목에 참가하는 선수가 많지 않아 한 게임이면 메달이 결정된다. 세계선수권에서는 예선, 준결선, 결선까지 세 경기를 치러야 한다. 김서영도 힘들어 하더라”라면서 “결과가 더 좋을 수도 있었는데 선수도 우리도 경험이 없다보니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앞으로는 더 좋아지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대회가 열린 헝가리는 국내에서 다소 생소한 나라다. 많은 여행객들이 찾고 있지만 문화나 음식에 대해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경북도청 팀은 김서영이 먹는 음식에도 신경을 썼다. 팀 관계자는 “현지에 가보니 음식은 빵이 중심이고 그 외에도 밀가루 음식이 대부분이더라”라면서 “함께 간 트레이너가 김치를 담그기도 했고 한국식 식사를 요리해서 먹었다. 덕분에 김서영이 힘을 내기도 했다”며 웃었다.
안세현의 역영 모습. 사진=안세현 인스타그램
안세현의 소속팀 SK텔레콤은 한국 수영 간판 박태환을 키워낸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안세현이 국제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코치, 매니저, 물리치료사, 국제업무담당 등 4명의 전담팀이 동행한다.
대회기간 이외에는 안세현을 돕는 이들이 더 많아진다. 해외 전지훈련을 떠나는 호주에서는 현지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는 마이클 볼 코치가 지도한다. 볼 코치는 박태환의 코치로도 유명세를 탄 바 있다. 그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릴레이 경기를 펼치는 안세현을 보고 SK에 후원을 추천하기도 했다. 또한 호주에는 현지에서 안세현을 담당하는 트레이너도 있다.
국내에는 ‘안세현 관리팀’이 더욱 세분화돼 있다. 박성희 퍼포먼스 심리연구소장은 선수의 심리 상담을 맡는다. 스포츠과학을 전공한 체력 담당 코디네이터도 있다.
현지에서 김치까지 담갔던 경북도청 팀과는 달리 안세현은 대부분 현지식으로 식사를 해결했다. SK텔레콤 수영팀 관계자는 “안세현은 해외 생활을 많이 해서 어떤 음식이든 잘 먹는다”며 “마이클 볼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많은 시간을 호주에서 보내는 등 1년에 5~6개월은 해외에서 생활한다. 해외 현지 음식에 잘 적응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세계선수권에서는 안세현의 부모님과 남동생, 사촌동생 등 가족들이 대회장을 찾기도 했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많지는 않았다. 팀 관계자는 “가족과 숙소도 달랐고 경기 준비에 집중해야 해서 식사도 같이하지 않았다. 경기 전 대회장 입구에서 잠시 인사를 나누는 정도였다”면서 “경기 일정을 마치고 이틀 정도 여유가 있어서 함께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북도청, SK의 지원과 달리 국가대표 선수들을 지원해야 할 대한수영연맹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대회에 참가한 17명의 선수 중 전담팀이 동행한 선수는 김서영, 안세현, 박태환 3명이 전부였다. 나머지 14명의 수영 국가대표 선수들은 감독 1명과 코치 3명만이 동행했다. 수영연맹은 지난해 3월부터 대한체육회 관리단체로 지정됐다. 관리단체 지정은 국고지원 축소를 의미한다. 수영연맹도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금전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 국가대표 선수가 지원 부족에 대한 아쉬움으로 경기를 마치고 눈물을 쏟은 사실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에 경북도청 관계자는 “지원이 미비한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행정 처리에 오류도 있고 빨리 처리되지 못하기도 한다.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가 최우선이 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