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전국에 장대비를 쏟던 장마가 지나고 이제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었다. 태양이 내리쬐는 대낮에는 밖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땀은 절로 흐른다. 도로 위의 사정은 더 심하다. 햇볕에 달궈진 아스팔트는 뜨거운 복사열을 내뿜어 숨이 턱턱 막힌다. 모터사이클 라이더들에겐 여간 곤욕이 아닐 수 없다.
모터사이클이 움직이고 있는 중이라면 사정은 조금 나은 편이지만, 신호대기 중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와 뜨겁게 달궈진 엔진 열이 사타구니를 타고 올라와 금세 온몸은 땀범벅이 된다. 헬멧 속은 더 괴롭다. 이마에서 흐르던 땀이 눈 안으로 들어가면 따갑고 간지러워 자꾸만 눈을 끔뻑거리게 된다.
대만 거리의 풍경. 아무리 더워도 살갗이 드러나는 옷은 피하자.
그렇다고 라이딩 장비를 소홀히 할 수 없다. 날씨가 덥다고 반팔이나 반바지를 입는 것은 경미한 사고에서도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은 물론 노출된 피부는 화상을 가능성도 있다. 시중에는 다양한 계절을 대비한 라이딩 장비가 있다. 일반적으로 하계용, 동계용, 춘추용 등으로 나뉜다. 제품에 따라 겹겹이 제작되어 다계절을 대비하는 설정의 라이딩 장비도 있다. 계절에 따라 통풍, 방풍, 방수 등 기능성 소재가 사용되며 장르에 따라 그 구성이 상이하다. 자신의 스타일과 목적에 맞는 제품을 올바르게 착용하여 쾌적하면서도 안전한 모터사이클 라이프를 즐기자.
# 헬멧
헬멧은 별도의 계절성을 염두에 두지 않는 안전장구이기는 하나 여름철에 주로 사용할 목적이라면 몇 가지를 확인해보자. 색깔은 검정보다는 밝은 계열이 빛 반사율이 높아 상대적으로 쾌적한 편이다. 통기구는 몇 개인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하자. 통기구의 개수도 중요하지만 착용 방법에 따라 통기량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제작사의 안내에 따라 올바른 착용 법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내피가 분리 및 세척이 가능한지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내피 분리가 되지 않는 헬멧은 세척에 한계가 있어 사후 관리에 불리하다.
시스템 풀 페이스 헬멧은 턱 부분을 들어 올릴 수 있어 개방감이 있다. 주행 중에는 닫는 것이 옳은 착용법이다. 풀 페이스 헬멧보다는 무겁고 부피가 큰 단점이 있다.
오픈 페이스 헬멧을 착용해 보자. 안면과 두상 모두를 가리는 풀 페이스 헬멧은 어떤 상황에서나 안전도가 가장 높은 헬멧임은 이견의 여지는 없다. 하지만 가벼운 시내 주행 정도라면 안면이 개방된 오픈 페이스 헬멧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풀 페이스 헬멧과 오픈 페이스 헬멧의 장점을 살린 시스템 헬멧 역시 괜찮다. 턱 부분을 들어 올릴 수 있어 신호 대기 중에도 잠시 땀을 식히기도 유리하며, 휴식 중 헬멧을 벗지 않아도 음식물을 섭취할 수도 있다.
# 라이딩 재킷과 팬츠
극서기를 대비한 라이딩 재킷과 팬츠는 보통 메시 소재를 사용하여 통기성을 극대화한다. 제품 중에는 매시 소재를 겹겹이 쌓아 통기성을 극대화한 3D 메시 재킷이나 팬츠도 있다. 역시 밝은 계열이 빛 반사율이 높아 검정 계열에 비교해 상대적으로 쾌적하다. 레이어를 겹겹이 제작해 다계절을 고려한 제품은 방수 내피나 방풍 내피 등을 추가해 다양한 환경을 대비한다. 높은 일교차나 예상치 못한 강수에도 대비할 수 있어 좋다.
사진 속 재킷은 가슴과 배 그리고 팔 안쪽과 바깥쪽 모두 메시 소재가 적용되어 통기성을 극대화한 설정이다.
팬츠는 엉덩이나 골반 그리고 무릎에 보호대가 적용되며 소재는 재킷과 거의 동일하다. 무릎 보호대는 외부에서 삽입할 수 있는 제품이 일상생활에 편리하다. 일부 제품에는 미끄러짐 상황을 대비해 내마모성과 내열성이 높은 특수소재를 덧대 안전도를 높인 제품도 있다.
라이더 진은 일상생활에서도 무리 없이 소화가 가능해 라이더들의 선택이 높은 편. 허벅지 앞쪽과 정강이 쪽에 메시 소재를 덧대 통기성을 강화했다. 무릎 프로텍터 적용 모델이다.
계절성과는 별개로 보호대의 종류와 위치를 확인해보는 것은 중요하다. 재킷 보호대는 보통 팔꿈치, 어깨, 등, 가슴에 적용되며 소재에 따라 하드타입 소프트 타입으로 나뉜다. 특수 소재가 적용된 제품은 충격을 받을 때에만 딱딱해 지거나, 벌집 구조로 운동성을 극대화한 것도 있다.
# 글러브와 부츠
글러브는 일반적으로 가죽 소재가 많이 사용되지만 메시 소재를 적극적으로 사용해 통기성을 고려해 극서기를 대비한 제품도 찾아볼 수 있다. 본격적인 레이스 사양보다는 가볍게 착용하기에 적합하다. 보통 글러브는 손등, 손마디, 손바닥에 보호대를 덧대어 안전성을 확보한다. 소프트 타입 보호대는 운동성은 좋지만 보호성이 하드 타입에 비해 떨어지고, 하드 타입 중에서는 미끄러짐 상황을 대비해 슬라이더의 역할을 하는 것도 있다. 하계용 가죽 글러브는 타공 패턴을 적용해 통기 성능을 높이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입체 구조의 메시 소재인 3D 메시를 적극 채용해 통기성을 높인 글러브. 하드 타입 손등 보호대와 소프트 타입 손바닥 보호대 적용 사양이며 스마트 터치 기능도 있다.
일반적인 온로드 설정 부츠는 가죽 소재나 인조 가죽 소재의 사용 빈도가 높고 여기에 방수 처리를 하거나 고어텍스 등 기능성 소재를 적용해 사용 환경을 고려하게 된다. 기능성 소재를 결합한 경우 천연 가죽 소재 부츠일 확률이 높다. 자신의 발에 딱 맞는 사이즈를 고르길 권장하는데 가죽은 착용 시간에 따라 소폭 늘어나기 때문. 반대로 인조가죽은 늘어나지 않아 약간의 여유를 두는 편이 낫다. 가죽 부츠 이외에도 스니커즈 형태의 제품도 찾아 볼 수 있고, 이 경우 일상생활을 염두에 둔 가벼운 라이딩 용으로는 적합하다.
일상적인 환경에서도 무리 없이 소화 가능한 스니커즈 타입 라이더 슈즈. 메시 소재를 발등 측면에 적용해 통기성이 좋다. 신발 끈이 적용된 제품들은 풋 레버에 걸릴 수 있는 단점이 있어 본격적인 라이딩을 위해서라면 적절한 선택은 아니다.
이민우 월간 모터바이크 기자